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이 진짜 등급제 진짜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사진=뉴스클레임DB
장애인들이 진짜 등급제 진짜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사진=뉴스클레임DB

오는 7월부터 장애등급제의 단계적으로 폐지된다. 종전의 1~6등급 체계를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과 ‘심하지 않은 장애인’으로 단순화하고, 장애등급이 아닌 장애인 개개인의 서비스 필요도에 대한 종합조사를 통해 대상자를 선정?지원하는 것이다. 그런데 장애인들은 장애인 등급제 폐지에 대해 단순한 숫자의 삭제가 아니라 장애인의 삶이 유의미하게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뉴스클레임>은 장애인들이 인식하는 장애인 등급제에 대한 속사정을 시리즈 기획기사를 통해 살펴본다, 편집자·주

◇기획기사 연재 순서
1.그들의 불편한 몸부림
2.장애 삶 변화 있어야 문제는 ‘예산’
3.장애인들 혜택 특권? 따가운 시선들

장애인 등급제는 장애인들 스스로에게 악법이다. 차별은 그 어디에도 존재하면 안 되지만, 사회 곳곳 모든 곳에 뿌리박혀 있다. 장애인들의 인권이 무시되고, 때론 억압받기 십상이다. 장애인들은 비장애인과 차별 없는 세상을 꿈꾼다. 11월 11일이 빼빼로데이 기념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지체장애인의 날이라는 건 아는 사람만 안다. 몸이 불편한 지체장애인들이 이날만큼이라도 일어서서 걷고 싶은 심정을 숫자로 표현한 것이다. 빼빼로데이가 지체장애인들에게 차별처럼 보이는 이유다. 이처럼 장애인들에게 차별은 아주 민감한 감정이다. 비장애인에 비해 그 상처의 골은 훨씬 더 크다. 장애인 등급제는 장애에 등급을 나눠 혜택을 준다는 제도다. 혜택을 준다는 이유로 등급을 만들어 또 다른 차별을 시사한다. 장애계는 꾸준히 이런 차별을 없애달라고 목소리를 냈다.

장애인 등급제 폐지는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시절 1호 공약이었다. 공약대로 폐지가 코앞이다. 이를 환영해야할 장애계는 반발하고 있다. 겉만 요란한 등급제 폐지라는 거다. 차별이 여전하며, 장애인들 골고루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제도라고 하고 있다. 가짜라는 말을 해온지 오래다. 장애계는 장애인 당사자의 서비스 욕구와 사회적 환경을 반영하지 못 하고 오로지 의학적 손상만을 기준으로 하는 ‘장애등급제 폐지’를 오랫동안 요구해왔다. 등급제가 점수제로 바뀌어도 이 같은 현상은 똑같다는 게 장애계의 설명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상임공동대표 박경석·박명애·변경택·양영희·윤종술, 이하 전장연)는 “인권을 존중해달라는 건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최소한의 삶의 영역에서 살게 해달라”며 “장애인 개개인에게 모든 정책을 맞추기 힘든 건 잘 안다. 그렇다고 포괄적으로 적용해서도 안 된다. 장애인들이 사회적 약자임을 감안해 달라고 생떼를 쓰는 게 아니라, 존중해달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실 장애계는 문재인정부에 기대가 컸다. 장애인정책 예산 증액으로 조금 더 사람다운 삶을 살 수 있을까 해서다. 고문 중에 가장 무서운 고문은 희망고문이라고 했다. 장애인들의 희망은 결국 고문으로 바뀌었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장애인정책조정위원에서 장애인정책종합계획 시행계획을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4월부터는 장애인연금 기초급여액이 월 25만원에서 30만원으로 인상되는 것과 장애인 등급제 폐지에 따른 대책을 내놨다.

이를테면 거주 여건이나 일상생활 수행능력 등 장애인 개인의 특성을 평가하는 ‘종합조사’를 통해 맞춤형 지원 등이 그것이다. 이 총리는 “꼼꼼하게 준비하겠다”는 다짐도 했다.

같은 날 장애인들이 정부청사로 몰려갔다. 이낙연 총리를 만나게 해달라는 요청과 함께 진짜 장애인 등급제 폐지를 주장하는 요구안도 전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장애인들은 이 총리를 만나지 못했다. 준비했던 요구안도 전달하지 못했다. 장애인들은 가짜 등급제 폐지가 날치기로 통과됐다고 맹비난했다.

등급제 대신 정부가 만든 획일적인 지표조사가 장애인들 사정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결국 이 제도가 도입되면 장애인의 13%는 서비스 대상에서 제외된다. 특히 신체 활동에 큰 무리가 없는 시각장애인은 활동보조사 지원 시간이 7% 줄어든다는 게 장애계의 설명이다.

예산 증액도 문제를 삼았다. 장애인 복지 예산이 OECD 평균의 5분의 1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장애인정책국 예산이 지난해에 비해 5000억원 증액된 2조7000억원이지만, 이는 장애인들이 지원받는 활동지원서비스 시간당 수가를 최저임금에 맞춘 것이라고 반발했다.

사실상 장애인을 위한 예산의 확대 계획 없이 등급제 폐지라는 도구만 바꾼 것이라고 장애계는 목소리를 높였다.

장애인들은 장애인 삶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장애등급제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전장연은 “장애인활동지원 24시간 보장과 장애인거주시설 신규 입소 금지, 장애인연금 대상 확대만이 장애인들의 인권이 조금이라도 보장받는 길”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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