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확률 모니터링 시스템 도입
아이돌 팬덤보다 무서운 게 ‘게임 이용자’다. 팩스 보내기, 이메일·해시태그 총공이 전부인 아이돌 팬들과는 달리 이들은 상상 그 이상의 행동을 보인다. 국회 앞으로 ‘트럭 시위’를 보내거나 ‘시위 버스’를 운영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물론 게임 이용자들도 초반에는 성명문 작성, 불매 운동 등으로 회사 측에 맞섰다. 그러나 회사는 유저들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자기 입장 밝히기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결국 이용자들은 게임 밖으로 나와 오프라인 투쟁을 일으켰고, 회사 측은 전격 꼬리를 내렸다. 이 모든 것은 ‘넥슨’과 그 이용자들 이야기다.
최근 메이플 스토리에서 강화 아이템 ‘환생의 불꽃’ 확률 조작 사건이 터졌다. 밸런스 패치와 함께 ‘환생의 불꽃’ 능력치 옵션을 동일하게 부여하도록 수정된다는 내용이었다.
그간 유저들은 중요한 성능이 더 낮은 확률로 부여되는 것 같다는 의혹을 꾸준히 제기했다. 이번 ‘환생의 불꽃’으로 인해 지금까지 동일 확률이 아니었음이 드러났고, 다른 강화 아이템에 제기된 조작 의심까지 불거졌다. 증거를 제대로 잡은 유저들은 확률 공개와 보상을 요구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넥슨 사옥 앞으로 트럭 시위까지 보냈다.
유저들의 반발이 커지자 넥슨 측은 한 차례 고개를 숙였으나 제대로 된 사과가 아니었다. 넥슨은 “랜덤, 임의, 무작위는 ‘정해진 조건에 따라 난수를 발생시켜 결과를 결정하는 행위’를 통칭하는 단어로 사용돼왔다. 각각의 정해진 가중치로 결과를 결정하는 확률형 아이템이나 시스템을 설명할 때에도 이 같은 표현을 넣었다”고 해명했다.
결론적으로 ‘무작위’에 대한 유저와 회사 측의 이해가 달랐을 뿐, 조작이 아니라는 것이다. 넥슨의 유치한 말장난에 “OK”하고 넘어갈 유저들이 아니다. 이들은 구체적으로 유료 결제 아이템인 ‘큐브’의 등급 상승 확률 등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돌아온 건 묵묵부답이었고, 유저들은 ‘카지노 확률 공개, 메이플스토리는 영업 비밀’ 등 문구를 래핑한 트럭을 여의도 국회 앞으로 보냈다.
이른바 ‘노 빠구’ 태도를 시전한 유저들에 넥슨 측은 무릎을 꿇었고 지난 1일 재차 사과문을 발표, 아이템 확률 공개를 약속했다. 이후 5일 국내 게임업계에서 처음으로 아이템 강화 확률을 공개하기로 발표했다.
이날 넥슨은 “기존에 공개해온 캡술형 아이템에 대해 ‘유료 강화·합성’의 확률을 전면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용자들이 검증할 수 있는 ‘확률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도 자체 개발해 연내 도입하겠다는 방침이다.
넥슨 측은 “무작위·랜덤 등 유저들을 혼란스럽게 했던 용어의 사용을 피하겠다. 확률 관련 용어를 사용할 경우 연관된 확률표 등을 추가 제공해 논란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넥슨의 결정으로 인해 게임업계 전반에 큰 파장이 일 것으로 보고 있으나, 이는 넥슨이 쏘아올린 ‘작은 공’이다. 게임을 대하는 눈높이와 사회 변화를 미리 알아차리고 이에 걸맞은 태도를 갖췄다면 부끄러운 수모는 겪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유저들은 여러 차례에 걸쳐 기회를 줬고, 사과할 시간까지 제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기회를 찬 것은 넥슨이었고, 게임업계에 혼란을 일으킨 주범 또한 넥슨이다.
뒤늦게야 고개를 숙이고 보상안을 내놓은 넥슨이다. 이것만으로 뒤틀린 유저들의 마음을 위로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일 것이다. 조금의 빈틈을 보이면 언제든 들고 일어설 유저들이 가득한 상황이다.
순간을 무마하려는 쇼가 되지 않길 바라는 이들이 많다. 현질(온라인게임의 아이템을 현금을 주고 사는것) 부르는 돈슨(돈+넥슨)의 이미지보단 진정성 있는 넥슨의 모습을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