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재개약을 앞둔 서울풍물시장 활성화 되어야

폭염으로 달궈진 청계천 사이를 지나 서울풍물시장으로 향했다. 동묘를 중심으로 주말이면 노점상이 골목을 꽉 채운 채 곳곳에 산개해 활발히 난장을 펼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지만, 이날은 더위 탓인지 한가해 보였다.

서울풍물시장. 사진=최인기
서울풍물시장. 사진=최인기

대신서울풍물시장은 동대문도서관 주변에 대형 가로수 및 녹음이 잘 조성되어 쾌적한 환경을 제공해 시각적으로 좀 더 안정적으로 보였다. 실내 안으로 들어가자 선선한 에어컨 바람이 불어와 땀을 식힐 수 있었다. 정문으로 들어가 오른쪽 초록동엔 골동품 상가가 찾아온 사람을 맞이한다. 오래된 엔티크장과 장식품, 도자기 그리고 다양한 소품들이 눈길을 끈다.

다시 왼쪽으로 주황동은 저렴한 구제 의류 그 뒤로 노랑동은 생활잡화가 마지막으로 빨강동은 생활잡화가 있다. 그리고 2층으로 이동하는 동선도 다양한 눈요깃거리와 이곳의 역사를 보여주는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다. 2층은 옛날식 다방과 이발소 등이 꾸며져 있어, 잠시 옛 추억에 빠져들게 한다. ‘문화체육관광부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K-관광시장 10선에 속하는 시장이기도 하다.

서울풍물시장. 사진=최인기
서울풍물시장. 사진=최인기

하지만 상인들은 서울풍물시장이 처음부터 서울의 관광 명소로 자리 잡기 위해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한다. 출발부터가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 청계천 복원 공사를 강행하면서 일방적으로 이전시키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서울시는 청계천 주변 특히 황학동 등에서 생계를 유지하던 노점상과 갈등을 빚었고, 협상 끝에 2004116일 기준 894여 명이 동대문운동장에 입주하는 것에 합의한다. 그러나 다시 오세훈 서울시장이 들어서고 동대문디자인플라자가 만들어지면서, 2008년 현재의 자리로 또 떠밀리듯 이전했다.

서울풍물시장은 원래 교육청 부지다. 이곳에 서울시가 임대료로 매년 7억 원 정도 내고, 또 위탁사를 만들어, 사업비를 주어, 서울풍물시장에 대한 관리 용역을 맺게 한다. 그 가운데 백상코퍼레이션은 2012년부터 10년 넘게 매년 예산 30억 원가량을 지급하면 23억 원가량 관리·운영을 위한 위·수탁 비용에 사용하게 된다.

서울풍물시장. 사진=최인기
서울풍물시장. 사진=최인기

한편 서울풍물시장이 안고 있는 문제는 임대차계약서 상 사용료 2회 이상, 관리비 3개월 이상 연체, 양도 및 전대 행위가 있을 때계약해지사유가 되는데, 연체된 임대료가 15,900만 원에 달하고, 상인 551명 중 283명가량이 전대 등을 통해 명의가 변경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상인들은 전대 행위에 대해, 이미 서울시와 몇 차례 합의로 허가 한 바 있다고 주장한다. 이주 초기 1인당 실제 0.89평의 부스를 허가해 이 평수로는 제대로 장사를 활성화하기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그리고 청계천 대로변에서 오랫동안 장사한 고령의 상인이 서울풍물시장에 입주해도 장사하기 어려워진 사람이 늘어나자, 1인당 4개의 부스까지 허용하는 방식으로 몇 차례 서울시와 재계약이 이루어졌다고 말한다.

서울풍물시장. 사진=최인기
서울풍물시장. 사진=최인기

그리고 풍물시장의 전반적인 운영에 대한 책임과 권한을 상인들에게 주지 않고, 수탁업무 회사 백상코퍼레이션을 통해 사업을 넘겨받아 대신 수행하게 되니, 활성화 추진 종합대책 수립과 관리 업무가 제대로 되지 않거나, 상인들의 고충과 문제를 처리하는데 단계를 하나 더 거쳐야 하는 문제가 생겼다. 따라서 서울풍물시장이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 서울시와 상인 간의 직접 소통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울시의 총체적 직무 유기라는 것이다.

한편, 서울시의회가 행정감사에서 풍물시장의 불법 임의 증축과 복구로 예산이 낭비되어손해배상과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대해서는 풍물시장 지원 방안의 하나로 관리사무소·식당 등을 증·개축 할 수 밖에 없는 사항이었고, 대신 구청 건축허가 등 몇 가지 실무적 착오가 있었을 뿐이라고 상인들은 주장한다.

서울풍물시장. 사진=최인기
서울풍물시장. 사진=최인기

현재 시의회는 서울시의 풍물시장 활성화 예산 올해 347,720만 원에서 내년 229,597만 원으로 34% 삭감했다. 2014, 199,330만 원 이후 11년 만에 최저다. 시가 최초 편성한 금액에서 4분기, 83,000만 원 예산만큼 삭감한 결과다.

심각한 문제는 내년 재계약을 앞두고 공개 입찰 시 서울풍물시장 안에 있는 모든 상품과 집기를 빼고 입찰을 받아야 한다거나, 서울시가 시장 폐쇄를 검토할지도 모른다거나 소문도 있어 상인들은 불안하다. 상인들은 세월이 흐른 지금 청계천 복원 공사이야기를 다시 꺼내는 이유는, 서울의 대규모 공공사업으로 인해 쫓기고 내몰려 울며 겨자 먹기로 서울풍물시장까지 입주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당시 누구도 그곳이 안정적으로 장사가 보장되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결과는 예측대로였다. 2018년까지 에어컨과 난방시설이 되지 않아 커다란 고통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대신 이들이 쫓겨난 황학동과 동묘 근처에 새로운 노점상이 주말이면 빼곡히 들어섰다.

서울풍물시장. 사진=최인기
서울풍물시장. 사진=최인기

오랜 경기침체로 인해 구제시장도 전반적으로 포화 상태인 점도 있지만, 당연히 상권이 분산되어 서울풍물시장과 경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장사가 안되는 건 비단 서울풍물시장의 문제만 아닐 터이니 문제 될 건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실내에 있다 보니 덥거나 춥고, 비가 내려도 사계절 상인들을 언제든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그 옛날 경기도 광주로 쫓겨간 철거민처럼, 청계천복원공사 당시 송파구 문정동 가든파이브로 이전한 상인처럼, 동대문 운동장으로 밀려난 노점상처럼, 서울풍물시장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서울시도 서울풍물시장이 특화된 한국의 시장으로 거듭나도록 지원하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서울풍물시장. 사진=최인기
서울풍물시장. 사진=최인기

참고로 서울풍물시장을 찾아가는 방법은 1호선과 6호선 동묘앞역 6번 출구로 나와 천천히 구경하며 가는 방법이 있고, 신설동역 9번 출구에서 100m가량 이동하면 만날 수 있다. 무더운 여름 아이들과 함께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한 번쯤 떠나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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