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학생 울타리 옛말된 교육기관
교육부, 한유총 개학연기 투쟁 대한 전방위 조사 시작 서울공연예술고, 학생 피해·불이익 호소에 일방적 보복 감행 재학생 “선생님이 배정 안 돼 수업 듣지 못하고 있어”
학생들을 보호해야 할 유치원, 학교가 오히려 학생들을 위협하는 존재로 전락하고 있다. 교육계의 민낯이다.
사립유치원단체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는 아이를 볼모로 무지한 집단행동을 하다 물매를 맞고 있다. 이기심을 앞세운 한유총의 태도에 학부모들의 인내심은 한계점에 달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한유총 엄단’을 촉구하는 청원이 넘쳐났다.
결국 정부의 강경 대응과 싸늘한 국민 여론에 밀려 개학연기 투쟁을 하루 만에 철회하고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한유총에 대해 전방위 조사가 시작됐다. 교육부가 지난 5일 유치원 개학연기 투쟁을 주도한 혐의로 한유총을 공정위에 신고한 후속 조치다.
검찰도 한유총을 상대로 칼을 뽑아 들었다. 한유총이 개학연기를 철회했어도 위법행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닌 만큼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다.
고등학교에서도 비슷한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
지난달 서울공연예술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은 지난 17일 ‘영화전공 8기’ 유튜브 채널에 ‘누가 죄인인가_서울공연예술고등학교 학생들의 피해와 불이익을 고발합니다’라는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 속에는 학생들이 뮤지컬 ‘영웅’ 노래 가사를 개사해 학교 비리를 폭로하는 모습이 담겨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학생들은 “모든 학생들이 더욱 더 올바른 환경에서 교육받을 수 있도록 개선됐으면 하는 바람이다”라며 “피해와 불이익을 모든 학생들을 위로하고 응원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서울공연예술고는 교장과 행정실장이 미성년자인 학생들을 강제적으로 술자리 모임에 불러 노래를 시키고, 회계 부정과 채용 비리 등 각종 의혹이 폭로돼 논란이 됐다.
학교 측은 논란에 대해 “학생들을 위한 실습이었다”고 해명했지만 ‘학교의 비리로 방송에 뉴스 보도된 이후 연기과를 제외한 타과 학생들을 편애한다’, ‘교장선생님은 부모님들과 학생들 사이를 이간질하고, 교장의 명예훼손을 이유로 징계를 지시하고 있다’ 등의 학생들의 호소는 멈추지 않았다.
학부모들은 지난달 21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국민청원을 게시했다. 이들은 “학생들의 용기 있는 증언으로 학교의 문제점들이 밝혀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교장은 잘못을 인정하려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아이들이 깨끗하고 행복한 학교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응원해달라”고 말했다.
이러한 주장에도 서울공연예술고는 오히려 자신이 피해자라는 듯이 개학 후 학생들을 향한 일방적인 보복을 감행했다.
지난 4일 실용무용과 신입생 A씨는 “전공실기 시간인데 교장이 학과장 선생님을 해고해 수업을 듣지 못하고 자습을 하고 있다”며 “담임선생님이 배정이 안된 채 일주일에 11시간씩 전공실기 선생님 없이 보내야 한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실용음악과에 재학 중인 B씨 또한 “보컬 전공 선생님이 정해지지 않아 실기 수업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며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아예 들어오지 않는 게 당연시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신변위험에도 힘없는 학생들은 SNS 등을 통해 피해와 불이익을 힘있게 외쳤다. 그러나 사적이익과 학교 명예만을 위해 좌지우지하는 서울공연예술고의 태도로 인해 결국 학생들에게는 더 큰 상처와 불신만 남게 됐다.
한편 교육청은 교장 파면과 행정실장 해임을 학교 재단에 요구하고 중대 혐의에 대해서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유명 아이돌 배출 학교’라는 이름만 앞세우고 교장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가운데 ‘과연 누가 진정한 죄인인가’를 지켜볼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