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안 없는 죽음의 외주화 '반복'

2019-02-19     뉴스클레임
죽음의 외주화. 사진=뉴스클레임DB

하청 노동자들의 죽음은 외주화로부터 나온다. 그래서 죽음의 외주화란 말까지 등장했다. 원청 노동자들은 고임금에 고대접을 받는다. 모두가 정규직을 꿈꾸는 이유다. 차별의 시작이다. 물론 열심히 해서 더 좋은 직장과 더 나은 대접을 받는 일을 하는 것 자체를 두고 차별이라고 해선 안 된다. 다만 구조가 문제다.

2019년 기해년 새해가 어느 덧 3월을 향해 가고 있다.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고 있지만, 정작 노동자들의 처우와 원청과 하청 간 구조적 모순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은 故김용균씨 어머니를 만났다. 김씨 어머니의 간청을 청와대가 받아들여 만남이 이뤄진 것이다. 물론 문 대통령의 성향상 굳이 김씨 어머니를 안 만날 이유도 없었다. 자식 잃은 슬픔이 대통령과의 만남으로 없어지겠냐만, 김씨 어머니는 그나마도 위안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죽음의 외주화는 없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시장은 여전히 냉담한 상태다. 오히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더더욱 비참한 환경 속에서 일을 한다. 안전관리 부실로 사망하고, 업무 스트레스 때문에 스스로 자살을 한다. 사망을 해도 원청은 하청을 책임지지 않는다. 특히 과로사의 경우 원청의 일을 하청이 하다 그 노동자가 죽어도 원청은 모르쇠다. 김용균씨의 죽음은 그저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의 죽음일 뿐이었다. 그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자는 목소리는 컸다. 그러나 결국 죽은 이만 안타까운 상황이다.

노동계는 죽음의 외주화를 당장 멈추라고 울부짖고 있다. 정계와 재계는 이 같은 노동계의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다. 물론 경제계에서 예측한 것처럼 모두를 정규직화하는 건 시장에 충격이다. 그러다 다 죽을 수도 있다는 경고는 알겠다. 그렇다면 점진적으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대안도 없이 매일 하청노동자만 죽어나간다. 나중에는 하청노동자 하나 쯤이야~! 하는 말까지 나올지 모를 일이다. 생명은 하청이든 원청이든 다 소중하다. 무조건 지켜야 하는 고귀한 것이다.

얼마전 IT 업계 근로자가 자살했다. 업무 스트레스가 원인이다. 불행하게도 그는 하청 노동자였다.

1년 전 본사의 압박 때문에 자살을 택한 유통업체 사장도 있다. 스타필드 고양 입점 업체였는데, 판매 수수료까지 지급하고 나면 남는 게 불과 100만원 남짓. 그런데도 본사에선 끊임없이 매출 압박을 넣었다. 본사와 대리점 간 불공정거래였지만,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았다. 결국 입점업체 사장은 본사의 갑질에 질려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렇게 사망한지 1년이 됐다.

1년 전이나 지금이나 하청 노동자들의 사망은 여전하다. 1년동안 죽어나간 외주 직원들은 알려진 것만 수십명에 달한다. 누군가의 아버지였고, 누군가의 아들딸이었을 노동자들이 아까운 목숨을 잃거나 스스로 버렸다.

선진국형 일자리와 선진국형 '워라밸'(일과 여가 균형) 마련이 시급하다. 더 힘들고 어렵고 궂은 일을 하는 이들을 더 대우해줘야 한다. 수십년 후 우리나라도 그렇게 바뀌겠지만, 당장 산 목숨들은 살려야 한다. 더 이상 죽이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