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LG엔솔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LG엔솔 홈페이지 갈무리

한국 배터리 산업은 ‘위기 국면’이 분명하고, ‘바닥 확인’은 조건부다. SNE리서치 수치와 대외경제·컨설팅 보고서에 따르면 LFP 대세 전환, 중국의 공급망 우위, 북미 현지화 속도 격차가 동시에 작동하며 구조적 압박이 지속되고 있다.

2025년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는 중국 CATL과 BYD의 질주가 이어졌다. SNE리서치는 사용량 기준 점유율이 CATL 37.9%, BYD 17.8%였다고 집계했다. 국내 3사는 LG에너지솔루션 9%대, SK온 4% 내외, 삼성SDI 3%대에 머물러 합산 약 16% 중반으로 하락했다. 1년 전 대비 약 6%포인트 축소된 수치로 ‘상대 약화’가 또렷해졌다.

판도를 바꾼 1순위 변수는 LFP(인산철) 배터리의 주류화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4~2025년 양극재 적재량에서 LFP 비중이 절반 안팎까지 확대되며, 가격 대비 성능의 임계치를 넘었다는 신호가 확인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과 컨설팅 보고서들은 중국이 원재료-셀-팩-완성차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로 ‘가격-납기-스케일’ 우위를 확보했고, LFP·LMFP의 기술 성숙으로 내구성과 안전성까지 보완되면서 대중형 EV·상용차를 장악했다고 진단한다. 한국의 하이니켈 NCM 편중 전략은 구조적으로 불리해졌다는 평가다.

‘바닥’을 논하려면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제품 포트폴리오 전환의 실체화다. LFP·LMFP·반고체 등에서 상업생산 라인이 북미·유럽 규제에 맞춰 가동되는 증거가 나와야 한다. 둘째, 북미 현지화 프로젝트의 캡엑스 집행과 가동률 상승이다. IRA 요건 충족과 현지 원소재 소싱 계약이 동반돼야 ASP·보조금 효과가 실적으로 반영된다. 셋째, ESS·전동 공업용 등 비-EV 수요에서의 물량 방어가 확인돼야 변동성이 줄어든다. 현재는 ‘전환의 의지’는 보이지만 ‘가동률과 수익성’에서 확정 신호가 부족하다.

단기(6~12개월) 시계에서는 ‘정체 내 반등’ 가능성이 남아 있다. 북미 합작 라인의 램프업이 본격화될 경우 출하량과 매출이 먼저 회복될 수 있다. 다만 LFP 전환과 원가 구조 개선이 지연되면 마진 개선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중기(1~3년)에는 전략의 분기점이 온다. LFP/LMFP 자체 생산 혹은 전략적 제휴를 통해 중가 세그먼트를 방어하고, 프리미엄 NCM을 장거리·고성능 특화로 재정의하는 ‘이중 트랙’이 작동하면 점유율 20%선 회복의 기술적 반등이 가능하다. 이 경로를 밟지 못하면 중국 양강의 과점 구조가 고착되어 국내 3사의 합산 점유율은 15%대 박스권에 갇힐 위험이 크다.

리스크는 분명하다. 중국의 LFP 원가우위 지속, 북미 현지화 병목(인허가·인력·전력비·소재 국산화 지연), 기술 포트폴리오 공백이 겹치면 반등 동력이 약해진다. 반대로 반전의 촉발 요인은 뚜렷하다. 북미 OEM과의 장기 오프테이크 확대, 현지 전구체/리튬/인산철 공급계약 체결, LFP/LMFP 내재화 혹은 합작을 통한 중가 신차 선점, ESS·산업 배터리 대형 수주로 믹스 개선과 변동성 완충이 그것이다.

한국 경제의 맥락도 무겁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GDP 대비 제조업 비중은 OECD 최상위권(약 24~28%)으로 일본·독일보다 높다. 이차전지와 친환경차의 성패가 성장과 수출에 미치는 파급이 큰 이유다. 컨설팅 리포트들은 ‘막연한 비관론’보다 LFP·중저가 EV 수요 현실을 정면으로 수용하고, 정책·금융을 연계해 공급망 전환과 북미·유럽 조달 체계에 맞춘 전략 재설계가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결론적으로, 지금은 ‘위기’가 맞고 ‘바닥’은 조건부다. SNE리서치 수치와 대외경제·컨설팅 보고서에 따르면 바닥 확인의 관건은 LFP·LMFP 전환 속도와 북미 현지화의 실질 진척이다. 두 축이 2026년 전까지 가시화되면 점유율의 기술적 반등은 현실적이고, 그렇지 않다면 중국의 양강 독주가 체계 자체를 바꿔놓을 것이다. 선택의 시간은 길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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