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기본권보장과 존엄할 권리로
[뉴스클레임]

내가 있는 사무실은 청파동에 자리 잡고 있어 출퇴근할 때 서울역 인근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있다. 텐트를 이용해 숙식을 해결하는 ‘홈리스’ 들이다. 이들은 가끔 경찰과 구청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들과 마찰을 빚거나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굳이 짚자면 행색이 남루한 옷차림과 아무 곳이나 자리를 펴고 있다는 거 말고는 큰 피해를 주지 않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에게 부정적 인식이 오랫동안 자리 잡고 있다. 오래전 이들을 떨꺼둥이라 불렀다. 그리고 거지, 부랑인, 노숙인으로 일컫는다. 그리고 코레일은 서울역 공공역사에서 이들을 함부로 몰아내거나 치워버려야 할 존재로 여기는 듯하다. 겨울이 되면 노숙인들은 추위를 피해 지하도나 서울역 대합실로 옮기거나 한 여름 뙤약볕을 피해 공공장소를 드나든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곳인데도 이들에게는 엄격하고 가혹하다. 심지어 보안이나 미관 등의 이유로 경비를 동원해 이들을 밀어내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서울역 인근의 옛 대우빌딩인 서울스퀘어 지하도에서는 한때 '화목한 지하도로'라는 이름을 걸고 홈리스 지원 단체와 당사자들의 항의 시위와 피켓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서울역 인근은 24시간 CCTV가 돌아가고 오가는 시민들에게 행여 손해를 끼칠까 봐 사람을 고용해 낙인찍고 공공장소에서 배제해도 결국 작년 6월, 현충일 길거리에서 흉기에 찔려 거리 홈리스가 살해당하기도 했다. 경찰은 홈리스를 감시하고 검문할 뿐, 범죄로부터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가는 ‘보호’하고 정책을 마련할 책임을 지지만, 흉기 사망 사건 이후에도 서울 중구청은 홈리스의 안전 대책에 대해 “새롭게 논의 중인 것은 없다”고 전해질 뿐이다.
홈리스행동의 ‘2024 홈리스 인권(형벌화)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3년 5월 ~ 2024년 5월 공공장소에서 퇴거를 요구받은 홈리스의 비율은 34.6%이며, 이들 중 72.2%가 민간 용역 경비원으로부터 퇴거를 요구받았다고 답했다. 같은 기간 경찰에 의한 불심검문 피해를 입은 홈리스는 51%로, 이들 중 94.3%가 법률상의 절차조차 지키지 않은 ‘불법’ 검문을 받았다. 홈리스를 표적으로 삼는 ‘형벌화’ 조치는 민관을 가리지 않고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이에 대해 홈리스행동의 이동현 활동가는 “형벌화 조치는 빈곤을 ‘매’로 다스린다는 것인데, 빈곤이라는 것은 누구든 의도해서 가난의 나락으로 떨어진 상태가 아니라며, 중증 환자한테 너 아프지 말라고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빈곤 문제를 푸는 데 도움이 안 될 뿐만 아니라 그들의 상태를 훨씬 더 악화시킨다는 말도 덧붙였다.

정부의 노숙인 정책은 1974년 내무부 훈령을 통해 ‘부랑인’이라는 이름으로 이들을 강제 격리 수용하던 것에서 출발했다. 그러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가난의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고 거리로 내몰린 사람들이 사회문제가 되자, 응급구호 측면에서 복지서비스 사업이 지원되면서 2011년 법으로 ‘노숙인 등 복지 및 자립 지원에 관한 법률’(노숙인 등 복지법)이 제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동현 활동가는 “법이 만들어지면서 거리와 시설 그리고 쪽방만을 이용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해요. 주거로서 적절치 않은 곳에 상당 기간 사는 사람이라고 하면 다양하잖아요. 비닐하우스도 있고 고시원 여관 여인숙 이런 곳을 다 포함해야 함에도 실질적으로는 굉장히 좁게 사용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정책 대상을 넓히지 않으려는 정책 당국의 보수성에 있다고 저희는 봐요. ‘홈리스 또는 주거 취약계층’ 라는 용어를 통해 비적정 주거에서 생활하는 사람들까지도 포함하는 개념으로 확장되어야 합니다.”
