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 품은 빙그레' vs '제로 브랜드 앞세운 롯데웰푸드'...헬시플레저 트렌드 한판승부

[뉴스클레임]
뜨거운 여름, 역설적이게도 국내 빙과업계가 전례 없는 초박빙의 뜨거운 승부를 벌이고 있다. 지난해 국내 빙과시장은 점유율에서 롯데웰푸드(대표 이창엽)가 빙그레(사장 김동환)·해태아이스크림을 불과 0.01%포인트 앞선 혼전 양상이었다. 롯데웰푸드 39.86%, 빙그레·해태아이스크림 39.85%로 사실상 통계 오차 범위 내 접전이다.
■해태 품은 빙그레, 시너지 효과 본격화
빙그레(김동환)의 약진 배경에는 2020년 해태아이스크림 인수 효과가 자리잡고 있다. 빙그레가 2020년 인수한 해태아이스크림과의 시너지를 앞세워 롯데웰푸드를 턱밑까지 쫓아왔다. 부라보콘, 누가바, 바밤바 등 국민 아이스크림 브랜드를 확보한 빙그레는 포트폴리오 다양화에 성공했다.
빙그레(김동환)는 2024년 매출액 1조4630억원, 영업이익 1313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매출 4.9%, 영업이익 17% 증가한 수치다. 특히 당기순이익은 19.7% 증가한 1032억원을 달성해 기업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빙그레의 성장 동력은 고마진 제품 전환에 있다. 2024년 빙그레의 제품별 매출 비중은 냉장품목군(우유·유음료) 42.1%(6155억원), 냉동 및 기타품목군(아이스크림) 57.9%(8476억원)로, 수익성 높은 아이스크림 부문이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롯데웰푸드, 제로 브랜드로 차별화 시도
롯데웰푸드는 건강 트렌드에 맞춘 차별화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2024년 결산 전년 대비 연결기준 매출액은 0.5% 감소, 영업이익은 11.3% 감소했으나 당기순이익은 20% 증가했다. 건강 지향적 소비 트렌드로 저당·저칼로리·유기농 등 H&W 제품 수요가 증가한 것이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롯데웰푸드는 설탕, 나트륨 등을 줄이고 유기농 원료를 사용한 제품군인 '헬스 앤드 웰니스'를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2022년 제로 과자를 출시한 데 이어 작년 4월 '제로 밀크 모나카' 등 제로 아이스크림 3종을 선보였다.
올해 4월 매출 기준, 롯데웰푸드의 매출액은 전년대비 26%나 증가했다며 건재함을 보여줬다. 특히 월드콘 같은 스테디셀러의 꾸준한 판매가 뒷받침됐다.
■제로슈거 아이스크림, 새로운 격전지
제로슈거 아이스크림 시장이 양사의 새로운 각축장으로 떠올랐다. 건강을 추구하면서도 맛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헬시플레저 트렌드가 확산되면서다.
제로 슈거 제품은 현대 소비자들이 더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경향과 발맞추어 점점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롯데웰푸드의 '스크류바 0kcal'와 '죠스바 0kcal' 등이 성공을 거두며 미주 시장 진출도 노리고 있다.
여기에 신흥 강자까지 가세했다. 저당 아이스크림 브랜드 '라라스윗'이 올해 편의점 CU의 아이스크림 판매량 1위, 제조사 점유율 4위로 올라서며 무서운 속도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개당 3000원대 프리미엄 가격에도 불구하고 올해 라라스윗의 누적 판매량은 440만개 이상으로 추정되며, 이는 지난 2년간의 누적 판매량을 훌쩍 뛰어넘은 수준이다.
■해외 진출, 새로운 성장 동력
해외 시장 공략도 치열하다. 빙그레의 2024년 수출액은 약 1500억원을 기록했고, 2025년에는 1700억원까지 늘 것으로 전망된다. 빙그레 미국 법인 매출은 2023년 598억원에서 2024년 804억원으로 35% 성장했고, 해당 기간 미국 아이스크림 수출액은 전년 대비 약 40% 증가한 2468만 달러를 기록했다.
빙그레의 메로나는 해외에서 특히 주목받고 있다. 국내 아이스크림 수출 1위인 빙그레가 대표 제품인 메로나를 앞세워 해외 수출을 매년 수백억원씩 늘리고 있다. 미국·중국·베트남이 주요 수출국이며, 세 국가에서만 전체 수출의 50~60%를 얻고 있다.
롯데웰푸드도 글로벌 확장에 적극적이다. 2017년 인도 빙과업체인 하브모어를 1672억원에 인수한 롯데웰푸드는 2028년까지 700억원을 들여 현지 빙과 생산 공장을 증설할 계획이다.
유통 채널별로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편의점이 47%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그 다음이 개인슈퍼 36%, 기업형 슈퍼마켓 8%, 대형마트 4% 순이었다.
올해 상반기 국내 소매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아이스크림은 빙그레의 붕어싸만코다. 하지만 편의점별로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라라스윗이 CU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채널별 특성에 맞춘 전략이 중요해졌다.
증권가에서는 2024년 롯데웰푸드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역대 최대인 4조1618억원, 232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업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K-빙과 시장 매출은 2024년 2조8600억원에서 2030년까지 연평균 3.09% 성장율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제로 식음료 시장도 2024년부터 2029년까지 8조원 규모로 성장, 연평균 성장률 11.3%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원가 상승 압박도 만만치 않다. 원재료 측면에서 원유 가격이 2022년 kg당 1100원에서 2023년 1208원으로 상승했으며, 같은 기간 매입액도 1596억원에서 1676억원으로 증가했다. 이에 대응해 빙그레는 '더위사냥'(800원→1000원), '슈퍼콘'과 '붕어싸만코'(1200원→1400원) 등 주요 제품의 가격을 인상했다.
■제로슈거와 글로벌화가 승부처
0.01%포인트 차이로 벌어지는 빙그레와 롯데웰푸드의 혈투는 제로슈거 아이스크림과 해외 진출 성과에 따라 판가름날 전망이다. 라라스윗 같은 신흥 강자의 부상으로 기존 양강 구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소비자의 건강 의식 확산과 기후변화에 따른 아이스크림 소비 증가는 시장 성장의 기회 요인이다. 하지만 원가 상승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차별화된 제품 개발과 효율적인 운영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