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일 꽁트] 잘 났어! 정말!③
2편이어
남편은 간편한 차림으로 다시 집을 나서는 게 아닌가. 605호 현이 엄마는 아무래도 남편의 거동이 수상쩍어 고개를 갸웃 뚱 하며 남편의 뒤를 미행해 봤다. 남편은 아파트 단지 끝에 있는 상가 3층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그곳엔 놀랍게도 5동 남자들이 모두 모여들고 있는 것이었다. 더욱 놀랄 일은 여자란 씨알머리도 없는 그 남자들 틈에 그녀가 끼어 올라가고 있었던 것이었다. 헐레벌떡 되돌아온 현이 엄마는 전화통을 붙잡고 난리가 난 듯 사발통문을 돌려대고 있었다.
“ 아니, 도대체 이럴 수가 있느냐 말야! 고년이 아파트 남자란 남자는 다 꼬드켜서 지금 상가 3층에 다들 모였다구요!”
“ 거기서 뭐 하는데요?”
“ 낸들 알아요? 우리도 다 모여 쫓아가 봐야겠다 싶어 이렇게 뛰어 온 거라구요!”
5동 아파트 앞에는 수십 명의 여자들이 금 새 모여들었고, 모여든 여자들을 향해 혜나 엄마는 열을 올리고 있었다.
“ 설마설마 했더니 드디어 올 것이 온 것 이라 구요. 어떻게 할까요? 한꺼번에 쳐들어 가는게...”
“ 허지만 남자들이 뭐 하는지도 모르고 소란을 피워도 우스운 것이고 누군가 사정을 보고 온 다음에 행동을 해도 늦지 않을 것 같아요.”
점잖은 102 호 엄마가 타이르듯 의견을 개진했다.
“ 그래요 여자들이 너무 설쳐도 안 좋을 것 같아요.”하는 소리도 들렸다.
그러나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현이 엄마가
“ 내 이 눈으로 똑똑히 봤어요. 그 여자가 눈웃음을 치면서 남자들과 같이 올라가는 것을!”
“ 자 그럼 이렇게 합시다. 우리가 단체로 쳐들어가되, 가서 상황을 봐서 남편 멱살을 잡던 때려 엎으던 현장에서 결정하는 것으로 합시다.”
오륙십 명의 여자들은 보무도 당당 하게 상가 3층으로 진입해 들어갔다. 넓은 회의실엔 의자가 둘씩 짝지어 있었고 자리를 하나씩 차지하고 있던 남자들이 일제히 일어나며 쳐들어온 여자들을 박수로 환영 하고 있었다.
“ 기다렸습니다. 지금오신 여자분들의 자리도 이미 마련되어 있습니다. 각자 찾아가 앉으십시오.”
사회자는 만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
“ 자 그럼 오늘의 모임을 시작 하겠습니다. 먼저 오늘 말씀 해주실 김희선 박사님을 소개 하겠습니다. 김 박사님은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미국에서 초청되어 청와대 문화교육 담당 보좌관으로 임명 되셨고 요즘 특별히 화목한 가정 꾸미기 프로그램을 구상 실천하고 계십니다. 미소를 띠우며 걸어 나오는 사람은 다름 아닌 우리 동 11층에 이사 온 문제의 그녀였다.
남편이 그곳에 참석하지 않아 뒷 켠에 서 있던 혜나 엄마는, 지금쯤 어느 술집에서 어떤 년인지 끌어안고 술이나 퍼마시고 있을지도 모르는 남편을 떠올리며 한마디를 던지고 도망치듯 회의장을 물러나왔다.
“ 잘났어! 정말!”
끝.
▶양동일 작가소개(프로필 순천중고 졸업, 한국외대 영어과 졸업, 홍익대 대학원 미술사학 졸업, 재미 문인협회 회원, 현)재미꽁뜨작가 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