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일 꽁트] 누드모델 필요하세요?④
3편에 이어~
“ 마음 붙이기가 힘들었어! 처음엔 꿈 속에 정아가 자꾸 나타나서 허!허!”
“ 결혼 않하세요?”
“ 결혼을 할 꺼라면 정아를 그렇게 놓치진 않았겠지!”
“ 헌데 오빠! 너무 외로워 보여요. 애인이라도 사귀어 보세요. 외로움을 달래줄!”
“ 필요 하겠지! 나도 건강한 남자니깐. 그래서 세상엔 부담 없이 외로움을 달래줄 여자들이 있는 거겠지.”
이렇게 성숙해서 다시 만난 우리는 허물없는 친구처럼, 스스럼없이 무엇이나 편안한 마음으로 말할 수 있는 사이가 되어 버렸던 것이다.
“ 그래 남편은 아끼고 사랑해 주나, 정아를?”
“ 네 저두 그렇구요!”
“ 다행이군, 행복해 보이니. 좋은 사람을 만난 게로군!”
“ 네 그런 것 같애요.”
“ 나도 파리 생활 몇 년에 생각도 생활도 많이 변해버린걸 느껴!”
“ 어떻게요?”
“ 글쎄, 뭐 인생도 예술도 별게 아니란 생각도 들고, 세상을 다 산건 아니지만 좀 자유스러워 졌다고나 할까! 예술이란 결국 인생살이의 연장선상에서 봐야 한다는 것을 터득 했다 할까? 외설스럽게 타락했다고 할까?”
“ 변하긴 변했네요. 그때의 오빤 도덕자연 했고 순수 그 자체였던 것 같았는데, 호,호!”
“ 그랬던가? 이제야 인간의 본질로 되돌아 온 거겠지!”
“ 그럴줄 알았으면 제가 줄기차게 기다렸어야 하는 건데. 성급 했나 봐요.”
“ 아직도 난 한 지아비로선 실격이야! 언제고 방황의 길로 선뜻 들어설지 모르는 항상 위태위태한 존재니까!”
“ 그렇담 일찍 팔려간 게 다행이구요.”
“ 그럴지 모르지. 그래서 우린 이렇게 자유인으로 자유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으니 말이야! 바가지 긁히거나 얻어맞는 불상사도 염려할 필요 없이.”
“ 잠간만요, 화장실 좀.”
정아는 의자에서 일어나 거실 쪽 문을 열고 들어갔다. 화장실은 준호가 거처하는 방 안에 붙어 있었다. 그녀는 방 안을 둘러보았다. 그리다만 여자 누드가 이젤위에 놓여 있었고 벽 면엔 여자의 나신들이 요염한 포즈를 취한 채 붙어 있었다. 침대 발치엔 남녀가 알몸으로 포옹하고 있는 포스터 크기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그 옆엔 벌거벗은 여자 마네킹이 멍청한 자세로 서 있었다. 어느 샌가 준호가 뒤따라 들어와 있었다.
“ 방 안이 지저분하지?”
“ 아뇨, 괜찮아요. 그런데 오빠! 누드모델이 필요 하세요?”
정아는 그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그녀를 마주보던 그의 눈이 잠간 빛을 튕겨 내더니 천천히 정아의 눈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정아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정지된 상태로 그 자리에 마네킹처럼 오래 오래 서 있고 싶었다.
끝.
▶양동일 작가소개(프로필 순천중고 졸업, 한국외대 영어과 졸업, 홍익대 대학원 미술사학 졸업, 재미 문인협회 회원, 현)재미꽁뜨작가 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