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부 치과의 과잉진료 때문에 전체 치과의사 집단이 뭇매를 맞는 경우가 있었다. 안해도 되는 진료까지 부추겨서 진비를 더 지불하도록 만든 게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된 것이다. 뉴스클레임은 문제의 과잉진료 피해를 입은 환자를 수소문 끝에 연락했다. 피해자는 자신의 억울함을 어디에 얘기하냐며 하소연 했다. 뉴스클레임은 [연중기획-덫]이라는 주제로 덫에 걸릴 수밖에 없는 치과의료 소비자들에 대해 총 3차례 기획기사를 통해 속을 파헤쳐 본다.
◇글싣는 순서 ①치과과잉진료 늪…속수무책 소비자들 ②과잉진료하는 치과의사들, 왜?③치과 바가지 진료비 피하는 법

직장인 정창원(44·강서구 화곡동)씨는 구랍 12월, 일 년에 한번 보험적용을 받을 수 있는 스케일링을 하기 위해 집 근처 치과를 방문했다. 스케일링은 보험이 적용되기 때문에 1만3000원만 내면 치석을 제거할 수 있다. 치과 공통이다. 굳이 어느 치과가 더 저렴한지 따져보지 않아도 된다. 그 어떤 의심도 없이 치과에서 스케일링 치료를 받았다. 치석제거술은 치과위생사들이 전담한다. 치과위생사들은 의료기사 9급으로 치과의사를 도와 치과내 진료행위에 참여한다.
쇠를 깎는 듯 한 스케일러 기구 소리가 잇몸 사이를 지나쳐 갈 때마다, 정 씨의 어깨는 더 경직되고, 치석을 떼어 내는 순간 '찌릿'하는 통증은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 한다. 그래서 치과 가기 늘 겁이 났지만, 치석 제거를 하지 않으면 나중에 더 큰 고통이 찾아온다는 걸 알기에 꼬박 꼬박 치석을 제거하는 편이다.
치석을 다 제거하면 치과의사는 현재 환자의 잇몸과 치아 상태에 대해 환자에게 얘기한다. 과잉진료는 이때부터 시작된다.
담당 치과의사는 정씨의 치아 엑스레이 파노라마 사진을 한참동안 심각하게 본 후 입을 연다.
현재 마흔이 넘었고, 과거 흡연을 한 이력이 있어서 잇몸뼈가 정상인들에 비해 녹아 있다는 게 주치의 소견이었다. 게다가 주치의는 "상악(위턱) 아말감 시술을 받은 어금니에 충치가 생겼다"며 "치료하지 않으면 신경치료를 해야 한다"고 겁을 줬다.
그러면서 주치의는 잇몸관리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얼떨결에 정씨는 "알겠다"며 잠깐 동안 고민을 해보지만, 어느 순간 치과의사는 스케일링 받은 치아 잇몸에 처치진료를 시작한다. 정씨는 "치료 하겠다고 얘기한 적이 없는데 불쑥 치료를 시작한 치과의사에게 '하겠다는 말은 안했다'고 말을 할 수 없었다"며 당황스러움을 나타냈다.
그렇게 정씨는 총 4회에 걸쳐 잇몸치료를 받았고, 9만8000원 가량의 진료비가 들었다. 스케일링만 하러 갔다가 얼떨결에 잇몸치료까지 받은 것이다.
뿐만 아니다. 잇몸치료를 받으면서 총 4번 치과를 방문했다. 잇몸치료외에 아말감 주변 충치치료도 병행했다. 보통은 아말감을 떼어내고 충치가 있는 부분을 더 갉아낸 다음 다시 아말감 재료를 충전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아말감을 대체하는 충전 재료들이 많이 출시됐다. 물론 새로운 제품이니 아말감보다 값이 더 비싸다. 그나마 보험이 되는 재료에만 저렴하다. 비급여인 레진은 10만원, 인레이는 30여만원의 진료비가 든다.
정씨는 충치 재료 중 아말감 재료에 대해서 들은 바가 있고, 어느 정도 상식이 있었다. 그래서 주치의에게 아말감으로 떼워달라고 말했으나, 아말감 재료는 더 이상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추세가 그렇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존하는 충치충전 재료 중에 아말감보다 역사가 더 오래된 재료는 없다. 가장 인체적합성에 좋은 재료다. 아말감을 대체하는 재료들은 깨지기 십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과에서는 아말감을 등한시 한다. 돈이 안 되기 때문이다.
결국 정씨는 아말감 대신 'G-I'라는 보험이 되는 재료로 충전해야 했다. 치과의사 입장에서는 보험이 되는 재료이니 이 또한 돈이 안 된다. 은근슬쩍 제안이 들어온다.
정씨의 상악 어금니 충치 상태가 생각보다 커서 보험 되는 치료로는 충전이 한계가 있다. 그래서 빈틈이 생겨 음식물이 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레이는 치아 모형의 본을 떠서 컴퓨터로 작업을 하기 때문에 정밀하다며 비급여 보철을 권했다.
이쯤 되면 대다수의 환자들은 치과의사가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 결국 스케일링 하러 갔다가 잇몸치료에 인레이까지 하게 된 정씨는 앞서 원하지도 않았던 잇몸치료의 황당함을 잊지 못하고, 집 앞 다른 치과에서 상담을 받아보기로 했다.
상담 결과 보험재료로도 얼마든지 충전이 가능하며, 음식물이 낄 경우 치간 칫솔을 사용하면 된다는 소견을 받는다. 치간 칫솔은 평소에 치아 건강을 위해 무조건 사용해야 하는 아주 귀찮은 일 중에 하나임을 알지만, 관리만 잘하면 굳이 인레이보철을 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사용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충치 치료 하나에 두 가지 소견이 나온 건 한 쪽에서 분명 과잉진료를 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뉴스크레임은 정씨의 치과진료 사례를 서울시치과의사회 이상복 회장에게 직접 물어봤다. 이 회장은 "환자 상태를 직접 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과잉진료라고 단정 지을 순 없다. 충치가 큰 부분은 결국 보철 치료를 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다만 그 시기에 대해서 치과의사마다 소견이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소견이 다른 부분은 치과의사들에 따라 환자들에게 과잉진료로 보일 수도 있는 것임을 예측할 수 있다. 치과 과잉진료가 꾸준히 증가하는 이유다.
2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4년 과잉진료를 포함한 치과진료에 대한 신고건수는 141건이었다. 2015년 160건, 2016년에는 183건으로 증가했다.
치과의 과잉진료가 만연한 건 치과의사들끼리의 경쟁 때문이다. 지금 대로변 사거리 어느 곳이든 좋다. 치과가 몇 곳이나 있는지 살펴봐라. 적게는 3곳에서 많게는 6곳까지 각 건물에 치과가 들어 차 있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