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조명’, 2020년 상반기 가요계 분위기를 표현하는 단어다.

SBS 웹 예능 ‘문명특급’을 중심으로 비의 ‘깡’이 3년 만에 재조명됐고, 놀림감으로 쓰이던 ‘1일 1깡’은 비의 대표 곡으로 떠올랐다.

최근엔 2.5세대 보이그룹 곡들이 주목받고 있다. 제국의 아이들의 ‘마젤토브’, ‘후유증’을 비롯해 유키스의 ‘시끄러’ 등이 재조명됐다. 급기야 틴탑은 보이그룹 역주행 열풍의 중심에 섰고, ‘뮤직뱅크’에 이어 ‘엠카운트다운’ 등 음악 프로그램에 올라 ‘To You’, ‘장난 아냐’ 등 무대를 선보이며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보이그룹 노래만 주목을 받는 건 아니다.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조정석이 가창한 ‘아로하’는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내며 아이돌을 제치고 각종 음원사이트 상위권을 점령했다.

그룹 쿨의 6.5집 앨범 수록곡 ‘아로하’는 발매 당시에도 사랑스러운 고백송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과거 추억의 감성은 유지하면서 요즘 감각을 반영한 편곡에 10대들은 “신곡인 줄 알았다”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여기에 조정석의 감미로운 목소리까지 더해져 ‘아로하’의 인기는 나날이 커져갔고, ‘명곡 재조명’ 열풍을 일으켰다.

임영웅 역시 재조명 흥행 주역 중 한 명이다. 장르 불문하고 그가 부른 노래들은 각종 음원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방송된 TV조선 ‘신청곡을 불러드립니다-사랑의 콜센타’(이하 ‘사랑의 콜센타’) 19회에서는 ‘보컬 여신 특집 2탄’으로 Top6와 여신6의 2라운드 신청곡 대결이 펼쳐졌다.

이날 임영웅은 스탠딩 에그 ‘오래된 노래’를 열창하며 명곡의 재발견을 제대로 보여줬다. 방송이 끝난 직후 ‘오래된 노래’ 방송 클립은 네이버TV 상위권을 차지했고, 10일 오후 5시 기준 조회수 28만을 기록하며 전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음원사이트에서도 임영웅의 파워가 드러났다. ‘오래된 노래’는 멜론 차트 24Hits에 이름을 올렸다. 이날 오후 5시 기준 지니 차트에서 51위, 벅스 73위, 플로 85위 등을 차지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12년 9월에 발매된 점을 감안하면 노래 한번으로 실시간 차트 100위에 든 것은 매우 큰 성과다.

대중들의 반응 또한 좋다. 대중적인 인지도가 낮은 탓에 스탠딩 에그의 노래를 모르는 대중들이 많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좋은 곡을 알게 됐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주를 이루고 있다.

네티즌들은 “임영웅 덕분에 몰랐던 노래들을 하나씩 알아가고 있다. 조용했던 날들이 좋은 곡으로 물들어가고 있다”, “비오는 오후에 듣고 있으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노래를 불러준 임영웅에게 감사하다”, “트로트뿐만 아니라 가요도 잘 부르는 임영웅이다. 그의 목소리를 항상 응원한다”, “임영웅이 불러서 숨은 명곡이 역주행하고 있다” 등 칭찬을 쏟아냈다.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덕분에 음원 사재기로 더럽혀진 음원 차트가 ‘재조명’ 물결로 물들어가고 있다. 순간 거대한 화제성 때문에 신인 가수들의 주목을 받지 못한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희비가 엇갈리기도 한다. 하지만 방송 프로그램과 출연자, 음악이 하나가 돼 또 다른 트렌드를 형성하는 현 시대의 변화를 조금씩 받아들여야 할 필요도 있다. 명곡을 재조명 시켜주고 주목받게 해준 가수들에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면서 말이다.

사진=TV조선 '사랑의 콜센타' 영상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