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된 트로트 시장이 부흥한 데는 경연 프로그램에 트로트를 입힌 TV조선의 공이 단연 크다. 시청자와 가수들, 방송가도 모두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트롯가수 인기만을 믿고 무리수를 펼치는 방송 편집에 기존 시청자들마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커다란 이익에 시야가 가려 주변을 보지 못하고 제 무덤을 파는 악수다.

‘뽕숭아학당’, ‘사랑의 콜센타’에 이어 이번에는 ‘아내의 맛’이 도마 위에 올랐다. 미성년자 출연자를 대상으로 ‘아내의 맛’ 제작진이 성희롱을 했다는 논란이 제기된 것이다.

지난 25일 방송에서 변성기 상담을 위해 병원을 찾은 정동원과 임도형의 모습이 공개됐다. 정동원의 담당 주치의는 변성기를 판단하기 위해 2차성징이 왔는지 직접적으로 물었고, 이 장면은 방송 이후 논란이 됐다.

‘아내의 맛’ 제작진은 공식입장을 통해 “의학적으로 변성기는 2차 성징의 하나의 증거가 되기 때문에 변성기 진료에 있어 2차 성징 관련한 질문은 기본적인 질문이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제작진의 해명은 논란을 잠재우기는커녕 부채질한 셈이 됐다. 시청자들은 2차 성징과 관련된 질문을 던진 의사의 태도에 불편함을 표한 게 아니다. 해당 장면을 편집할 수 있었음에도 웃음거리로 소비하는 데만 집중해 미성년자의 사정 영역을 여과 없이 공개한 제작진의 안일함에 분노한 것이다.

제작진의 해명에 시청자들 역시 “의사는 문제없다. 장면을 내보낸 제작진 잘못이다”, “의학적 접근을 한 의사가 무슨 잘못인가. 인권적 접근을 하지 않은 제작진이 문제다”, “해명에서도 남탓을 하는 제작진”, “정동원에게 사과 한 마디 하지 않는 제작진이다” 등 반응을 보였다.

본래 트로트와 전혀 상관없던 ‘아내의 맛’이다. 트로트 인기가 급상승하자 갑자기 코너 속의 코너로 ‘트롯의 맛’을 선보이고 있다. ‘부부들이 식탁에서 소확행 라이프를 찾는다’는 취지와 전혀 상관없는 트로트 가수들을 출연시키고 있지만, 프로그램의 기본 성격을 고려하면 트로트 접목은 어색한 조합이 아닐 수 없다.

한 방송사에서 나오는 프로그램이라 하더라도 지켜야 할 선은 분명히 있다. 그 대상이 트로트 가수이고, 미성년자라면 더 섬세한 주의가 필요하다. 잠시 폭발적인 사랑과 관심을 얻었다고 자만해선 안 된다. 자극성과 화제성에 눈이 먼 방송사와 제작진의 안이한 선택이 더욱 아쉬워진다.

사진=TV조선 '아내의 맛' 영상 캡처
사진=TV조선 '아내의 맛'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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