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클레임]
누구나 불법합성물(딥페이크)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공포가 커지고 있다. 딥페이크 범죄에 대한 우려는 교실과 학교를 넘어 일상생활까지 덮쳤다. 온라인상에는 '피해학교 명단'이 공유됐고, 가해자를 엄벌해야 한다는 국민 청원도 속속히 등장했다. 하지만 가해자들은 반성의 기미를 보이기는커녕, 피해를 두려워하는 피해자들을 비웃기 바쁘다. 그야말로 국가적 재난 수준인 지금,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 현황, 이에 필요한 사회적 논의와 대책을 짚어본다.
"야, 학교 게시판 확인해봤어? 피해 학교 명단에 우리 학교도 있어서 지금 난리났잖아. 보자마자 인스타그램 사진 내리고 난리도 아니더라. 너도 빨리 봐봐. 안 터진 곳이 없어."
영화 상영을 기다리던 중 다소 격양된 학생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얼핏 들리는 단어들을 조합해보니 논란이 된 '딥페이크 피해'와 관련된 이야기였다.
학교 명단을 확인한 또 다른 친구는 "이거 진짜야? 친구 학교도 있는데, 얼마나 많은 거야. 설마 내 사진도 이용된 건 아니겠지? 인스타그램에 사진 많이 올렸었는데. 짜증나게 사진을 우리가 왜 내려야 하냐. 잘못한 건 저 자식들이잖아"라며 분노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딥페이크 성범죄' 공포가 확산되면서, 온라인상에선 SNS에 자신의 얼굴이 나온 사진을 삭제하거나 비공개 처리했다는 이들의 이야기가 쏟아졌다. 피해 명단에 오른 학교나 근처 학교에선 학생회 차원에서 SNS 계정을 비공개로 하고 사진을 내리라는 공지가 잇따르기도 했다.
하지만 SNS에서 사진을 내리는 것만으로 딥페이크 범죄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고등학생 A씨는 "교실내에서 얼마든지 핸드폰으로 몰래 사진이나 영상을 찍을 수 있어 인스타그램 등에서 사진을 내려도 피해자는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며 "가해자들을 잡아서 처벌하는 게 우선돼야 하는 것 아닌가. 마치 '너희가 사진을 올려서 피해자가 된거야'라고 말하는 것 같아 기분이 나쁘다"고 토로했다.
대학생 B씨 또한 "여성들은 언제든 딥페이크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여성들은 그런 공포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가해자들은 '너는 못생겨서 그런 일은 안 당할거야'라며 비웃는다"며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정부도 가해자다. 언제까지 가해자는 떳떳하게, 피해자는 숨어 살며 벌벌 떨어야 하느냐"라고 말했다.
교원단체들도 피해자가 직접 가해 게시글 삭제에 나서는 것이 아닌, 정부 차원의 선제적인 관련 게시글 삭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은 "디지털 성범죄로 인한 국가적 재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범정부 차원의 대응과 긴급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8월 전교조가 발표한 '학교 딥페이크 성범죄 실태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학교 구성원 5명 중 1명 꼴로 불법합성물 성범죄의 직간접적인 피해를 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피해 사례 응답 중 SNS를 통해 불법촬영물 성범죄 피해 학교가 유출되면서 주로 여성 구성원들에게 허위 피해를 빌미로 사진, 신상, 금전 등을 요구하는 협박이 추가로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피해자 지원 대책의 최우선 과제를 묻는 문항에선 76.4%가 '범정부 차원에서 유포 영상 삭제 지원'이라고 답했다. 즉각적인 기록 삭제 등 피해자가 대응하는 과정에서 추가적인 피해와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이 가장 시급하다는 것이다.
전교조는 "특히나 불법합성물을 소지하거나 시청하는 행위는 현행법상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며 "실질적으로 불법합성물 성범죄를 뿌리 뽑기 위해선 소지하거나 시청하기만 해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도록 규정에 신설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또 "정부는 이번 사태에 대해 국가적인 재난 상황으로 인식하고, 범정부 차원의 관련 대책 수립과 예산 반영에 나서야 한다"며 ▲피해자 회복, 법률 지원 등 위한 행·재정적 지원책 마련 ▲교육청 차원 대응팀 구성 ▲학교 구성원 대상 불법 합성물 성범죄 대응 위한 지침 및 근절 방안 마련 등을 요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