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삼성해고노동자 김용희 고공농성 공대위
사진=삼성해고노동자 김용희 고공농성 공대위

1년 365일이 되기 10일 전이다. 355일째 서울 강남역 사거리 CCTV 철탑 위에서 복직을 요구해온 김용희 삼성해고노동자가 29일 고공농성을 중단하기로 했다. 삼성해고노동자 김용희 고공농성 공대위에 따르면 김씨는 삼성 측의 사과와 명예복직, 해고기간 피해에 대한 배상에 합의해 고공농성 투쟁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노사 화합과 상생을 도모하겠다며 전향적 변화를 예고했다. 일말의 양심이 남아있었던가. 20여일 만에 3가지 약속 중 한 가지를 이뤄냈다. 20여 년간 광과문과 삼성 본사를 오가며 복직, 명예회복을 요구한 김씨의 투쟁이 20일 만에 해결됐다. 이제는 마음 놓고 땅을 밟을 수 있다는 기쁨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럴 거면 진작 합의하지’라는 미운 생각도 든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김씨를 지지하고 연대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마이크를 잡고 삼성의 사과는 실질적 개선 조치와 진실성이 없다고 비판을 가했다. 암환우 모임, 서울교통공사 노조, 삼성피해자 공동투쟁 등은 ‘삼성그룹 교섭촉구 연대문화제’를 열어 삼성의 실질적 해결을 촉구했다. “인간답게 살고 싶은 마음은 똑같다. 누구는 철탑 위에서 농성하고, 누구는 버젓이 다니며 사과랍시고 사기를 치고 다니는가”라고 위로를 보내기도 했다.

모두가 바라던 농성의 끝이다. 그렇다고 삼성을 향한 규탄의 목소리까지 끝난 건 아니다. 김씨의 부당해고는 삼성의 노동자 탄압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하나의 사건이다. 과천 철거민과 암보험 피해자, 삼성전자서비스 해고자 등 아직 남아있는 삼성 피해자들이 많다. 이들 역시 불법적이고 비윤리적인 삼성으로 인해 피해를 본 사람들이다. 스스로가 내뱉은 약속을 지키기 위해선 이 피해자들도 책임져야 한다. 한 가지를 해결했다고 어깨를 으쓱해선 안 될 것이다.

그리고 김용희 노동자, 그동안 고생하셨다. 앞으로 꽃길만 걷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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