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8일, 야만의 시간을 끊어야 한다”
금속노조, 스타플렉스 규탄 결의대회

노동자들이 죽어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1년도 넘게 고공농성을 진행해온 노동자들이 있다. 무관심 속에 진행된 이들의 투쟁에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진=김동길 기자
노동자들이 죽어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1년도 넘게 고공농성을 진행해온 노동자들이 있다. 무관심 속에 진행된 이들의 투쟁에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진=김동길 기자

그들은 크리스마스에도 하늘과 가장 맞닿은 곳에 있다. 그들이 이런 시간을 보낸지 1년도 넘었다. 무관심은 또 다른 무관심을 낳았다. 바로 스타플렉스(파인텍) 노동자에 대한 얘기다. 다행스러운 건 김용균 발전비정규직 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이 시발돼 파인텍지회 굴뚝 고공농성에도 언론과 시민단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파인텍 노동자들의 굴뚝 고공농성은 지난해, 가을이 겨울로 넘어가던 11월 12일부터 시작됐다. 두 명의 노동자가 75미터 높이의 굴뚝으로 올라갔다. 금방 내려올 줄 알았던 금속노조 충남지부 파인텍지회의 농성투쟁은 1년이 넘게 진행되고 있다.

23일 노조에 따르면 파인텍지회 홍기탁, 박준호 동지는 농성장을 하늘감옥이라 부른다. 사방이 뚫려있지만 정작 내려오지는 못하는 감옥 아닌 감옥. 굴뚝 위는 막힌 곳이 없어, 바람도, 눈도, 비도, 햇빛도 다 들어오지만 정작 파인텍지회 투쟁의 교섭은 꽉 막혀 있다.

파인텍의 모 회사 스타플렉스의 김세권 사장은 고용노동부의 중재도 노골적으로 무시하며 마치 최악의 상황을 원하는 듯 일체의 대화를 끊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는 지난 9월 김세권 사장과 면담하자고 본사에 들어간 노동자들을 5일 동안 외면하고는 지금은 업무방해로 고소한 상태다. 장시간의 고공농성으로 인해 홍기탁, 박준호 두 동지의 체력은 이미 위험한 상황이다.

오는 12월 24일이면 세계 최장기 고공농성 기록을 ‘같은 자본, 같은 노동조합’이 갈아치운다.

노동자들이 죽어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1년도 넘게 고공농성을 진행해온 노동자들이 있다. 무관심 속에 진행된 이들의 투쟁에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진=김동길 기자
노동자들이 죽어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1년도 넘게 고공농성을 진행해온 노동자들이 있다. 무관심 속에 진행된 이들의 투쟁에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진=김동길 기자

차광호 금속노조 충남지부 파인텍지회장은 땅에서 농성을 두고 볼 수 없다며 죽기를 각오한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다. 이 사태를 보다 못한 종교와 시민사회단체 대표자들이 무기한 연대 단식에 들어갔다. 파인텍지회 조합원들의 고용주인 김세권 스타플렉스 회장은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며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이승열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김세권 자본은 시간을 끌고 외면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오판하지 말라"며 "끝까지 투쟁할 각오와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조합은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았다. 김세권 회장이 파인텍 먹튀를 책임지고 스타플렉스 음성공장에 다섯 노동자를 고용하면 된다”며 복직을 촉구했다.

차광호 지회장은 투쟁사에서 “노동조합은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았다. 김세권 회장이 파인텍 먹튀를 책임지고 스타플렉스 음성공장에 다섯 노동자를 고용하면 된다”라며 복직을 촉구했다. 김 지회장은 “김세권이 다섯 노동자를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는 한국사회에서 노동자와 한 약속을 어겨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분노했다.

송경동 시인과 인권재단 ‘사람’의 박래군 소장,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나승구 신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소장 박승렬 목사는 “이대로 408일을 넘길 수 없다”라며 12월 18일부터 무기한 연대 단식에 들어갔다.

송경동 시인은 연대사에서 “곡기가 아니라 408일 굴뚝 농성이라는 야만의 시간을 끊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경동 시인은 “김세권은 이제 시민사회 모두와 싸워야 한다”라며 끝까지 함께 투쟁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한편 조합원들은 스타플렉스 서울사무소 앞에 세운 단식농성장에 희망을 상징하는 별을 달며 올해가 가기 전 박준호, 홍기탁 조합원이 무사히 땅으로 내려오기를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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