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게실서 숨진 60대 서울대 청소노동자
노조 “열악환 노동환경이 불러온 참사이며 명백한 인재”
서울대 학생들 “서울대 당국은 청소 노동자 죽음에 책임져라”

“서울대 미화 노동자의 죽음은 열악한 노동환경이 불러온 참사이며 명백한 인재다.”
지난 9일 서울대학교에서 한 미화 노동자가 휴게실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열악한 노동환경이 질환을 악화시켜 사망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고인은 심장질환을 앓고 있었다.
청소노동자 A(64)씨가 소속됐던 민주노총 서울 일반노조는 “노조는 현재 고인의 산재사망 가능성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15일 밝혔다. 경찰은 A씨의 사인을 병사로 기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화 노동자가 사용한 휴게공간은 계단 밑과 강의실 사이의 가건물 형태로 크기는 3.52㎡(1.06평)라고 한다. 교도소 독방 기준인 1.9평보다 작은 수준이다. 심지어 폭염을 피할 에어컨도 설치되지 않았다. A씨가 사망한 날엔 폭염경보가 발령됐고 서울 최고기온은 34.6도였다.
창문조차 없는 답답한 공간에 노조는 에어컨 설치를 호소해왔지만 해당 휴게실엔 에어컨이 설치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노조는 “열악한 노동환경이 고령의 심장질환을 급속히 악화시켜 사망에 이르게 했다거나 사망에 이르는 데 조력한 유해요인을 제공했다고 본다”며 “인간의 존엄성마저 해치는 환경을 방치해둔 서울대에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노조는 ‘폭염과 심장질환 돌연사의 상관성’을 주장했다. 폭염의 경우 열을 낮추려 심장박동이 빨라져 심장에 무리가 따르고 폭염에 의한 열기는 혈관 이완 작용을 일으켜 심장 부담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노조는 “학교는 노조와 유족에게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라며 “열악한 휴게실을 전수조사하고 대책을 세울 것을 학교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서울대 학생들도 청소 노동자의 죽음에 학교 측의 책임이 있다고 목소리를 냈다.
서울대 학생 모임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이하 비서공)은 성명을 통해 "학교 측은 사용자로서 그를 비인간적 환경에 방치한 책임을 인정하고 모든 노동자에게 인간다운 근무환경과 처우를 보장하라"고 14일 요구했다.
비서공은 "학교 측은 고인이 지병으로 인해 사망했다고 선을 그으려 하고 있으나 비인간적 환경에 고인을 방치한 것은 사용자인 학교 책임"이라며 "이 사건은 노동자의 인간적 대우에 관심 없는 학교의 모습을, 폭염에조차 불평등이 스며든 우리 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