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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이 어떤 중소 건축자재업체의 제품을 채택했다. 보잘것없는 작은 제품이었다.

그러나 그 중소기업에게는 ‘감격’이었다. 그 중소기업은 즉시 비싼 돈을 들여서 만들었던 ‘카탈로그’ 수천 장을 폐기해버렸다. 그리고 ‘현대건설 납품업체’라는 8글자를 커다랗게 넣어서 새로 제작했다.

카탈로그 제작에 수백만 원이 들어야 했지만 전혀 아깝지 않았다. ‘현대건설 납품업체’라는 것만으로도 기업의 이미지를 몇 계단이나 높일 수 있었을 것으로 자부했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는 현대건설에 대한 애착이 대단했다. ‘기업공개’ 압박을 받았지만 버텼다. 기업을 공개해서 경영 내용을 투명하게 밝히라는 압박이었다. 그런데도 “계열회사를 모두 공개해도, 그룹의 모기업(母企業)인 현대건설은 공개할 생각이 없다”고 밝힐 정도였다.

나중에 현대그룹은 현대건설을 공개하더라도 ‘부분 공개’를 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현대건설의 일부분만 공개한 뒤, 나머지는 ‘구주(舊株) 매출’을 통해 주식을 증시에 상장시키겠다는 얘기였다.

기업이 튼튼하기 때문에 ‘신주(新株) 공모’로 자금을 조달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었다. 현대건설은 재무구조도 좋았다.

알다시피, 그랬던 현대그룹은 현대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 등 몇 개 그룹으로 분리되었다. 이른바 ‘왕자의 난’이라는 불협화음을 겪기도 했다. 이후 현대그룹은 ‘범 현대가’로 통하고 있다.

갈라진 현대그룹은 그 위상이 과거와 같을 수 없었다.

지난 2016년, 공정거래위원회는 현대그룹을 ‘대기업집단’에서 제외시키고 있었다. 현대그룹은 대기업집단 지정제도가 시작된 1987년만 해도 32개 집단 가운데 자산 규모 1위를 차지했었다. 하지만 12개 계열회사, 자산 2조5643억 원의 ‘중견기업’으로 전락한 것이다. 당시 ‘29년만의 굴욕’이라는 표현이 나오고 있다.

작년에는 현대자동차그룹이 ‘재계 2위’ 자리를 SK그룹에게 내주기도 했다. 2010년부터 삼성·현대자동차·SK·LG 순이던 자산총액 순위가 SK그룹에게 밀린 것이다.

‘범 현대가’인 HDC현대산업개발은 ‘국민적 질타’를 받기도 했다. 광주에서 시공 중이던 아파트의 외벽이 무너져 내린 것이다. 철거 중이던 건축물이 무너지면서 버스를 덮쳐 시민들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나기도 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국민에게 사과를 하고 있었다.

‘범 현대가’의 수모는 그러고도 그치지 않고 있다. HN Inc가 자금난으로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되었다는 소식이다. HN Inc는 썬앤빌과 헤리엇 등의 브랜드를 가진 중견 건설업체로 원래 회사 이름은 ‘현대BS&C’였다고 했다. 하지만 현대자동차그룹이 ‘현대’라는 브랜드를 사용하지 말라고 제기한 소송에서 패하면서 HN Inc로 간판을 바꿨다고 한다.

과거 현대그룹 직원들은 “어떤 사업에 손을 대더라도 절대로 망하지 않는다”는 자부심이 대단했다. 실제로도 그랬다. 건설에서 시작, 자동차와 조선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운 ‘자랑스러운 기업사’가 있다. 그런데 ‘현대’라는 이름을 못 쓰는 ‘범 현대가’의 기업은 법정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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