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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클레임]

최근 미국에서 디지털 자산, 특히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제도적 정비가 본격화되면서 금융시장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 2024년 말 미국 의회가 통과시킨 ‘지니어스법(GENIUS Act)’은 스테이블코인을 법정화폐 연동 디지털 지급 수단으로 명확히 규정하며 발행자에 대한 엄격한 인허가와 준비자산 요건을 부과했다. 이는 안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해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건전한 성장을 지원하겠다는 목적이다.

이와 맞물려 미국 내 주요 대형 은행들은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디지털 결제 및 송금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이들은 전통 금융의 신뢰성과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갖추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무엇이고 왜 중요한가

스테이블코인은 ‘가치가 법정화폐(예: 달러)에 연동된 디지털 자산’이다. 변동성이 큰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와 달리, 실시간 지급결제, 송금, 무역금융, 인앱 결제 등 다양한 서비스에 안정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스테이블코인 총 발행액은 약 2500억~2600억 달러 수준이며, 향후 수년 내 10배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니어스법이 가져올 변화

지니어스법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에게 다음과 같은 규제 의무를 부과한다.

준비자산 100% 담보 의무: 스테이블코인은 항상 1:1로 달러 예치금을 확보해야 한다.

엄격한 인허가 요건: 연방 금융당국 인증을 받아야 하며, 사기·자금세탁 방지 체계를 갖춰야 한다.

투명한 공시 의무: 매월 준비자산 운용 내역과 코인 발행량을 공개해 정보 불균형 해소.

소비자 보호 강화: 파산 시 사용자 우선 변제권 보장.

다만, 준비자산이 대부분 미국 국채 등 단기채권으로 구성돼 있어, 대규모 환매 시 국채시장 유동성 문제가 야기될 가능성과 ‘디지털 뱅크런’ 신종 위험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다.

■미국 대형은행들의 전략

JP모건은 가상자산을 비판해 온 제이미 다이먼 회장이 최근 자세를 바꿔 스테이블코인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6월 발표한 ‘JPM 디파짓 토큰(JPMD)’은 은행 예금과 1:1로 연동되는 토큰으로, 퍼블릭 블록체인에서 기관 고객이 예금을 디지털 형식으로 이동·결제할 수 있게 만든 사례다. 이 프로젝트는 은행 내부 전용 시스템과 달리 공개 블록체인과 연결되면서 기존 금융시스템과 디지털 자산의 융합 가능성을 보여준다.

씨티은행은 오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법정화폐와 디지털 자산 간 경계를 허물려 한다. 통합 회계·자금세탁방지(AML) 솔루션을 포함해 다양한 규제 대응 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이미 토큰 기반 결제 인프라 구축에 나서고 있다.
지니어스법 시행 이후에는 미국 대형은행들의 ‘공동 스테이블코인 네트워크’가 출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는 핀테크 진입장벽을 높이고, 시장 독과점 우려도 낳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잠재력에 신중한 입장이다. 전체 시장 규모 산정이 아직 불투명하며, 일부 기대와 달리 실제 자금 이동 규모는 제한적이라는 평이다. 하지만 해외 소액 송금, 스마트 계약 활용, 앱 내 결제 등 특정 분야에는 긍정적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몇몇 스테이블코인 업체와 협력하며 점진적 사업 확장을 추진 중이다.

■주요 리스크와 제도 시행 시기

미국 지니어스법의 공식 시행까지는 대통령 서명 후 최소 18개월, 연방 규제 최종 시행까지 최대 2년 이상 걸린다. 현재 상원 심사 중인 관련 법안들도 있어 최종 제도 완성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이 기간 동안 전통 금융사들은 숨겨둔 ‘히든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크다. 규제 링 안으로 진입하며 기존 금융시스템을 활용한 압도적 신뢰도와 자금 세탁 방지 역량으로 신규 사업자보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전망이다.

한국은 아직 디지털 자산 관련 법률과 제도 정비가 초기 단계다. 디지털 자산 기본법과 증권형토큰(STO) 법안 등이 국회에 계류 중이고, 명확한 스테이블코인 규제는 마련되어 있지 않다. 미국 사례는 국내 정책 입안자와 업계에 중요한 참고가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금융당국과 기업들은 글로벌 규제 흐름을 주시하고, 안정성과 혁신을 맞춤형으로 조화시키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한다.

스테이블코인은 디지털 금융혁신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의 법적 틀 구축과 대형 은행들의 적극적 시장 진출은 디지털 자산 생태계의 판도를 바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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