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일 꽁트] 어느 돌팔이에게 보내는 갈채③
2편에 이어~
갑자기 무엇인가 무너져 내리는 소리가 가슴속에서 들려왔고, 그 소리에 화가 치밀었다. 그것은 커다란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물론 다른 여선생님들도, 우리 엄마도 똥을 싼다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 유독 음악선생님이 똥을 싼다는 데에 내가 왜 이렇게 화가 나는지 나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그 똥 덩어리를 겨냥해 오줌을 깔겼다. 그러나 무너지다만 똥 덩어리 속에서 콩나물 대가리는 유난스레 노오랗게 빛났고 그때 오줌 줄기는 스르르 끝나 버렸다.
“ 여성에 대한 경외심의 상실이라! 이제 그거한번 들어 볼까?"
석 여사와 나는 위스키잔을 들어 한 모금을 홀짝 마시고는 흑인처럼 튀어나온 닥터 강의 두툼한 두 입술을 응시했다. 닥터 강은 마치 주검까지 가지고 가려고 마음먹은 비밀이라도 되는 것 처럼 기도하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이야기를 시작했다.
“ 지독하게 짝사랑하던 여인이 있었지요. 말 한번 붙여보기도 힘들어 전전긍긍하며 젊은 시절을 온통 바쳐버렸는데, 어쩌면 그녀에 대한 보복 심리가 엉뚱하게 나를 산부인과 의사로 만들어 버렸는지 모릅니다.”
“ 그녀에게 감사해야 되겠네요! 아니었으면 닥터 강 지금쯤 무엇이 되어있을까! 걱정될 뻔 했네! 호,호, 모르긴 해도 아마!”
“ 아마! 국회의원쯤 되었겠지요..”
“ 꿈도 야무지시네!”
“ 그래서,,,계속 하시지요!”
그는 저 멀리 수평선 쪽으로 시선을 주며 기억을 더듬듯 진지한 어조로 이야기 해나갔다.
“ 찾아온 환자와 대면을 하고보니 옛날의 그녀와 닮았다 생각했는데 그녀도 당황해 얼굴을 붉히는 것이었어요. 설마 그녀라 상상을 못했으니까요. 그녀는 이미 체면쯤 접어둘 수 밖에 없을 만큼 절박한 상황 이었나 봅니다.
‘ 아무래도 임신인것 같아요. 그 사람의 아이를 낳아서는 안 돼요! 낙태를 시켜주세요!’
그녀의 애원을 들으며, 스스로 돌팔이 산부인과 의사의 길을 택해 버린 셈이죠. 동시에 여자에 대한 경외심 마져 사라져 버렸죠.“
닥터 강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떨군채 오래오래 술잔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끝.
▶양동일 작가소개(프로필 순천중고 졸업, 한국외대 영어과 졸업,홍익대 대학원 미술사학 졸업, 재미 문인협회 회원, 현)재미꽁뜨작가 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