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디지털 인재 확보 주력
파격 조건 내걸며 개발자 유치
취업 준비생들 “IT 취업 노비와 같아”

[클레임금융=조현지기자] 금융권이 디지털 전환에 열을 올리고 있다. 디지털 전환을 위해 IT 인력 확보에도 힘쓰고 있다. 정작 IT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선 빛 좋은 개살구라는 지적이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이 개발자 유치를 위해 연봉을 1.5배 인상해 주겠다거나 워라벨을 보장해 주겠다는 파격 조건을 내걸고 있다.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은행에는 ‘디지털 전환’이라는 큰 바람이 불어왔다. 디지털 전환에 발 맞춰, 은행들은 채용의 대부분을 IT 부문으로 내고 있다.
현재 은행에겐 디지털 변화에 적응할 만한 IT인재가 부족하다.
실제 빅테크와 핀테크의 개발자 비중은 최소 30%에서 최대 50%를 넘지만, 은행은 10% 채 되지 않는다.
일부에 언론에 따르면 은행들이 IT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주3일 근무 등 혜택까지 도입한다.
취업준비생들은 이 같은 은행들의 취업 이벤트가 달갑지 않다.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선 '개발자 모셔간다'는 소문에 섣불리 IT 분야에 뛰어들면 안 된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유는 은행에서 찾는 IT 인력은 신입 개발자가 아닌, 대다수 경력자들이기 때문이다.
인력이 부족한 은행들은 바로 실무에 투입할 인재를 원한다. 학교에서 막 졸업한 졸업생들 및 학원에서 주먹구구식으로 프로그래밍을 배운 이들은 은행 입장에서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실정이다. 모셔갈 이유가 사실상 없다.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선 네카라쿠배당토(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배달의민족, 당근마켓, 토스)가 인기다. 하지만 모두가 이들 기업에 갈 수는 없는 현실이다.
은행들은 개발자 품귀현상에 발을 동동 구르고, IT 취업 준비생들은 갈 때가 없다고 하니 문제다. 프로그래밍은 진입 장벽이 낮아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기업에서 흔히 말하는 ‘쓸만한 개발자’ 되기는 어렵다.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쓸만한 개발자’인 소수를 직원으로 입사시키기 위해 은행들은 사활을 건다. 해당 사실을 모르는 일부 사람들은 “개발자가 인기 있다. 대우해 준다”라는 말만 보고 IT 취업 시장으로 뛰어들고 있는 형국이다.
직장인 이영수(33, 서울 종로)씨는 “개발자면 모두 대우 받는다는 식으로 언론에서 말 안했으면 좋겠다”며 “기업도 취업준비생도 둘 다 힘들게 하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대학생 김현주(23, 서울 마포)씨는 “치킨 집 아저씨들도 한 때 프로그래밍 고수였다. 개발자들 주 3일 근무라고 하지만, 주3일 근무에 주 4일 24시간 대기나 다름없는 조선시대 노비같은 직종”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박서준(34, 서울 은평구)씨도 “주3일 나가고 주4일 밤새도록 프로그램 짜고 오류나면 밤새도록 다 기록 뒤져가며 찾는다”며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몇 년 전만 해도 IT 분야 열정페이가 심했다. 열심히 만들어 놓으면 결국 토사구팽 당한다. 은행뿐 아니라 제조 관련 대기업부터 중견기업, 중소기업에 개발자 없어 난리인건 사실”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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