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주52시간 혁명적 시도, 그러나…

한인임 일과건강 사무처장이 본 일본과 우리나라 노동자들

2018-12-18     김도희 기자
사진=뉴스클레임DB

현장 노동자들은 늘 극한 환경에서 업무를 한다. 사고사도 많지만 과로사로 사망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과로사에 어떻게 대처를 하고 있을까?

한인임(일과건강) 사무처장은 "일본이나 우리나 장시간 노동 수준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나라들"이라며 "그래도 장시간 노동자 비율은 일본이 우리보다 적다"고 말했다.

한 사무처장에 따르면 일본은 2014년 과로사방지법을 제정한 후 장기적인 관점에서 장시간 노동자 비율을 낮춰가고 있다. 특히 2020년까지 “주 노동 시간 60시간 이상 고용인의 비율을 5%미만”, “연차 유급 휴가 취득률 70%이상”, 2017년까지 “정신 건강 대책을 진행하는 사업장 비율 80%이상”이라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를 위해 후생노동성 내에 전담조직인 ‘과로특별대책실’을 설립했다. 그 과정에서 ‘일하는 방식 개혁법률’을 만들었는데 그간 노사가 합의를 하면 노동시간 상한 없이 일할 수 있었던 제도를 고쳐 상한을 만들었다. 다만 노사가 합의하면 월 100시간까지 더 일할 수 있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노사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월 45시간으로 제한되고 벌칙도 매우 강하다(6개월 이하 징역 또는 30만엔 이하 벌금). 일본은 이 법을 모든 노동자들에게 적용했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노동시간 특례업종이 있고 5인 미만 사업장은 대상이 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하면 큰 차이라는 한 사무처장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 법보다 더 부러운 것은 바로 행정감독이었다고 한 사무처장은 말한다.

일본의 근로감독은 우리나라처럼 산업안전보건감독관 300여 명이 전국의 노동자 안전보건을 감독하는 게 아니라 근로감독관 전체가 노동시간 및 안전보건 감독을 함께 진행한다. 정기감독 외에 사업장 불시 감독이 이뤄지는데 그 하나가 노동자 신고가 있을 경우다. 이를 신고감독이라 하는데 신고를 받자마자 최우선으로 들어간다(도쿄의 경우는 전체 감독 중 신고감독이 50% 정도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용노동부는 과연 자격이 있는지 되묻고 싶은 대목이다. 신고하자마자 바로 현장에 불시감독을 하는 일본에 비해 한국은 아예 그런 시스템도 없다. 결국 힘 없는 노동자들만 현장에서 힘든 삶을 보내는 것이다.

한편 과로사가 발생하면 일본의 경우 바로 근로감독에 돌입한다. 우리나라는 산재신청 단계를 눈여겨보는 근로감독관은 없다.

일본은 아주 천천히 그리고 촘촘하게 과로사방지법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한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노동시간을 단축시켰지만, 여전히 노동시간 규제를 받지 않는 취업자의 규모가 60%를 훌쩍 넘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노동계에서는 정부의 주52시간 근무제를 혁명적 시도라고 평가한다. 아쉬운 건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혁명이다. 차라리 일본처럼 천천히 가더라도 노동자들의 인권과 삶이 존중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