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민사회 20개 단체, 주한 미얀마 대사관 앞 규탄 기자회견
"한국 정부, 미얀마 군부와 연계된 경제활동 철저히 차단하길"

22일 오후 주한 미얀마 대사관 앞에서 진행된 '로힝야 학살 8주기 미얀마 군부 규탄 기자회견'. 사진=인권과평화를위한국제민주연대
22일 오후 주한 미얀마 대사관 앞에서 진행된 '로힝야 학살 8주기 미얀마 군부 규탄 기자회견'. 사진=인권과평화를위한국제민주연대

[뉴스클레임]

오는 25일은 2017년 미얀마 라카인 지역에서 로힝야인들에 대한 대규모 학살이 발생한 지 8년이 되는 날이다. 로힝야 학살 8주기를 맞아 한국 시민사회단체들이 미얀마 군부를 강력 규탄하고 국제사회의 적극적 개입을 촉구했다.

국제민주연대, 민변 국제연대위원회, 발전대안 피다, 실천불교승가회, 사단법인 아디, 참여연대, 해외주민운동연대 등 20개 단체로 구성된 '로힝야와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단체'는 22일 오후 서울 한남동 주한 미얀마 대사관 앞에서 '8년째 이어진 학살과 박해, 로힝야 학살 8주기 미얀마 군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단체들은 공동성명서를 통해 "2017년 미얀마 군부는 오랜 차별과 박해 끝에 로힝야를 향한 집단학살을 자행했다"며 "수만 명의 로힝야가 목숨을 잃었고 수십만 명이 삶의 터전을 잃었지만 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누구 하나 처벌받지 않았다"고 규탄했다.

현재 라카인 지역에서는 군부와 아라칸 아미(AA)의 무력 충돌이 격화되며 로힝야 민간인들이 희생되고 있다. 중화기와 포격이 민가를 가리지 않고 쏟아지고 있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거나 부상을 당했다고 단체들은 전했다.

특히 군부가 로힝야 청년들을 강제 징집해 전선으로 내모는 가운데 아라칸 아미 역시 로힝야에 대한 공격을 자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라카인 주민들은 식량 부족, 의료 접근 제한, 전염병 위험, 열악한 주거 환경에 직면하고 있으며 라카인주 북부의 의료시스템은 붕괴 상태로 응급치료와 예방접종 등 기본 의료 서비스가 대부분 중단됐다.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 난민캠프 상황도 악화일로다. 최근 국제사회 지원이 줄어들면서 캠프 내 식량 배급은 크게 줄었고 영양실조와 질병이 확산되고 있다. 장마철이면 산사태와 홍수로 거처가 무너지고 불안정한 치안 속에서 여성과 아동은 늘 폭력에 노출돼 있다.

100만 명 이상의 로힝야 난민들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큰 캠프에 갇힌 채 귀환도 재정착도 보장되지 않는 상황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해 11월 국제형사재판소(ICC)가 군부 수뇌부에 대한 체포영장을 신청했으나 현재 진행형인 폭력과 인도적 위기는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한국 기업들이 여전히 군부 연루 기업과 협력하며 전쟁범죄를 간접적으로 지원해 왔다"며 "정부는 군부와 연계된 경제활동을 철저히 차단하고 로힝야 난민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미얀마 군부의 로힝야 학살 책임 인정과 즉각 퇴진 ▲로힝야 난민의 시민권과 안전한 귀환 보장 ▲국제사회의 민간인 학살 중단 조치와 진상규명 ▲국제사법기구의 신속한 기소와 처벌 ▲방글라데시 난민캠프와 라카인 지역에 대한 인도적 지원 확대 ▲한국 정부의 미얀마 군부 연계 경제활동 차단과 로힝야 난민 지원 강화 등 6개항을 요구했다.

단체들은 "한국 시민사회는 로힝야 집단학살 8주기를 맞아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지금도 이어지는 학살과 박해를 멈추기 위해 끝까지 목소리를 낼 것"이라며 "로힝야와 함께하며 그들이 존엄과 권리를 되찾을 때까지 연대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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