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클레임]
최근 들어 데이트 폭력이 사회 이슈가 되고 있다. 데이트 폭력을 통해 연인을 살해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데이트 폭력 피해자 보호 문제도 다시 도마에 올랐다. 여성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언제까지 여자들이 죽어가야 하느냐"라며 보다 강력한 처벌과 법적인 제도 마련을 촉구하지만 갈 길은 여전히 멀기만 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의 딸은 데이트 폭력을 당하고 있다.
지난 7월 17일은 전 남자친구의 스토킹에 시달리가다 그가 휘두른 흉기에 찔린 30대 여성이 사망한 지 1년째 되는 날이었다.
일명 '인천 스토킹 보복살인 사건'은 30대 남성 A씨가 지난해 7월 법원의 접근금지 명령을 무시하고 전 여자친구를 스토킹하고 살해한 사건이다.
범행 현장을 목격한 피해자의 모친도 가해자 A씨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부상을 입었다.
A씨는 피해자의 아파트 엘리베이터 앞에서 그를 살해했다. A씨와 피해자는 동호회에서 만나 연인관계로 발전했고, 피해자의 소개로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피해자가 이별을 통보하자 A씨는 피해자를 폭행했고 스토킹까지 일삼았다. A씨는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체포돼 접근금지 잠정조치 처분을 받았으나, 약 한 달 만에 이를 어기고 피해자를 다시 찾아가 살해했다.
피해자의 사촌 언니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스토킹에 시달리다 동생이 죽었습니다. 제발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이같은 사실을 알리고 사형 선고를 촉구하는 낸용의 탄원 동참을 요청했다.
사촌언니는 "스토킹 위협을 받던 동생을 스마트워치를 매번 차고 있었다"며 "(A씨가 집 앞에 나타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6월 29일 경찰이 집에 찾아와 '스마트워치 반납을 해달라'고 안내해 7월 13일 자진 반납했다'고 말했다.
안타까운 비극은 스마트워친 반납 나흘 뒤에 벌어졌다. 출근하려고 집을 나섰던 피해자는 아파트 엘리베이터 앞에서 A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사촌언니는 "첫 재판을 두고 보복살인이 아니라는 얘기를 전해들었다. 스토킹 신고로 인해 화가 나서 죽였다고 동기가 파악되지 않아서라고 한다"며 "동생은 A씨를 자극할까봐 한 달이 지나도록 연락조차 하지 않았다. 도대체 어떤 이유에서 동생을 죽인 건가"라고 호소했다.
이어 "유족들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피해자의 엄마는 A씨를 마릴며 생겼던 상처 자국을 보며 동생이 생각난다며 매일 슬픔에 허덕인다. 여섯 살인 동생의 딸은 엄마 없이 세상을 살아가게 됐다"며 "제발 부디 동생의 딸이라도 안전할 수 있게 도와주시고, 스토킹 범죄 피해자분들이 안전해질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말했다.
이후 A씨는 피해자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고, 1심 재판부는 지난 1월 "피해자의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짐작하기 어렵다"며 A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고인의 1주기 기일이었던 지난달 17일, A씨는 항소심에서 1심보다 무거운 징역 30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A씨에게 40시간의 스토킹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10년간의 위치추척 전자장치 부착도 함께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해자 딸은 6세 어린 나이에 엄마를 하루아침에 잃었고, 피해자 모친은 범행 현장을 목격하고 막아보려 했으나 칼을 휘두르는 피고인을 미처 막지 못한 채 딸이 죽어가는 현장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을 신고하고 접근금지 신청을 하는 등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법으로 마련된 보호 조치를 강구했음에도 피고인은 이에 앙심을 품고 보복 목적으로 살인 범행 의지를 굳혔다. 이는 게획적이고 잔혹한 범행 수법으로 원심이 선고한 징역 25년형은 지나치게 가벼워 부당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항소심 직후 여성의당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피해자의 사촌언니는 "첫 재판이 시작됐을 때 다른 분들은 저와 같은 아픔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도 뉴스로 누군가 폭행 당하고, 사망한 소식을 전해 듣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년 동안 저희 가족은 슬퍼할 겨를도 없이 힘들었다. 법안이 없고, 사회의 시선과 싸워야 했다.재판에 넘겨지는 기록들 때문에도 힘들었다"면서 "고제폭력법을 하루 빨리 통과시켜주기를 부탁드린다"고 거듭 호소했다.
이날 여성의당 당원은 "가장 가까운 사람, 사랑했던 사람에게서 폭행을 당하고 죽임을 당하는 여성들이 너무 많은데, 법은 취약한 상태에 놓인 여성들을 전혀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거제 교제살인 사건, 화성 김레아 교제살인 사건, 럭비선수/운동선수 전 연인 폭행사건, 스포츠트레이너 황철순 옛 연인 폭행사건, 유튜버 쯔양의 교제폭력 사건 등을 언급하며 “교제폭력 사건이 쏟아짐에도 정부, 국회, 사법부는 단체로 안 보이는 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지혜 대변인은 "정부는 교제폭력 범죄 피해자가 죽음에 이르도록 방치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실효성 있는 교제폭력처벌법을 제정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피해자 사전·사후 보호조치 의무화 및 반의사불벌조항과 쌍방폭행 처리로 발생하는 피해자 보호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죄질의 중함을 반영해 교제폭력범죄 법정형 상향 및 양형기준을 신설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자체를 비롯한 다양한 주체에 위 사안을 의무화하는 별도의 교제폭력처벌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