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대병원 노조 ‘2021년 투쟁 선포 기자회견’ 진행
간호사 1인당 환자수 7명 제한, 야간근무 7일시 휴일 누적 지급 등 요구

서울대병원 시계탑 앞 서울대병원 노조 ‘2021년 투쟁 선포 기자회견’. 사진=공공운수노조
서울대병원 시계탑 앞 서울대병원 노조 ‘2021년 투쟁 선포 기자회견’. 사진=공공운수노조

“너무 많은 환자를 담당하다보니 환자를 제대로 간호할 수 없었습니다. 매일 소진될 만큼 일해도 마음의 짐은 커져갔습니다. 끼니를 챙기고 휴식을 취하는 일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몸과 마음은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도무지 병원에서 버틸 수가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지난 15일 서울시청 앞에 흩날린 간호사들의 사직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70일 넘게 네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하루 1000명에서 2000명대 사이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코로나19 전담병원 역할을 하고 있는 공공병원에서는 간호사 이탈이 속출하고 있다. 1년 7개월 넘게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고 있지만, 감염병 전담병원 간호인력 충원 없이 업무 과중에 시달려 더는 버티기 힘든 상황에 처해졌기 때문이다.

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이하 노조)는 의료공공성 강화 및 필수인력 충원을 요구하며 본격적인 투쟁에 나섰다. 이들은 12차례 단체교섭에도 무성의한 답변으로 시간을 끄는 서울대병원을 규탄하며 파업 투쟁을 선포했다.

노조는 16일 서울대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방노동위원회 조정신청을 결의했다.

이들은 “일시적인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공공의료 확충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평소에도 턱없이 부족했던 공공병상 비중, 간호인력의 살인적인 노동강도 때문”이라며 “국가중앙병원을 자처하는 서울대병원은 공공병상 확충, 의료인력 충원 등 시대적 요구에 맞는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공공성을 훼손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16일 서울대병원 시계탑 앞 서울대병원 노조 ‘2021년 투쟁 선포 기자회견’. 사진=공공운수노조
16일 서울대병원 시계탑 앞 서울대병원 노조 ‘2021년 투쟁 선포 기자회견’. 사진=공공운수노조

서울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간호사 A씨는 “환자에게 필요한 건 간호사의 시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요구안으로 ▲간호사 1인당 환자수 7명 제한 ▲교대근무자는 일주일에 4일만 근무 ▲야간근무 7일시 휴일 누적 지급 ▲전담간호사 제도 운영 ▲비사회적시간 근무 보상 ▲오프에 근무 시 대체휴일부여+통상임금 50% 지급 혹은 통상임금 150% 지급 ▲특수병동 1년 미만 신규간호사비율 20% 이내 제한 등을 제시했다.

그는 “대한민국 최고의 병원이라는 서울대병원에서조차 환자를 더 아프게 할 수 밖에 없는 간호현실에서 간호사들은 매일 좌절한다”며 “코로나19가 터지고 지난해 1월부터 올해 7월까지 서울대병원, 보라매병원 간호사 483명이 사직했다. 더 이상 간호사들이 병원 현장을 떠나게 둘 수 없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간호사에게 ‘환자를 간호할 시간’을 줘야 한다. 그 시간은 간호사 1인당 담당하는 환자 수를 줄이고 간호사의 근로조건을 개선해야만 만들어낼 수 있다”며 “환자들에게 못한 간호가 죄책감으로 돌아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동료들이 떠나가는 뒷모습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노조는 “노동자들의 절실한 요구에 무관심, 무대책으로 일관하는 김연수 병원장으로 인해 투쟁을 선포하게 됐다. 조정신청을 포함한 투쟁계획을 결의할 것”이라며 ”병원 노동자들이 환자와 자신의 건강권을 지킬 수 있도록, 서울대병원이 대표 공공병원으로서 지속가능한 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서울대병원장의 결단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뉴스클레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