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김용균법, 비정규직 이제그만!… 설움 풀다!
산안법 재개정 당정합의, 노동계 일제히 '환영'
김용균씨 장례 민주사회장으로, 오는 9일까지

공공운수 제공
공공운수 제공

“석탄 먼지로 앞이 보이질 않았다. 숨을 쉴 때마다 탄가루가 입 속에 씹혔다. 안개 속을 손전등 하나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입사한 지 3개월밖에 안 되는 신입이었기 때문에 더 열심히 했다. 파리 목숨보다 못한 취급을 받았지만, 그의 책임감은 그 누구보다 컸다. 너무 보고 싶다. 용균아 부디 그곳에서라도 편히 쉬렴.”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손현기씨의 말이다.

비극은 2018년 12월 그렇게 시작됐다. 제대로 된 작업도구 없이 혼자의 몸으로 극한의 상황에서 일을 하다 사람이 죽었다. 예고된 비극이었다. 막을 수 있었지만 비정규직의 목숨을 노동현장에서는 파리목숨쯤으로 여겼다. 故김용균씨가 그다. 비정규직의 죽음은 사회적 문제로 옮겨붙었다. 결국 국회에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으로까지 이어졌다. 노동계는 산안법 개정을 위해 매일 투쟁을 벌였고, 국회 본회의에서 법이 개정됐다. 그런데 어찌된 게 노동계의 투쟁은 더 크게 번졌다. 개정된 산안법이 김용균씨의 죽음을 더 억울하게 했기 때문이다. 발전노동자들의 문제는 개정된 법에 빠져 있었다. 관련자의 책임도 보상도 없는 그야말로 허울뿐인 산안법 개정이었던 거다. 김씨 어머니는 매일 집회 장소에 나와 “우리 아들처럼 억울한 사람이 또 나오면 안 된다”고 울부짖었다. 김씨의 장례식은 무기한 연기됐다. 지난달 22일 태안의료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 그의 빈소가 옮겨졌다. 무기한 장례 연기에 따른 대비였다. 시민대책위 대표들은 문재인대통령이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법 개정은 필요해 보이는데,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려 했다. 그저 누군가 할 것이라고만 여겼다. 겉으로는 법 개정을 소리쳤지만 속으론 강건너 불구경한 이들이 태반이다.

노동계가 장기전을 준비한 이유다. 설 이후 대규모 투쟁도 이어갈 것을 천명하기 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 5일 당정이 합의했다. 의외였다. 발전소 연료·환경설비 운전 분야에 대한 비정규직들도 정규직 전환을 검토하기로 했다. 방안 등을 발표했다. 노동계는 김용균법 후속대책 마련 당정합의를 일제히 환영했다. 유가족과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시민대책위)’는 “이제 시작”이라며 “약속이 이행되도록 만들어가는 것도 중요한 임무”라고 전했다.

김씨 어머니는 7일 <뉴스클레임>과 통화에서 “당연한 일이었지만, 너무 멀리 돌아왔다”며 “아들이 편히 눈을 감길 원한다. 또 다른 피해자들이 없기 바란다”라고 짧게 답했다.

김용균씨의 장례는 오는 7일부터 9일까지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민주사회장’으로 치러진다.

당정합의 발표가 있은 직후 시민대책위와 김용균씨 어머니가 서울대병원 빈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김도희 기자
당정합의 발표가 있은 직후 시민대책위와 김용균씨 어머니가 서울대병원 빈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김도희 기자

[당정 합의 후 5일 오후2시30분 시민대책위 입장발표 기자회견 중 김용균 어머니의 발언 전문]

"두달 전까지는 세상이 이렇게 어두운지 몰랐습니다. 아이가 죽고 나서 정말 많은 것을 알게 됐습니다. 우리 아이가 왜 죽었는지, 무엇 때문에 죽었는지 꼭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용균이 동료들과 현장을 직접 가고, 얼마나 열악한 곳에서 처참하게 죽었는지 직접 보고 들었습니다. 70년대나 있을법한 현장이었습니다. 안전장치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런 곳이 지금 있다는 것에 깜짝 놀랐습니다.

제 아들, 빛같은 그 아들이 나라에 의해 죽임을 당했습니다. 저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도 모르겠고, 이제 아무런 희망도 없습니다. 아들의 처참한 죽음에 제 가슴은 너무 억울하고, 분통 터지고, 가슴에 커다란 불덩이가 들어있는 것 같습니다. 그 느낌 때문에 용균이 동료들, 다른 사람들 살리고 싶었습니다. 그 부모들이 저같은 아픔 겪지 않게 하고 싶었습니다.

지금도 용균이 동료들은 생사를 오가는 환경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건설현장, 조선소 등에서도 사람이 계속 죽고 있습니다. 안전장치만 있으면 살 수 있는 사람들이 하루 6-7명 죽고, 1년이면 수천명이 죽고 있습니다. 대참사입니다. 한국에서 사람이 이렇게 많이 죽는지 몰랐습니다.

이 일을 자기 일처럼 여기고, 이땅 서민들이 살 수 있게 힘 모아주십시오. 더이상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안전한 환경 만들어주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이상 우리 아들처럼 죽지 않게, 여기서 끝내야 합니다. 지금 나라에서는 대기업과 정치인, 정부가 힘을 합쳐서 우리 서민들을 비정규직 만들었습니다. 일자리 못 구하고, 일하더라도 용균이처럼 안 좋은 곳에서 일하게 합니다. 우리는 안전하게 일할 수 있게, 우리가 만들어야 합니다. 이번에 해결되지 않으면 앞으로도 죽을 것 뻔합니다.

아들 용균이, 억울한 죽음 안되게끔 도와주신 분들이 많습니다. 시민단체, 단식농성단 비롯 많은 시민들이 함께해주셨습니다. 앞으로도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아직 해나가야 할 일이 많습니다. 그런 것도 지켜봐주시고, 사람들 죽는 것 모두에 관심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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