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이 왜 노란색이야?" vs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후발주자들 뒤늦은 반격에도, 빙그레(사장 김동환) 굳건한 이유

빙그레(사장 김동환)바나나맛우유 '어흥 에디션'. 빙그레 제공
빙그레(사장 김동환)바나나맛우유 '어흥 에디션'. 빙그레 제공

[뉴스클레임]

식품업계에서는 히트상품이 나오면 곧바로 유사 제품들이 쏟아져 나온다. 의약품으로 치면 오리지널 의약품과 제네릭 의약품의 관계와 같다. 1974년 출시된 빙그레(사장 김동환) 바나나맛우유 역시 예외가 아니다. 50년 가까이 독주해온 이 제품에 도전장을 내민 '미투' 제품들이 저마다 차별화 전략으로 시장 판도 변화를 꾀하고 있다.

■1위 빙그레, 시장 80% 장악 '독식' 체제

22일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빙그레(사장 김동환) 바나나맛우유는 국내 바나나우유 시장에서 86.8%라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매출액은 약 2190억 원 수준으로 집계되며, 이는 빙그레 전체 매출의 20% 이상에 해당하는 효자 상품이다.

성공 비결은 단순하다. 1974년 시장에 첫 선을 보인 이후 지금까지 맛과 디자인을 거의 바꾸지 않았다는 점이다. 달항아리를 닮은 독특한 용기 모양은 그 자체로 강력한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됐다. 하루 평균 약 80만개씩 팔리며, 누적 판매량은 약 85억개에 이른다.

■매일유업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 색소 무첨가로 승부

빙그레의 아성에 가장 강력하게 도전장을 내민 것은 매일유업이다. 2006년 12월 말 출시된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는 그야말로 역발상의 아이디어였다.

당시까지 바나나우유는 모두 노란색이었다. 바나나 색을 연상시키기 위해 색소를 넣은 것이다. 하지만 매일유업은 "바나나 껍질은 노랗지만 속살은 하얗다"는 당연한 사실에 주목했다. 색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바나나 고유의 풍미만 살린 제품을 내놓은 것이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출시 5개월만에 판매량 1600만개, 매출 160억원을 기록했고, 1년 후에는 판매량 4000만개, 매출 400억원에 육박했다.

매일유업의 이 제품은 단순한 색소 제거를 넘어 당도까지 낮췄다. 기존 가공우유가 너무 달아 꺼려했던 젊은 층과 아이들에게 어필했다. UCC를 활용한 파격적인 광고도 화제를 모았다.

■남양유업 '초코에몽' 다른 카테고리로 우회 공략

남양유업은 아예 다른 접근법을 택했다. 바나나우유 시장에서 정면 승부를 피하고 초코우유 시장을 집중 공략한 것이다. 2011년 4월 출시된 '초코에몽'은 2025년 3월 기준 누적 판매량 5억개를 돌파했다.

초코에몽의 성공 비결은 차별화된 맛과 문화 마케팅이었다. 당시 단맛 위주였던 초코우유 시장에서 스페인산 코코아 분말을 사용해 진한 맛을 구현했다.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 '도라에몽'을 활용한 패키지 디자인도 친밀감을 높였다.

특히 "초코에몽 마시러 갈래?"라는 표현이 젊은 층 사이에서 데이트 신호로 자리잡으면서 자연스럽게 입소문이 퍼졌다. 현재 국내 오프라인 초코 가공유 시장에서 점유율 23.9%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동원F&B '덴마크' 틈새시장 파고들기

동원F&B는 정면승부보다는 틈새시장 공략에 집중했다. 현재 가공유 시장에서 10.4%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덴마크' 브랜드가 그 결과물이다.

동원F&B의 전략은 프리미엄화였다. 고급 명화를 패키지에 넣은 '덴마크 명화 시리즈'로 편의점을 중심으로 인지도를 높였다. 최근에는 건강 트렌드에 맞춰 당 함량을 시중 가공유 평균보다 약 20% 줄인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빙그레 아성, 여전히 견고한 이유

그렇다면 이토록 다양한 도전에도 불구하고 빙그레가 여전히 압도적 1위를 지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크게 세 가지 요인을 꼽는다.

첫째는 선점 효과다. 50년 전 시장을 개척한 선발주자로서의 브랜드 파워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둘째는 일관성이다. 맛과 디자인을 거의 바꾸지 않아 소비자들에게 '변하지 않는 맛'이라는 신뢰를 줬다.

셋째는 독창적 디자인이다. 달항아리 모양의 용기는 그 자체로 강력한 차별화 요소가 됐다. 법원도 이를 인정해 유사 디자인 사용을 금지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경쟁사들의 한계, 어디에 있나

경쟁 제품들이 빙그레를 완전히 위협하지 못하는 이유도 분명하다. 매일유업의 경우 웰빙을 강조하다 보니 기존 소비자들이 익숙한 맛에서 벗어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무엇보다 이미 구축된 빙그레의 브랜드 충성도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게 가장 큰 장벽이다. 바나나우유 하면 자연스럽게 빙그레를 떠올리는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시장 환경은 계속 변하고 있다. 건강을 중시하는 젊은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당류 저감, 색소 무첨가 등의 트렌드가 강해지고 있다. 또한 개인의 취향이 다양해지면서 획일화된 제품보다는 차별화된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도 뚜렷하다.

특히 남양유업 초코에몽의 성공은 기존 카테고리에서 벗어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차별화된 콘셉트와 문화 트렌드를 잘 접목하면 충분히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2025년 들어 더 치열해진 경쟁

최근 들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는 신호들이 포착되고 있다. 서울우유가 2025년 3월 '서울우유 멜론(300ml)'을 출시하면서 빙그레의 양대 효자상품인 바나나맛우유와 메로나 아이스크림을 동시에 겨냥하고 나섰다.
서울우유는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메로나에 맞짱"이라는 직설적인 표현까지 쓰며 경쟁 의지를 드러냈다. 고급 품종인 칸탈로프 멜론을 사용해 차별화를 꾀한 이 제품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색다른 맛과 경험을 추구하는 트렌드를 겨냥했다.

빙그레 자체도 방어에 나서고 있다. 2023년 메로나맛우유를 재출시하는가 하면, 바나나맛우유 키즈(120ml), 900ml 대용량 제품(중국 전용) 등을 선보이며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단지가궁금해' 시리즈로 오디맛우유, 귤맛우유 등 새로운 맛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게다가 빙그레와 서울우유는 현재 '맛단지' 상표권을 놓고 법정 다툼까지 벌이고 있어 경쟁이 법적 영역까지 확산된 상황이다.

■독주 체제 계속될까

업계에서는 당분간 빙그레의 압도적 우위는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50년간 쌓아온 브랜드 파워와 80%라는 압도적 시장점유율은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2025년 들어 경쟁사들의 도전이 더욱 본격화되고 있다. 서울우유의 멜론맛우유 출시는 기존 바나나우유 중심의 시장에 새로운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멜론 열풍'이 가공우유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결국 빙그레가 앞으로도 1위 자리를 지키려면 변화하는 소비자 니즈에 지속적으로 대응하면서도 자신만의 독창성은 잃지 않는 균형감각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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