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요계를 비롯해 예능 프로그램, 광고계에 부는 트로트 바람이 심상치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에도 불구하고 7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는 ‘내일은 미스터트롯 대국민 감사콘서트’가 열린다. 네 차례에 걸쳐 연기됐음에도 매번 뜨거운 예매 열기를 뽐낸 상황을 생각한다면 트로트 파워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미스트롯’에 이어 ‘미스터트롯’까지 만들어낸 건 비단 트로트가수와 출연자뿐만이 아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를 마음껏 응원하고 좋아할 수 있는 팬덤 역시 트로트 열풍을 일으킨 부산물이다.

트로트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미스터트롯’ 팬덤의 특이점은 아이돌 그룹처럼 여러 멤버들이 한 팀으로 뭉친 게 아니라 7명의 개별 팬들로 구성돼 있다는 점이다. ‘미스터트롯’에서 진을 차지한 임영웅을 중심으로 이찬원, 김호중, 김희재, 장민호, 영탁, 정동원까지 총 7명의 멤버들은 각각 탄탄한 팬층을 가지고 있다.

이른바 ‘개인 팬’들이 모여 있는 팬덤 특성상 내부 기 싸움도 만만치 않다. 아이돌 판보다 더 심할 때도 있다. “어제의 동료가 오늘의 적이 된다”는 말을 실제로 보여주는 것 마냥 TV조선 ‘사랑의 콜센타’, ‘뽕숭아학당’은 방송만 했다하면 시청자 게시판엔 다른 멤버들을 비하하는 게시글로 도배된다. 어제오늘 이찬원 사태가 딱 같은 꼴이다.

최근 이찬원의 방송 분량이 적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면서 ‘멤버 홀대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달 22일 방송된 ‘뽕숭아 학당’에서 다른 멤버들은 평균 두 곡씩 불렀지만 이찬원은 ‘장녹수’ 한 곡을 부르는 모습이 담겼다. 그마저도 1절 편집본만 내보내 이찬원 팬들은 시청자 게시판에 관련 항의 글을 쏟아냈다.

지난 6일 방송된 ‘사랑의 콜센타’에서는 예고편과 다르게 이찬원과 유성은의 무대를 보여주지 않아 논란이 됐다. 방송이 끝난 후 시청자 게시판은 사과와 해명을 요구한다는 글로 가득 찼다. 이찬원 팬들은 “사과와 해명도 사람 따라 가려서 하느냐. 통편집을 하는 의도가 무엇이냐” 등 의견을 보였다.

줄어들 낌새가 보이지 않는 불만에 다른 멤버들의 팬덤 일부는 이찬원 팬들을 비난하고 나섰다. 이찬원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려 심한 글을 남기는 팬들도 있었다. 이들은 “이찬원 팬들만 유난이다”, “품위 없는 팬들 모습”, “실력이 안 좋아서 편집했겠지”, “팬들도 극성이다. 그만해라” 등 비난을 쏟아냈다.

팬덤간 응원하는 가수의 분량이나 편집 방향에 항의하고 방송국에 피드백을 바라는 모습은 아이돌 그룹이나 ‘프로듀스1010’ 등 타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가수에겐 일반적인 일이다. 이 과정에서 타 가수를 내리깎고 비난하는 것 역시 당연한 수순이다. 다만 트로트 계에서는 탄탄하고 조직적인 팬덤이 형성된 탓에 팬뿐만 아니라 일반 시청자들에게까지 피로감이 전달되고 있다.

물론 적극적인 목소리는 가수들의 분량과 인기를 유지시키는데 도움이 된다는 긍정적인 시각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팬덤을 넘어 가수 이미지까지 하락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계속되는 타 가수 내려깎기와 집안싸움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가수가 방송국과 제작진 눈치를 보게 되는 상황을 만들게 되고, 이는 악순환으로 이러질 수 있다. 방송사와 제작진 눈에 벗어나게 되면 심하게는 방탄소년단, 여자친구, 세븐틴 같이 특정 방송사 출연이 막히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도 있다.

크게 보면 원인 제공은 결국 방송사와 제작진이다. 팬들도 이를 분명히 알고 있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매일 비판을 가하고 있다. 하지만 너도나도 써대는 갈피 잃은 ‘징징거림’에 올바른 항의가 ‘개밥그릇 싸움’으로 불리고 있다.

언젠가 인기가 식을 ‘미스터트롯’이다. “설마 그러겠어”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또 다른 시즌이 열리면 언제 응원했냐는 듯 새로운 출연자와 가수를 응원하는 팬덤 대이동이 생길 수도 있다. 그렇기에 팬덤 간의 싸움이 아닌 단합이 더욱 중요한 때다. 프로그램이 끝날 때마다 꼬투리를 잡으며 서로를 깎아내릴 것이 아닌 머리를 맞대어 제대로 의견을 드러내야 한다는 것이다. ‘미스터트롯’의 Top의 진정한 팬과 가수들이 모두 함께 가기 위해선 지금이라도 서로가 단합해가며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사진=TV조선 '사랑의 콜센타'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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