‘빈곤사회연대’가 각대선 후보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노숙인복지법’ 총 28개 조항의 11개 조항이 ‘노숙인 시설 설치와 운영에 관한 조항’에 할애한다며 의료, 급식과 같은 지원도 ‘시설’을 통해 제공되도록 규정되었다. 주거 지원의 첫 유형으로 ‘노숙인복지시설에 의한 보호’가 제시되고 있으며, 주거, 급식, 의료, 고용과 같은 직접지원은 임의조항으로 돼 있다.
이렇듯 이 법은 제정 이전에 존재하던 ‘부랑인및노숙인보호시설설치·운영규칙’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시설 중심의 법체계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시설 입소를 전제하지 않는, 다양한 홈리스 상태인 사람을 대상으로 법률을 개정할 필요가 있고 거리 홈리스에게 ‘임시주거비 지원’ 사업을 ‘비용’ 지원이 아닌 ‘주거’ 지원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현행 정책은 지난 5월 23일 뉴스클레임의 ‘21대 대통령 선거 빈민 장애인 정책 요구’ 안 ‘동자동 공공주택 조속 추진’ 기사에서 언급했듯이 고시원, 쪽방과 같은 곳은 입주자의 주거 안정에 취약해 주거약자에 대한 대책 마련이 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성별 특성을 반영한 층간 및 편의시설 분리 등이 제공되지 않아 여성들 역시 제도 이용에 크게 불리하다. 해당 정책을 시행하는 지자체도 2021년 기준 전국 17개 시도 중 7개에 불과할 만큼 잔여적이다.
이 밖에도 노숙인복지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국공립병원, 보건소 또는 민간의료기관을 노숙인진료시설로 지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노숙인 1종 의료급여 수급자는 노숙인진료시설로 지정된 곳이 아니면 의료지원을 받을 수 없으며, 병원급 이상 민간의료기관 가운데 노숙인진료시설로 지정된 곳이 거의 없고 국공립병원에 몰려 있다. 보건복지부가 고시를 통해 이용할 수 있는 의료기관의 수를 확대하였다고 하나, 여전히 ‘요양병원’을 제외하고 있거나 노숙인 1종 의료급여의 까다로운 신청 기준 등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기에 사실상 노숙인 등의 의료 접근권이 제고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빈곤사회연대 21대 대통령선거 빈민 장애인 정책 요구안 ‘홈리스’ 편을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노숙인복지법 전면 개정을 통한 홈리스의 기본권 보장’을 주장한다. 정책 대상을 ‘노숙인 등’에서 ‘홈리스’로 변경하고, 시설이 아니라 ‘주거 우선 전략’에 따른 주거지원 중심으로 질적 전환이 필요하며 주거, 급식, 의료, 고용과 같은 직접 지원에 대한 강행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의료급여법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노숙인 진료시설 지정제도를 완전 폐기하고 노숙인 1종 의료급여 접근권을 상향해 요양병원을 포함한 모든 의료기관을 ‘노숙인 등’이 차별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방안과 함께 인권 기반 의료 이용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음은 공공공간에서의 강제퇴거 등 홈리스에 대한 형벌화 조치 중단이다. 홈리스 상태에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선택하는 활동을 통제하고 처벌하는 ‘형벌화’ 조치가 발생하고 있다 보고 공공공간에서의 강제퇴거 등 홈리스에 대한 형벌화 조치를 중단하고 민·관의 홈리스에 대한 강제퇴거를 금지하며 홈리스 상태에 있는 이들에 대한 혐오 범죄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