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공공부문 정규직전환 몸살

2019-07-24     최미경 논설위원·김동길·김기천 기자
민주노총 제공

"대통령이 약속을 안 지키는 것 아냐? 정규직으로 전환해준다고 해놓고 감감무소식이니, 정치적 쇼로 비정규직들을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얼마 전 노동현장에서 만난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김철균(49·경기도 의왕시) 씨는 문재인정부의 정규직 전환 약속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그는 "배신감이 너무 든다"며 "힘없는 비정규직을 이용해 정치적 쇼를 한 게 분명하다"고 확신했다. 김씨의 동료들도 생각은 비슷하다. 정규직으로 전환했지만 오히려 더 쪼그라든 월급에 기존 정규직들의 텃새 때문에 늘 눈칫밥을 먹어야 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오히려 비정규직일 때가 좋았다"며 "헛된 꿈을 꾸거나, 정규직들로부터 괄시와 무시는 지금보다 덜 당했다"고 하소연했다.

정부 비정규직 정규직화의 부작용이다. 물론 정규직들이 나서서 비정규직들과 함께 투쟁을 하는 사업장도 여러 곳이다. 그러나 이미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업장에서는 기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갈등은 상상을 초월한다. 간호사들 사이에 태움이 존재하듯, 기존 직원들의 태움이 있어 정규직 된 후 몇 개월 만에 회사를 떠나는 직원들도 늘었다. 정책이 만들어지고 3년 만에 나타난 현상이다. 모든 정책이 국민들 편의에 맞게 시행되더라도 부작용은 분명 나타난다. 짧은 정책 시행 기간은 부작용을 낳았고, 정부는 문제를 해결해 나아가고 있다. 차츰 더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도 아직 버리지 않았다. 반대로 짧은 정책 시행 기간에도 현장에서 많은 이들이 혜택을 보고 있다. 23일 고용노동부(장관 이재갑, 이하 노동부)가 최근 2년간 정규직 전환을 결정한 인원이 18만5000명으로 나타났다는 통계를 내놨다. 이는 중앙행정기관·지방자치단체 등 공공부문 비정규직군에만 해당된다.

사실 정부가 가장 먼저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정책을 시행하게 된 배경은 바로 공공부분이 바뀌면 자연스럽게 민간기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정부가 나서서 솔선수범하면 민간기업들도 자연스럽게 비정규직 혹은 하청에 대한 책임의식을 더 강하게 가질 것이라는 믿음이 자리했다. 그간 민간기업들의 하청관리를 보면 그 안에 숨만 쉬고 매일 불합리한 지시와 갑(甲)질에 일만 했던 노동자들이 많았다. 촛불정부로 탄생한 문재인정부가 결코 간과할 수 없었던 문제였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공공부분 비정규직들이 근무하는 인천공항에 간 것이다.

정부의 정규직 전환은 이 같은 배경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방식을 보면 기관 대부분이 직접 채용했고, 자회사 전환 방식은 46개소에 그쳤다. 인원별로는 12만6,000명(80.7%)이 직접 채용 됐고, 3만여 명(19.0%)이 자회사로 정규직 전환됐다. 노동부의 자화자찬처럼 보이지만 실제 많은 공공부문에서 변화가 일고 있는 건 사실이다. 자회사로 전환된 이유는 예산 때문이다.

이정미 의원실 제공

현재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요금수납직원들의 상황만 봐도 그렇다. 이런 사업장은 정부가 적극 개입해서 문제를 풀어줘야 한다. 국회도 문제를 좌시해선 안 된다. 추경을 정치권에서 당리당략에 이용하면서 민생에 쓰일 예산이 꽁꽁 묶여 있다. 국회의원들은 국민들의 노비를 자처하면서 정작 자신들의 곳간에만 신경 쓴다. 자신들의 밥그릇 빼앗길까봐 국민을 볼모로 잡고 겁박한다. 노동과 정치가 합을 이루지 못하면 그 피해는 현장 노동자들에게 돌아간다. 안타깝게도 톨게이트 노동자들에게 그 직격탄을 맞고 있다. 부작용과 시행착오의 중심에 있는 톨게이트 노동자들에 대해서도 해법이 강구되고 있다. 다만 어떤 식으로 풀지는 미지수다. 희망적인 것은 최근 들어 노동환경이 이전과 비교해 달라지고 있다는 거다.

한국노동연구원 성재민 연구위원은 최근 열린 세미나에서 "노동자들의 근무여건과 환경이 이전보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추세에 있다"며 "앞으로 산업전반으로 더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