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육아휴직자 4만명 최초 돌파
여성 경력단절 감소와 맞벌이 확대 추세 뚜렷

[뉴스클레임]
“후회는 없습니다. 오히려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해요.”
두 살배기 아들을 둔 30대 직장인 임민수씨는 지난해 6개월간 육아휴직을 다녀왔다. 그는 “처음엔 주변에서 ‘정말 쉬는 거 맞냐’며 선입견 섞인 시선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 건강검진부터 돌봄까지 직접 하면서 아빠가 가사와 육아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해졌다"고 말했다.
이러한 개인 경험의 변화는 통계에서도 두드러진다.
여성가족부가 2일 발표한 ‘2025 통계로 보는 남녀의 삶’에 따르면, 2024년 육아휴직 급여 수급자 13만3000명 중 남성은 4만2000명으로 처음 4만명을 넘었다. 전체 육아휴직자의 31.6%에 해당해, 이제 육아휴직자 세 명 중 한 명은 남성이라는 의미다.
서울 소재 IT기업에서 근무하는 박지웅씨(40)는 “과거에는 남성 육아휴직이 ‘특별한 배려’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누구나 누릴 수 있는 ‘당연한 권리’가 됐다”고 말했다. 그 역시 지난해 3개월간 육아휴직을 사용한 경험이 있다. 그는 “육아휴직 후 동료들과 업무 분담이 더 체계화됐고, 회사 지원 정책도 눈에 띄게 개선됐다"고 전했다.
■ 경력단절 여성 감소, 맞벌이 확대 추세
통계에서도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점차 확대되는 양상이 확인된다. 2024년 15~64세 여성 고용률은 62.1%로 2015년 대비 6.4%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출산과 육아로 활동이 잠시 위축되는 30대 초반 여성 고용률은 73.5%까지 올랐다.
경력단절 여성 비율도 2015년 21.7%에서 2024년 15.9%로 5.8%포인트 줄었다. 이는 결혼과 아이 양육으로 직장을 그만두는 여성이 점차 줄어든 것이다.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맞벌이 부부 김윤아씨(34)는 “남편이 육아휴직을 해줘 큰 힘이 됐다”며 “우리만이 아니라 주변 또래 맞벌이 부부들도 육아와 일을 함께 나누려는 노력이 늘었다”고 전했다.
2024년 1인 가구는 804만5000가구로 2015년 대비 1.5배 늘었다. 남성은 30대, 여성은 60대 연령층에서 1인 가구 비중이 가장 높아 다양한 가족 형태가 자리 잡고 있다.
노동시장에서도 상용근로자 비율이 남녀 모두 증가했다. 2024년 상용근로자 비율은 남성 58.9%, 여성 55.1%로 2015년보다 각각 6.3%포인트, 12%포인트 올랐다. 동시에 6월 기준 총 실근로시간은 남성 153.8시간, 여성 137.4시간으로 줄어들면서 일과 가정의 균형도 모색하는 추세다.
그러나 아직 넘어서야 할 난관도 남았다. ‘돌봄의 책임’을 여성에게만 미루는 오래된 관행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육아휴직 확대에도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대체 인력 부족 등 현실적 어려움이 꾸준히 제기된다.
직장 복귀 후 재취업 걱정과 업무 단절 문제를 부딪힌 전직 경력단절 여성 이수진(38)씨는 “내가 매달린 10년 경력이 한순간에 무너지지 않도록 사회가 더 세심히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는 “가족 형태, 경력단절, 대표성, 일생활 균형 등 사회 현상을 세심히 살펴 국민 삶에 실질적 변화를 끌어낼 수 있는 정책을 발굴하고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