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플랫폼이동노동자 건강권 실태와 개선방안’ 정책토론회 진행
“고객으로부터 폭언·욕설·협박 경험 60.8% 달해… 심각한 감정노동 겪어”
[클레임노동=김동길 기자] 최근 기술발전을 기반으로 수요자의 요구에 맞춤형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O2O서비스가 빠르게 성장 중이다. 이에 따라 플랫폼 노동의 영역은 다양화됐고, 플랫폼 노동에 종사하는 노동자 역시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선 우리나라의 법·제도가 급변하는 노동시장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플랫폼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환경에 건강권이 제대로 보호되지 않고 있다며 건강증진을 위한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한국노총은 5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 회의실에서 ‘플랫폼 이동노동자 건강권 실태와 개선 방안’ 토론회를 열고 ‘플랫폼 노동자 건강권 실태와 개선방안·음식배달 및 대리운전 노동자의 노동환경과 건강실태 중심으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동안 플랫폼 노동자와 관련해 특수고용노동자라는 지위를 중심으로 노동자성 인정 여부가 논의돼왔다면, 이번에는 이들의 신체건강 및 신체건강 등에 주목했다.
플랫폼 기반 음식배달 노동자와 대리운전 노동자 총 500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 플랫폼 노동자는 주당 54.1시간을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임금노동자의 평균 노동시간이 40.7시간임을 감안하면, 플랫폼노동자가 얼마나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플랫폼 이동노동자 중 60.8%가 고객으로부터의 폭언이나 욕설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대리운전노동자 중 최근 1년간 고객으로부터 폭언·욕설을 경험한 비중은 82%에 달했다.
한국노총은 “플랫폼이동노동자는 신체건강뿐만 아니라 정신건강 역시 취약한 계층으로 분류된다”며 “문제는 고객으로부터의 폭언·욕설 경험은 운전부주의, 난폭운전, 심리적 불안 등 사고발생과 정신건강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플랫폼이동노동자를 고객의 폭언이나 욕설을 예방하거나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플랫폼이동노동자의 감정노동 강도도 다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증선별도구를 통해 측정한 우울감에 있어서 플랫폼 이동노동자 10명 중 1명은 가벼운 우울증상을 가진 결과를 보였다.

약 30년간 오토바이 배달을 해왔다는 선동영 한국노총전국연대노조 플랫폼배달지부 지부위원장도 사회적 인식 때문에 박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선동영 지부위원장은 “오토바이 배달 노동을 하며 느낀 점은 뉴스에 나오는 큰 사고가 아닌 혼자 넘어지는 사고가 가장 위험하다는 것이다. 또 법이나 인프라가 자동차 중심에서 보행자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는데, 과연 오토바이에 대한 부분이 고려되고 있는지 묻고 싶다”고 말문을 열었다.
온·오프라인을 들썩이게 한 아파트 단지 내 오토바이 출입 금지 이슈도 언급됐다.
선동영 지부위원장은 “어린이나 보행자에게 위험하다는 이유로 오토바이 출입을 금지시키고 있는데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뉴스에 오토바이 사고 영상이 나오는데, 모자이크 처리된 부분을 보고 상상력을 동원해 처참한 현장을 떠올리는 사회적 인식이 주 원인이라는 것. 또 오토바이가 단지 내에 있으면 집값이 떨어질까봐, 혹은 미관상 보기 좋지 않다는 이유로 아파트 단지 내 오토바이 출입을 금지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상에서 오토바이 배달 노동자들을 필요로 한다. 본인들도 배달을 시켜먹으면서 배달 노동자를 이용하지 않는가. 그런데 헬멧을 썼다는 이유로 범죄자로 인식하고, 오토바이가 지나간다는 이유로 불결함과 위험함을 느낀다. 배달노동자 입장에선 이러한 사회 인식 때문에 굉장한 자괴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한국노총은 이러한 연구결과와 증언을 토대로 플랫폼 노동자 공제회 차원의 정책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이동식 건강검신센터 및 거점형 의료기관을 통한 접근성 강화 ▲플랫폼노동자 보건관리자 지정 ▲플랫폼노동자 내원 건강검진 활성화 및 관리 ▲오픈형 건강검진 제도 마련 등의 정책방안을 제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