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지지 시민모임 “포스코는 쿠데타 세력과 단절해야”

‘더불어 발전하는 기업시민.’ 지난 2018년 포스코그룹이 선포한 경영이념이다. 이들이 말한 ‘기업시민’은 성숙한 시민이 사회 공동체에 기여하는 것처럼, 기업도 사회발전을 위한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주체가 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올해는 저탄소·친환경 시대로의 대전환 등 급변하는 경영환경 하에서 지속성장을 위한 방안으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주회사 전환과 함께 그룹 차원의 ESG 경영활동을 리딩해 기업시민이 지향하는 사회적 가치 창출에 더욱 매진하겠다는 것이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 이후에는 ESG위원회의 역할을 더욱 강화해 그룹의 ESG 정책 수립과 이슈 점검 및 대응방안 논의를 보다 활발히 해나간다는 방침이다.
포스코의 입장대로라면 ESG 시대에 발맞춰 ESG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는 여러 기업 중 하나로 보인다. 그러나 그 안에는 문제점이 존재한다.
오는 2월 1일은 미얀마 군부가 영향력을 축소시키려 하는 집권 여당에 반발해 쿠데타를 일으킨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앞서 미얀마에서는 지난해 2월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이후 군부에 저항하는 미얀마 민주화 운동이 현재까지 계속 진행 중이다. 미얀마정치범지원협회에 따르면 지금까지 1만1711명이 구금되고 1490명이 사망했다.
문제는 지난 1년간 수많은 미얀마 시민들이 다치고 쓰러졌지만 포스코가 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민사회단체모임은 포스코의 ESG 경영을 ‘Anti Everyone Society Generation’이라고 비판했다.
27일 미얀마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한국시민사회단체모임(이하 미얀마 지지 시민모임)은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얀마 가스전에 투자하고 있는 포스코의 사업 중단을 촉구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미얀마 슈웨 가스전 대금 지급 중단을 촉구하는 전세계 시민 9만여명의 서명을 포스코인터내셔널에 전달하기도 했다.
이 같은 요구에 나선 이유는 미얀마 석유가스공사(MOGE) 슈웨 가스전 사업을 하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쿠데타 세력의 인권 유린에 눈감고 계속해서 가스 수익금을 쿠데타 세력에게 지급하고 있어서다.
미얀마 지지 시민모임은 “여전히 포스코 인터내셔널은 가스전 사업의 수익금을 MOGE로 지급하고 있다”며 “MOGE가 거둬들이는 수익은 쿠데타 세력의 핵심 자금줄이 돼 이들의 부정부패를 공고히 하고, 무고한 시민들을 학살하는 무기 자금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포스코 인터내셔널은 이제라도 쿠데타 세력과의 관계를 단절하고, 가스 수익금의 에스크로 계좌(제3의 계좌) 예치, 가스수송 파이프라인사업의 배당금 지급 유예 등을 포함한 실효적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 1년 넘게 수수방관 이윤만 좇는 것은 포스코 자신이 학살 기업임을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단법인 아디 김기남 변호사는 “포스코 인터내셔널은 국제인권기준에 따라 인권실사를 실시하고 가스 대금의 지급 유예, 중재절차 활용, 인권상황 우려 표명 등의 조처를 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뉴스클레임 ESG 연속기획
그린워싱(greenwashing)은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위장환경주의'를 가리킨다. 기업들이 주로 쓰는 수법이다. 기업이 제품 생산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 문제는 축소시키고 재활용 등의 일부 과정만을 부각시켜 마치 친환경인 것처럼 포장하는 것을 두고 그린워싱이라고 한다.
ESG워싱도 일종의 그린워싱과 같다. 겉으로는 환경과 사회, 기업 지배구조를 신경쓰듯 경영을 하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의 행보를 걷는 것을 말한다.
ESG 경영은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기관이나 공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기업들의 경우 ESG워싱을 우려해 그간 겉으로 친환경적으로 보였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았던 과거의 사례를 씻기 위해 노력한다. 그렇지만 이 또한 걸음마 단계다. 환경을 파괴하고, 환경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건설업체들의 경우도 여전히 산림을 파헤쳐가며 시설물과 아파트를 짓는데 혈안이 된다. ESG국가경영을 해야할 정부가 허가를 내주니, 이 또한 난맥이다.
자, 그렇다면 ESG경영의 기준을 어디에 둬야 할까. 지구의 수명을 조금이라도 늘리기 위해 지금보다는 더 천천히 개발하고 천천히 사용해야 하지만, 인간이 필요로 하는 것은 꾸준히 생기고 그로 인한 파괴는 진행형이다. 환경과 사회를 고려한 경영을 하기 위해선 이를 좀먹는 필요악은 어쩔 수 없다. 그럴 때마다 ESG워싱이라고 비난할 건가. 그렇게되면 ESG경영의 기본 취지에 벗어나 자칫 배가 산으로 갈 수 있다.
어떤 기업의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 총량이 100%였다면 이를 95%로 해서 5%라도 줄여보자는 게 바로 ESG경영의 기준이다.
<뉴스클레임>은 이런 취지를 되살려 ESG경영과 ESG워싱에 대한 연재기획을 진행한다. 정부기관, 공기업, 기업 등이 ESG워싱하는 부분을 꼬집고, 적어도 눈속임만으로 어물쩍 넘기려는 부분을 감시할 예정이다. 편집자·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