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아이돌 콘서트는 많이 가보았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 19) 감염병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는 1년에 2~3회씩 꾸준히 콘서트를 관람했다. 에이핑크, 마마무, 오마이걸, 우조소녀, 여자친구 등 주로 걸그룹 콘서트를 봤다. 이 외에도 뮤직뱅크, 음악중심, 인기가요 등 공중파 가요 프로그램 방청도 해보았다.

그동안 수많은 공연을 접했지만 트로트 콘서트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역 축제 등에서 트로트 무대는 봤으나 콘서트를 관람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주로 10~30대가 몰려있는 아이돌 팬덤과 달리 트로트 팬덤은 어떤 모습을 보일지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실제로 가 본 '내일은 미스터트롯' 콘서트는 아이돌 콘서트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다만 당초 4월에 개최됐어야 했으나 코로나19로 여러 차례 미뤄진 탓에 팬들의 기대감이 하늘을 뚫다 못해 주변까지 물들이는 신기한 현상를 마주했다.

‘미스터트롯’ 콘서트가 열리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K스포돔) 모습
‘미스터트롯’ 콘서트가 열리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K스포돔) 모습

7일 오후 7시 30분부터 콘서트가 시작됐으나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주변은 일찍부터 팬들로 가득 찼다. 오후 5시에 시작하는 콘서트를 보기 위해 새벽 5시부터 줄을 서는 아이돌 팬들과 같은 모습이었다.

이날 콘서트에는 '미스터트롯' 진을 차지한 임영웅을 비롯해 이찬원, 영탁, 김호중, 장민호, 정동원, 김희재 등 Top7이 출연했다. 김수찬, 나태주, 류지광, 노지훈, 남승민, 신인선 등 화제의 출연자들도 무대에 올랐다.

팬들은 가수를 대표하는 색깔의 티셔츠를 입고 삼삼오오 모여 사진을 찍었다. 비가 그쳤지만 다소 높은 습도 탓에 짜증에 날 법도 했지만 어린아이부터 어른들까지 저마다 얼굴에 웃음을 띄우며 공연장 근처를 돌아다녔다.

콘서트 표를 구하지 못한 일부 팬들은 공연장 한 곳에 자리 잡아 리허설 음성을 듣기도 했다. 자기가 응원하는 가수가 나올 때는 바로 앞에서 공연을 보는 것마냥 물개 박수를 쳤다. 일부 팬들은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나 노래 들었다"라며 자랑하기도 했다. 연령대는 달랐지만 가수의 목소리만 듣고도 아이처럼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아이돌과 트로트 차이뿐이지 저마다 좋아하는 건 다 똑같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연 내·외부에서 물건 나눔이 금지된 가운데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인근 카페에서 진행된 임영웅 컵홀더 이벤트
공연 내·외부에서 물건 나눔이 금지된 가운데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인근 카페에서 진행된 임영웅 컵홀더 이벤트

콘서트의 꽃은 '무료나눔'이다. 아이돌 콘서트 개최 공지가 뜨면 트위터 등 SNS에는 일주일 사이에 수십 개의 나눔 게시물이 올라온다. 부채부터 스티커, 엽서, 핫팩, 앨범 등 물품은 매우 다양하다. 표가 있어야만 받을 수 있거나 콘서트 장에 오기만 하면 누구나 받을 수 있다.

아쉽게도 미스터트롯 콘서트 장에서는 이 같은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앞서 콘서트 주최 측에서 공지를 통해 물건 나눔 등을 할 수 없다고 못을 박았기 때문이다.

아쉬움은 남았지만 팬들은 저마다 방법으로 콘서트 관람을 준비했다. 여분의 마스크가 있는지 확인하는 팬들부터 개인 응원봉을 챙겨오거나 제작한 플랜카드를 흔들었다. 마스크가 없어졌다는 지방 팬의 토로에 선뜻 새 마스크를 건네는 관객도 있었다.

트로트 열풍 속 집에서 가만히 앉아있던 중년층이 온·오프라인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일각에선 "나이 먹고 무슨 주책이냐"며 아니꼬운 시선으로 바라봤지만 직접 마주한 이들의 열정은 10~20대에 밀리지 않을 정도로 매우 강렬했다.

"트로트는 되고 k-pop은 안 되냐"라는 불만이 굉장히 많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트로트를 시작으로 온라인 콘서트만을 진행하던 k-pop이 오프라인으로 돌아갈 수 있는 '핑계'가 생긴다. 부디 집단 감염 등 악소식이 나오지 않아 트로트 오프라인 콘서트 열풍이 k-pop에도 닿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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