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출규제·은행 심사 강화에 실수요자 ‘비상’… 갭투자 막으려다 선의의 피해자만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 뉴스클레임DB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 뉴스클레임DB

“무주택이라서 전세대출이 당연히 될 줄 알았는데, 은행에서 ‘불가’라고 하더라고요. 집도 없고 돈도 없는데 이젠 전세 계약조차 못하게 생겼어요.”  

서울 마포구의 직장인 김유진(34 가명) 씨는 최근 전셋집을 계약하며 대출 심사에서 뜻밖의 거절을 당했다. 정부의 부동산 대출 규제 강화 이후, 무주택 실수요자까지 전세대출 문턱이 높아진 현실 때문이다.

올여름부터 은행들은 임대인 소유권 이전 조건, 기존 주택 처분 조건이 붙은 전세대출은 무조건 불가 방침을 내놨다. 근저당이 설정된 집, 갭투자(전세 끼고 집을 사는 투자) 형태로 거래된 주택에도 세입자 전세대출이 줄줄이 중단됐다. 실제 신한은행은 8월6일부터 전국 단위로 조건부 전세자금대출 취급을 아예 중단했고, 우리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도 이미 비슷한 조치를 시행 중이다.

■왜 무주택자까지 막혔나?

이번 변화는 부동산 과열기에 갭투자·대출을 막으려는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와 은행권 자율 규제의 결과여서다. 하지만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현장에서는 “집 한 채 없는 실수요자까지 전세대출 퇴짜 맞는 일이 반복된다”는 하소연이 잇따른다.  

전문가들은 “기존 대출 채무가 남은 주택, 소유권 이전이 아직 안 된 매물은 신용·보증 위험이 크다고 봐 은행에서 아예 대출을 막는다”고 설명했다.

■전셋집 계약 하나 못 해… 월세 전환·집값 ‘풍선효과’ 우려

현장을 찾은 기자가 만난 부동산 중개업자 박민수(45) 씨도 “근저당 남은 집에 세들어 전세대출받으려는 청년·신혼부부 상담이 요즘 절반 이상 거절된다”고 밝혔다. 한 세입자는 “계약 3일 전 갑자기 대출이 거절돼 전세보증금을 마련하지 못하고 월세로 갈아탈 수밖에 없었다”며 씁쓸해했다.  

특히 수도권·규제지역을 중심으로 금융당국은 전세대출 보증비율을 기존 90%에서 80%로 축소하고, 심사도 한층 엄격하게 바꾸었다. 정부 정책 전세대출의 공급 한도도 25%나 줄었다는 점이 서민 부담을 키운다.

최근 도입된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 중지(신한·우리 등), 근저당 말소 조건 필수화, 대출 보증비율 하락은 모두 공식 정책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갭투자 억제 및 가계대출 총량 관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실수요자 피해에 대한 사회적 논란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관련 규제가 풀릴 가능성이 작아 장기적 월세화, 전셋값 불안정, 중산·서민층 주거 난민화 현상이 더 심화될 수 있다고 내다본다.

'무주택자 전세대출 불가 사태'는 투기 억제라는 명분 아래 선의의 실수요자까지 주거 대책의 사각지대로 내몰고 있다. 정부와 은행권은 부작용 최소화를 위한 보다 정교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긴장된 부동산 시장 앞에서, 집 없는 이들은 오늘도 “다시 한 번 문턱에 부딪혔다”고 토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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