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 가입했다고 계약해지‥

지난 16일 농협중앙회의 전국대의원대회가 농협중앙회 본사에서 열렸다. 당일 행사장 앞에는 노동조합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농협물류로부터 일방적으로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80여명의 화물노동자들이 농협중앙회 회장면담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었다. 기가 찬 것은 농협중앙회 김병원회장의 발언이었다. 김병원 회장은 농협대의원들에게 대회장입장이 소란스러운 점을 양해해 달라며, ‘화물연대는 불법단체로 어떤 일이 있더라도 용납할 수 없는 단체다. 그래서 불법시위를 하는 사람들은 앞으로 농협물류에 진입을 허용하지 말라. 시위에 참여하는 사람은 일체 계약을 못하도록 조치’하도록 지시하였다고 했다. 지난 10여 년간 농협의 먹거리를 운송해온 노동자에게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뻔뻔한 발언이자, 농협중앙회가 그동안 화물노동자를 어떻게 대우해 왔을지 여실하게 보여준 저열한 반노동자 발언이었다.

갈등은 이렇게 시작됐다. 농협물류 얘기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농협물류안성지회(지회장 박노식, 이하 안성분회)는 24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노예상태 강요하는 농협중앙회규탄 특수고용노동자 노조할 권리보장 촉구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박노식 지회장은 "이윤추구에 눈이 먼 ‘농협이 반노동자적 행태를 서슴없이 벌이며 노동자 착취에 나서고 있다"며 "협동조합이라는 이름이 무색하다. 노동자-농민을 다 밀어내고 농협이 존재할 근거가 있는 것인지 근본적으로 톺아봐야 할 지경"이라고 비판했다.

농협에서 8년간 일한 임상빈 안성분회 조합원은 "농협의 운행일지 작성에서 불합리한 부분의 문제를 제기했더니 신원 파악 후 ‘차를 빼서 나가라’고 윽박질렀다"며 "동료 기사와 통화하느라 담당 직원의 전화를 못 받았다는 이유로 휴대폰 검사를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김판호 조합원의 경우 임금체불도 경험했다고 털어놨다.

김 조합원은 “임금 지급이 원래 15일인데 들어오지 않았다”며 “내용증명을 보내니 지난 22일에 들어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 달 먹어 한 달 먹고 사는데 화물연대 탈퇴를 종용하는 게 아닌가”고 털어놓기도 했다.

민주노총 특수고용노동자대책회의는 "ILO 100주년인 올해 화물노동자와 같은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실현을 앞에 두고 있다"며 "그러나 여전히 미비한 법제도를 악용하여 화물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를 가로막는 반노동행위가 지속되고 있다. 농협물류는 즉각 화물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를 보장하고 화물노동자와 성실하게 교섭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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