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절 앞두고 건설기계 체불 54억원
건설노조 "건설기계노동자 체불 즉각 해결해야"

21일 오전 국회 앞에서 열린 '건설기계노동자 체불 해결 촉구 및 체불방지 입법 위한 건설노동자 기자회견'. 사진=건설노조
21일 오전 국회 앞에서 열린 '건설기계노동자 체불 해결 촉구 및 체불방지 입법 위한 건설노동자 기자회견'. 사진=건설노조

[뉴스클레임]

"일을 하도고 돈을 받지 못하는 이 현실이 참담합니다."

지난 21일 오전 국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국건설노동조합(이하 건설노조) 조승호 위원장이 건설기계 체불 해결을 촉구하며 이같이 분통을 터트렸다.

조승호 위원장은 "고질적인 체불문제는 20년 동안 건설노조가 만들어놓은 모든 것을 윤석열 정부가 하루아침에 망가뜨리면서 악화됐다”고 말했다. 

경기도 이천에서 4억8000만원의 체불문제가 발생한 신안건설산업 현장에 대해 고발한 김태훈 서울경기동부건설기계지부장도 “이천지역 건설기계노동자들은 명절을 앞두고 연쇄 도산이라는 벼랑에 내몰려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들은 6개월째 대출을 받아가며 생활비를 대신하고 있다. 다른 곳에서 일을 하고 싶어도 경유값을 내지 못해 수개월째 장비가동도 못하고 있다. 차량 할부금도 대출을 통해 내고 있는데 이마저도 내지 못하게 된다면 장비를 압류당할 지경"이라고 체불 해결을 호소했다.

이처럼 설 명절이 다가왔지만, 곳곳에서 밀린 임금을 받지 못한 건설기계 노동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윤석열 정권 이후 매년 명절을 앞두고 건설기계 체불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해왔지만 아직도 해결되지 않자, 기존의 법제도를 안착시키는 것을 넘어 전자적 대금지급시스템을 민간공사에도 적용시키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건설노조에 따르면 설 명절을 앞두고 조사한 건설기계노동자 체불이 76개 현장에서 약 54억4000만원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건설기계 체불현장은 '울산 북항터미널 공사현장'이다. 이곳은 한 곳에서만 수십억 원의 체불이 발생했다. 건설기계 임대료 체불만 10억5000만원에 이르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건설노조는 "더욱이 울산 북항터미널은 한국석유공사가 51%의 지분을 보유하는 등 사실상 공공발주 현장이지만 대규모의 체불 사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종국 울산건설기게지부장은 북항터미널 체불 사태를 설명하며 "2023년 추석과 2024년 설명절에도 대통령실에 체불문제 해결을 요구했으나 어떤 대답도 들을 수 없었다. 울산시청과 여당 국회의원, 시의회, 검찰과 경찰, 공정거래위원회, 민사소송 등 모든 방법을 진행해봤지만 여전히 체불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그나마 지역 국회의원인 윤종오 의원을 통해 최근 발주사와 대우건설, 체불대책위 3자가 만나 해결을 위해 논의하기로 했다"면서 "체불이나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법으로 해결하라고 하지만,  민사소송으로 1년, 2년을 싸울 수 있는 건설기계노동자는 아무도 없다. 강력한 처벌조항이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근 크레인 노동자들에게 10억원의 체불이 발생한 광주전남건설기계지부 김선옥 지부장 또한 "관급공사 현장의 절반이 체불 현장인데 공무원을 앉혀놓고 체불사태에 대해 설명하는 것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답답하기만 하다"고 호소했다.

이어 "포스코에서도 3억3000만원의 체불금이 있다. 이렇게 이름만 대도 알만한 곳에서도 체불이 해결되지 안흔데 작은 현장은 오죽하겠나. 이게 건설노동자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체불이 늘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건설노조는 "교섭을 요구하는 노조의 행위를 불법화하면서 건설기계임대차계약서, 건설기계임대료 지급보증제도 같은 기본적으로 지켜져야 할 제도조차 지켜지지 않으면서, 건설사들은 건설기계 임대료는 ‘안줘도 되는 돈’이라는 인식이 생겨났다"고 주장했다.

특히 노조가 체불해결을 촉구하면 건설사들은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해 노조 활동을 탄압하며 대화조차 거부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체불을 키워왔다고 말했다.

건설노조는 "기존의 법제도를 안착시키는 것을 넘어, 전자적 대금지급시스템을 민간공사에도 적용시키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국회의 역할과 지자체, 국토관리청 등 공공기관이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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