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연예인 숙소에 불법 촬영 장비 설치한 男스태프, 징역 2년형 구형
“초범에 모범적인 사람... 우발적이었다” 주장에 비판 여론 거세져
“디지털 성범죄 근절 위해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 설정 필요” 강조

“카메라에 어떤 데이터가 담겼느냐보다 가해자의 목적과 그 의도 자체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이 사건으로 나와 내 가족이 많은 상처를 입었기 때문에 가해자를 선처하지 않을 생각이다.” 해외에서 예능 프로그램을 촬영하는 도중 숙소에서 불법 촬영 장비를 발견한 피해자가 밝힌 입장이다.
검찰이 여자 연예인이 머무는 숙소에 불법 촬영 장비를 몰래 설치한 혐의를 받은 스태프에게 징역 2년형을 구형했다.
경찰에 따르면 외주업체 스태프 A씨는 지난해 9월 예능프로그램 해외 촬영 중 여자연예인 숙소에 불법 촬영 장비를 설치했다가 발각돼 덜미가 잡혔다. A씨는 경찰에 자진 출석해 “호기심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했다”고 혐의를 인정했다. 문제가 될 만한 영상이나 외부 유출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3일 서울 남부지법 형사14단독 권영혜 판사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방실침입 등 혐의를 받는 A씨에게 징역 2년과 신상정보공개, 취업제한명령 등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불법 촬영 범죄의 사회적 폐해가 심각하다. 피고인은 보조배터리 모양의 몰래카메라를 구매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다”고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A씨의 법률대리인은 “전과도 없는 모범적인 사람인데, 피고인이 피해자 방에 침입했다가 아무것도 없는 것을 보고 우발적으로 그런 것으로 보인다”며, A씨 역시 “너무 쉽게 생각하고 행동했다. 앞으로 바르게 살아갈 테니 한번만 기회를 달라”고 말했다.
이 같은 가해자의 변명에 대해 여론은 냉혹했다.
네티즌들은 “몰래카메라를 미리 구매한 후 해외에서까지 설치한 행동 자체를 우발적으로 무마시키려는 것은 어이없는 주장"이라며 "이는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행동이다. 강력한 처벌을 원한다”는 반응일색이다.
이처럼 몰카범죄를 저지르고도 선처를 원하는 가해자들의 행동은 여전히 불법촬영 문제를 심각한 범죄로 여기지 않는 반증이다.
지하철, 화장실, 탈의실 등에서 이뤄지는 불법촬영 발생 건수가 증가하는 이유도 이때문이다.
성폭력처벌법 14조 1항은 카메라나 그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영리목적으로 불법촬영물을 유포하는 경우 벌금형 없이 7년 이하의 징역형으로만 처벌된다.
초범인 경우 무관용의 원칙이 적용되는 경우가 다수이고, 상대적으로 가벼워 보이는 범죄로 인식해 처벌 강화의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불법 촬영물을 찍고 유포하는 행위는 피해자에게 큰 상처를 주는 매우 심각한 범죄”라며 “범죄 예비자들에게 보다 강하게 경각심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대법원 양형연구회에서는 디지털기기를 사용한 성범죄를 5회 이상 계속 저지르는 사람은 가중 처벌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최근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고는 있지만 양형 기준 자체를 더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안정숙 여성가족부 권익지원과장은 “불법촬영 및 유포 등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실제적 불안과 두려움이 매우 크다”며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해서는 죄질에 따른 일관성 있는 처벌이 중요하므로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의 설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양형위원회는 이날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오는 10일 열리는 95차 양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양형기준 설정 작업을 본격 시작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