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장 한계 돌파, ‘K-음료’ 글로벌 무대서 해답 찾다

전통적으로 '내수 왕국'으로 불리던 한국 음료 시장이 변화하고 있다. 장기적인 고물가, 소비 위축, 이례적 기상 여건 등 다중 변수가 맞물리면서, 국내 거대 브랜드들조차 더 이상 ‘국내만 바라보는 전략’으론 버티기 어려워졌다.
■ ‘국내 침체, 해외가 메운다’ 구조적 변화의 현장
2025년 2분기, 롯데칠성음료가 발표한 실적은 단순 숫자 너머의 신호를 던진다.
국내 음료·주류 부분에선 줄어든 소비와 매출 역성장이 이어졌지만, 필리핀·미얀마·파키스탄 등 아시아 신흥시장에서의 법인들이 역설적으로 매출 성장의 주춧돌로 자리잡았다.
업계 관계자는 “한 번의 깜짝 실적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 자체에서 장기 고객 기반과 생산 체계를 꾸준히 투자해온 결과”라고 분석한다.
■ ‘한국형 브랜드’, 동남아에서 통하다
OTT, K-팝만이 아니다. 최근 아시아 주요국 음료 진열대에선 ‘밀키스’ ‘레쓰비’ ‘펩시(한국 보틀링)’ 등 K-음료류의 존재감이 커졌다.
필리핀 현지 법인에서는 브랜드 맞춤 생산과 인프라 현지화, 혁신 경영 효율화 등을 통해 2분기 두 자릿수 영업이익 증가라는 의미 있는 성과를 내놓았다.
동남아·남아시아 소비자들의 취향 변화와 글로벌 유통 채널 강화, 해외에서의 ‘한국 식음료’ 긍정 이미지 덕분에, 그간 현지화에 매진한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다는 평가다.
■ 내수 부진이 던진 진짜 숙제
그러나 화려한 해외 성장 뒤편엔, 뿌리 깊은 내수 부진의 그림자가 공존한다.
국내 주요 제품군(탄산, 커피, 주스, 증류식 주류 등) 다수가 경기 회복 지연, 원부자재 값 상승, 날씨 악재 등 여파로 10% 내외 매출 감소를 겪었다.
특히 2030 세대를 중심으로 한 소비 트렌드 변화, 건강 중심 다이어트 열풍, 노령화 등 인구구조 요인도 주목할 만하다.
시장 전문가는 “에너지음료 등 틈새 카테고리만 약진했고, 주력 카테고리들은 구조적인 매출 저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진단한다.
■ 전략의 실험장, 그리고 다음 챕터
롯데칠성은 단일 브랜드 의존이 아니라, 신제품 다각화(제로 칼로리, 식물성 음료, 단백질 강화 등)와 글로벌 ‘보틀러’ 모델 확장, 생산거점의 효율적 재배치 등 실험적인 경영 카드를 속속 꺼내 들고 있다.
이는 코카콜라, 펩시 등 글로벌 FMCG(소비재) 강자들이 전 세계 현지화·포트폴리오 마케팅을 통해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잡고 있는 전략과 일맥상통한다.
■ 남은 과제와 업계 전망
전문가들은 “아시아 신흥국 중심 글로벌 확장이 한국 음료 산업의 새로운 표준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국내 시장 기반이 위축 상태에서 해외 실적 효자가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본다.
장기적으로는 소비 트렌드 예측, 현지화 전략 숙련, 데이터 기반 주문생산, 친환경 소재 도입 등이 생존 조건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