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21년차 교사의 광화문자유발언  

사진=전국 교사 일동
사진=전국 교사 일동

[뉴스클레임]

안녕하십니까? 저는 광주광역시에서 21년째 초등교사로 재직 중인 000입니다.

저는 PD 수첩 “나는 어떻게 아동학대 교사가 되었나”편에서 아동학대로 신고당한 최윤정이었고, 민형사 소송에 얽힌 일련의 과정을 인디에 공유했던 이을입니다. 

얼굴도 모르는 저의 사건에 함께 분노해 주시고 전국 방방곳곳 탄원서를 보내주신 선생님들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경력 20년차이던 작년, 3학년 담임을 맡은 저는 일방적으로 반 친구를 때리는 학생의 문제행동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주의를 집중시키기 위해 책상을 넘어뜨리고, 잘못이 없다고 자기를 건들지 말라 적은 반성문을 찢어 학생에게 공포심과 모욕감을 줬다는 이유로 아동학대 교사가 되었습니다. 

최근 몇 년 전부터 싸우는 학생을 몸으로 제지하면 신체적 학대, 큰소리를 치거나 호통을 치면 정서적 아동학대, 세워놓거나 남겨서 훈계하는 것조차도 아동학대로 판정받는 현실 때문에 매일매일 살얼음 위를 걷는 심정으로 아이들 앞에 서야 했습니다. 

열정은 고소를 부르고, 흐린 눈과 흐린 귀로 생활해야 한다는 자조적인 교사들의 푸념과, 한숨은 저를 한없는 답답함과 무기력으로 몰아갔습니다. 

예고 없이 교실로 찾아와 항의하는 화난 얼굴, 밤낮을 가리지 않고 폭언을 해대는 목소리, 교장실에 쫒아가 교사의 자질을 운운하며 담임교체를 요구하던 언행들이 환각과 환청이 되어 저를 괴롭혔고, 급기야 작년 6월 21일 새벽 약을 먹고 자살시도를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병원에서 깨어나 미처 몸과 마음이 회복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행정기관의 조사, 경찰청의 조사가 이어졌고, 3차에 걸친 민사재판 출석까지 해야 했습니다. 저는 학대를 저지르지 않았음을 증명하기 위해 1년을 싸워야 했습니다. 증명하지 못하면 저는 꼼짝없이 '아동학대범'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일년여간의 긴 싸움 끝에 2023년 7월 17일 민형사 모든 소송이 기각되고 저는 드디어 혐의를 벗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축하받던 그 순간에, 꽃 같은 어린 교사가, 저보다 20살이나 어린 막내교사가 교실에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서이초 선생님 뉴스를 본 저는 분노와 무력감, 죄책감, 슬픔에 빠졌습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며 공론화시키고 맞서 싸워온 저의 일년이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황망함, 아무것도 변한게 없다는 허무함에 사로잡혔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슬픔과 무기력에 빠져있지 않겠습니다. 이렇게 망가져버린 교육 현실에 분노하는 많은 선생님들과 함께 교실을 살려내라 소리치겠습니다. 

학교는 지식뿐 아니라 사회생활에 필요한 규칙과 질서, 양보와 협동 등 민주시민의 기본 자질을 가르치고 배우는 장소입니다. 

하지만 지금 저희에게 이러한 것들을 가르칠 권리가 있습니까?

옳은 것을 가르치는데 대단한 용기를 내어야 하는 이 상황이 정상입니까?

교사에게 마음 놓고 소신 있게 바른 것을 가르칠 권리를 보장해 주십시오. 

아동학대 법이 교사의 손발을 묶고 교사를 협박하는데 악용되지 못하도록 법을 개정해 주십시오! 

이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습니다. 저희는 죽음에 내몰려있습니다. 

이렇게 모여 생존권을 보장하라 외치는 교사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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