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배원 남편 둔 아내의 걱정… "매일 아침 눈을 뜰 수 있을까?" 근심
다쳐도 충원 없고, 고객 제품 분실시 집배원 책임…직원보험 '있나마나'

“집배원이요? 사는 게 참 힘듭니다. 매년 우체국 집배원들의 자살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가슴이 철렁거려요. 집에 오면 너무 피곤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방에 들어가는 남편 뒷모습을 보면 눈물이 나요.”
집배원 남편을 둔 이상희(40·여)씨의 얼굴엔 무거운 수심이 가득하다. 오늘도 남편이 일하는 도중 쓰러지진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
남편 박상중(52·남)씨는 아침부터 바삐 움직이고 있다. 우정사업본부의 방침에 따라 2.5초에 편지 한 통, 30초당 택배 하나를 배송하는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서다. 박씨의 눈은 항상 충혈 됐고 팔과 다리엔 상처가 가득하다.
◇다쳐도 인원 충원 없어, 업무만 가중
박 씨는 지난 1월 근무 도중 발목을 접질러 인대가 파열됐다. 수술 후 병원에서 잠시 휴식을 취할 줄 알았으나 이는 헛된 꿈이었다. 수시로 ‘언제 일을 하러 나오냐’라고 전화하는 통에 낫지도 않은 다리를 이끌고 일터로 나갔다.
아내는 “사람이 다쳐도 회사에서 인원 충원을 해주지 않고 일을 n분의 1로 나눠 남은 사람에게 가중시킨다”며 “미안한 마음에 몸이 아파도 눈치부터 보는 남편이 안쓰럽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어 “각종 고지서와 택배, 광고 홍보물에 매일 연장 근무를 하지만 본인이 일을 잘하지 못해서라는 이유로 연장근무 수당마저 제대로 받지 못한다”며 “2.5초당 편지 배달을 못하면 시말서를 쓰고 감봉 징계까지 받는다”고 토로했다. 심지어 “택배 배송 중 물건을 잃어버리면 금액 상관없이 집배원 본인이 사비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불합리한 근무환경 속 고군분투
박 씨의 한 달 월급은 300만원. 이것저것 빼고 나면 생활을 하기엔 빠듯한 금액이다. 여기에 택배 분실 보상까지 하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처지다.
박 씨는 우체국에 직원보호 보험이 있지만 경영평가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지금도 남편을 비롯해 많은 노동자들이 불합리한 근무환경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당연하듯이 이뤄지는 행태들이 하루빨리 개선되길 바란다”라며 “집배원들 행보에 냉정한 눈초리보단 응원의 목소리를 보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호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