이베리코 흑돼지의 배신
“우리 아이가 먹일 것인데, 특별해야죠.” 부모의 자식에 대한 마음이다. 먹는 거 하나도 특별하게 먹이고 싶은 건 자식을 둔 부모라면 모두 같은 것이다. 기업의 친환경 마케팅이 성공한 이유다. 좋은 재료를 사용해서 만든 음식. 여기서 좋은 재료란 농약성분을 최대한 안 들어가고 자연에서 키운 재료 그대로를 말한다. 자연 그대로의 식재료는 당연히 일반 재료에 비해 값이 두 배다. 소비자들은 비싼 값을 감수하고서라도 몸에 더 좋은 재료를 찾는다. 문제는 이런 소비자들을 속이는 유통업체들이 제법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단체들이 두 눈 부릅뜨고 모니터를 강화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베리코 흑돼지가 문제의 경우다. 알고 보니 흑돼지가 아니라 백색 돼지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소비자시민모임(이하 소시모)의 활약으로 문제가 밝혀졌다.
소시모는 2019년 1월 18일부터 22일까지 5일간 음식점 및 유통매장(온라인 쇼핑몰 포함) 41곳에서 ‘이베리코 흑돼지’로 판매하는 50점에 대해 모색 유전자 검사를 통한 흑돼지 여부 판별검사 및 가격, 표시광고 실태조사 결과를 28일 공개했다.
그 결과 서울시내 음식점, 정육점, 대형마트 쇼핑몰,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하고 있는 ‘이베리코 흑돼지’ 50점 중 5개(10%)가 가짜로 나타났다. ‘이베리코 흑돼지’인 줄 알았지만 정작 속은 백색 돼지였다.
소시모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백색 돼지로 판별된 5점 중 3점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수거한 제품이다. 쿠팡에서 판매한 이베리코 베요타 목살 구이(제조 및 판매:(주)국제식품)와 리베리코 목살(다모아영농조합법인), 이마트 쇼핑몰에서 판매한 이베리코돈목살(제조원:(주)성림쓰리에이통상, 판매원:(주)동원홈푸드)이다.
일반정육점에서는 경동시장 내 정육점에서 수거한 목살 1점과, 동대문 소재 음식점에서 수거한 1점이 가짜였다.
광고도 문제가 됐다.
이베리코 흑돼지를 광고하는 문구에서 ‘스페인 청정지역에서 도토리를 먹고 자란, 자연 방목 흑돼지’라고 하고 있다.
소시모는 “일부의 사실을 전체로 오인하게 하는 허위·과장광고에 해당한다”며 “사육기간 내내 도토리를 먹여 방목, 사육한 것처럼 소비자에게 사실을 지나치게 부풀렸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음식점과 인터넷쇼핑몰에서 ‘이베리코 베요타’로 판매하고 있는 경우 등급 표시가 없는 ‘이베리코 흑돼지’에 비해 1.3~1.4배 더 비싸게 판매하고 있었다.
음식점에서 ‘이베리코 베요타’의 경우 100g 당 평균 가격이 1만750원인데 비해 등급 표시가 없는 경우는 100g 당 평균 8220원으로 베요타 등급으로 표시한 제품이 약 1.3배 더 비싸게 판매되고 있었다. 인터넷쇼핑몰 역시 ‘이베리코 베요타’는 100g 당 평균 가격이 4060원으로 등급표시가 없는 ‘이베리코 흑돼지’ 100g 당 2940원에 비해 약 1.4배 더 비싸게 판매되고 있었다.
소시모는 “수입, 유통 단계에서의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며 “특히 최근에는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식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으므로, 온라인 유통에서의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소시모의 이 같은 발표에 대한한돈협회도 발끈하고 나섰다.
<뉴스클레임>과 통화에서 "29일 관련 성명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가짜 이베리코 사태는 소비자를 기만하고 건전한 대한민국 한돈 산업을 파괴하는 사기극"이라고 통탄을 금치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