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장애인들에게 시설이란
장애인들에게 시설은 감옥이다. 정신은 멀쩡한 이들이다. 다만 몸이 불편할 뿐이다. 비장애인들은 이를 놓고 차별한다. 단지 차이일 뿐인데 말이다. 그런데 장애인들에게 차별보다 더 무서운 게 있다. 바로 시설이다.
생각도 마음도 멀쩡한 이들을 시설에 옭아매서 아무 것도 못하게 만든다. 장애인들은 그런 곳에서 한 하루도 있기 싫어한다. 독방이라는 것이다. 주어진 시간에 맞춰 생활해야 하고 매일 비슷한 음식을 먹는다. 사람으로 태어나서 해볼 수 있는 여러 가지 일들 중에 몇가지밖에 하지 못한다. 시설에서 생활하는 이들의 일상이다. 정신지체장애인들의 경우 시설의 도움이 필요하다. 탈 시설할 경우 스스로 제어할 수 없기 때문에 오히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 또한 탈시설해야 한다고 장애인계가 외치는 이유는 하나의 인격체이니 도움을 받고서라도 좀 자유롭게 살아야 하는 인간이 누릴 아주 기본적인 권리 때문이다.
그 기본적인 권리를 누리려면 돈이 많이 든다. 하지만 많은 예산 중에 장애인들에게 쓸 예산은 거의 없다. 겨우 생떼를 써서 받아낸 예산이 몇십억원이다. 수천명이 장애인들이 나눠쓰기엔 너무 적은 예산이다.
예를 들면 장애인들이 탈 시설할 경우 그에 따른 제반 사항으로 그들을 도와줄 수 있는 인력이 필요하다. 인력지원에 따른 예산이 소요될 것이고, 또 의료장비 및 도우미들도 탈 시설보다 훨씬 더 필요로 할 것이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장애인과 정부 간 탈 시설에 대해 보는 관점이 달라지는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문제는 돈보다 사람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는 더 빨라진다. 결국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돈은 나중 문제이지만, 사람보다 앞서는 게 돈이 된 요즘이다.
특히 장애인 시설에 지원되는 예산의 투명성도 문제다. 일각에선 시설 예산이 장애인들에게 제대로 사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원장들의 이중장부인 것인데, 이 같은 비리를 캐내는 것도 쉽지 않다. 장애인들을 볼모로 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장애인들의 탈 시설은 어떻게 진행돼야 하나. 답은 하나다. 장애인 한분 한분을 사람처럼 대해주면 된다. 예산이 아깝지 않을 것이다. 장애인들을 한 번 만나보아라. 그분들이 얼마나 순수하고 착하며 좋으신 분들인지. 비장애인과의 차이가 차별로 인식돼 늘 해도 들지 않은 곳에서 살아야 했다. 이제 좀 같이 살자. 그런 세상 만들려고 다들 투쟁하고 싸우는 것 아닌가. 그러니 함께 가자. 장애인들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