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net 신규 예능 ‘퀸덤’ 라인업 공개

“화제성은 모으겠다!”
일부 라인업은 미리 알고 있었다. 업무 도중 우연치 않게 프로그램 촬영 준비를 하는 모 아이돌 그룹을 목격했다. 실제로 관심 끌기는 대성공이었고 SNS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는 비난이 넘쳐났다.
Mnet 측은 최근 “신규 예능 ‘퀸덤(Queendom)’을 하반기 라인업으로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당시 프로그램명이 결정됐을 뿐 정확한 콘셉트, 출연자 등 세부사항에 대해서는 확정된 바 없었다. 하나 분명한 건 있다. “그 누구도 반기지 않는 프로그램이겠구나.”
예상은 맞아 떨어졌다. ‘퀸덤’에 마마무, 오마이걸, 러블리즈, AOA, 여자(아이들), 투애니원 출신 박봄이 출격한다는 보도가 22일 나왔다.
'퀸덤'은 한 날 한 시에 새 싱글을 발매할 K-POP 대세 걸그룹 6팀의 컴백 대전이다. 아티스트들이 서로 배려하며 컴백 시기가 겹치지 않도록 조정해 온 음악 시장의 불문율을 과감히 깨고, 명실상부 ‘원톱’이 되기 위해 한 치 양보 없는 정면승부를 벌인다는 게 Mnet 측 설명이다.
앞서 ‘퀸덤’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MC 이다희의 티저 영상을 공개하며 “서로 눈치 보며 맞대결을 피하는 김빠진 컴백은 더 이상 없다. 파격적인 정면승부로 가리는 진짜 ‘걸스 온 탑’ 컴백 전쟁”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Mnet의 기세등등한 태도는 좋지만 기획 의도는 완전히 틀렸다는 전언이다. 대부분의 아이돌 팬들은 ‘파격’, ‘전쟁’, ‘정면승부’라는 단어를 반기지 않는다. 포화상태인 K-POP 시장 속 컴백 시기가 겹치더라도 노래가 좋으면 음악사이트 스트리밍 화면을 캡쳐해 자신의 SNS에 업로드 하는 광경이 펼쳐진다. 서로 다른 그룹이지만 멤버들 간 친분이 있다면 컴백에 맞춰 홍보해주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그러나 화제성에 눈이 멀어 ‘여적여’ 구도를 구성한 방송사로 인해 가수를 넘어 팬덤 싸움까지 벌어질 참이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한 날 한 시에 싱글을 발매하고 일종의 ‘차트 서바이벌’을 펼친다는 거다.
지난해 숀, 닐로 등의 음원 사재기 파문으로 정부가 음원시장 무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차트 프리징’ 제도를 내놓았다. 하지만 엉성한 제도와 미흡한 실효성에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음원 사재기 의혹을 받은 가수들은 하나같이 ‘사실이 아니다’라며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 심증은 있지만 물증은 없는 상태다. 정부가 이 같은 음원 사재기 논란에 대응하기 위한 매뉴얼을 마련하는 한편 조사권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근엔 낮밤을 가리지 않고 음원 사재기가 펼쳐지고 있다.
난장판이나 다름없는 음원시장 속 제대로 된 차트 서바이벌은 두서 없는 기대에 불과하다. 음원 시장의 불문율을 깨겠다는 Mnet 측 의도는커녕 각 팬덤은 상품을 걸고 스트리밍 이벤트를 벌이는 등 다양한 전략을 펼칠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엔 1등을 해도 악플을 받고 안 좋은 성적을 거둬도 비난을 받는 시스템이 한몫 한다.
즐겁게 노래하고자 가수가 된 이들이다. 짧게는 한 달, 길게는 10년의 연습생 생활을 거쳐 데뷔하고 대중의 앞에 섰다. 소속사가 다양한 만큼 그룹마다 특색과 매력이 있기 마련이고 이를 선택하는 재미 또한 대중의 자유다. 그러나 방송사가 나서서 선택의 폭을 정해주고 싸움을 일으키는 건 오히려 성장하는 K-POP 시장을 축소시키고 무너뜨리는 불균형에 불과하다.
쏟아지는 논란 속 ‘퀸덤’은 오는 8월 말 방송된다. 현재로선 출연자 그 누구에게도 득이 될 만한 가치는 보이지 않는다. 불구덩이 속 던져진 가수들과 팬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단 한 가지, 방송사가 선동하는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을 냉정한 판단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