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도구 봉래동 ‘내 기억 속 초상, 삶을 잇는 골목' 사진전을 찾아서.
[뉴스클레임]

시대의 흐름이 역동적으로 바뀌고 있다. 모든 예술 분야가 그렇지만 특히 사진도 이러한 흐름을 비켜 갈 수 없다. 이 가운데 ‘다큐멘타리 사진’은 어떤가? 여전히 의욕적으로 활동하는 사진가 집단이 있다. ‘비주류사진관’이 그들이다. 언제부턴가 저항하는 자들의 곁에서 ‘일거수일투족’ 기록으로 남겨 SNS를 통해 소개하거나 다양한 투쟁 현장에 이들의 사진이 걸리고 전시되고 있다. 올해 5월부터는 부산 영도구 봉래동에서 ‘내 기억 속 초상, 삶을 잇는 골목 사진전’이라는 주제로 사진전을 개최하고 있다. 한때 이곳은 한국 조선산업의 중심지였지만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봉래동 노동자밀집 지역도 재개발 위협을 받거나 쇠퇴하기 시작했다. 몇 년 전부터 비주류 사진관 회원들이 팔을 걷어 붙치고 누구든 관람할 수 있도록 봉래동 골목 전체를 전시장으로 만들어 언제든 사진을 감상 할 수 있도록 꾸민 것이다.
이 단체의 대표를 맡고 있는 정남준 관장(이하 정 관장)을 통해, 지금까지의 활동과 이 시대 사회사진의 역할에 관해 물었다. 덧붙여 궁금한 것은 주류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세상에 이름부터 왜 ‘비주류사진관’일까?

“우리는 주류가 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애초에 주류가 되지 않으려 한 것입니다. 흔히 주류는 곧 권력과 자본이 선택한, 세련되고 아름다운 '상품성'이 있는 것을 말합니다. 사진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술을 강조하는 주류 사진이 전시장을 채우고, 언론 지면을 채우며, 시장을 형성합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지워진 삶, 외면당한 현실도 있습니다. 이는 자본이 원하는 ‘잘 팔리는 이미지’가 아니기에, 쉽게 외면당합니다. 소위 이 사회 비주류라는 이유로 감춰지거나 숨겨진 목소리를 사진으로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이 사회가 외면하는 곳을 카메라가 찾아간다는 상징적 의미로 ‘비주류’라는 단어를 택했다는 의미로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가 마주한 현실과 사진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들어봤다.
“우리가 지향하는 사진은 현실을 드러내는 '언어'이자, 권력과 자본이 감추려는 장면을 고발하는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현장에서 마주하는 장면들은 늘 불편합니다. 권력에 일상적으로 침탈되는 인권 현장들, 해고 노동자의 절박함이 가득한 공장과 거리들, 쉬지도 않고 선무방송을 통해 ‘이주하라’는 재개발 강제이주 현장들, 깡패들에게 무참하게 철거되는 노점상, 역사를 왜곡하는 현장들, 그리고 웃음이 사라진 채 관광 상품으로만 소비되는 재개발, 도시재생 마을의 현실…. 이런 사진을 보면 누군가는 말합니다. ‘왜 이렇게 어두운 장면만 찍느냐.’ 그러나 되묻고 싶은 것은 이것입니다. ‘왜 이 사회는 이런 장면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는가.’입니다.”

비주류사진관의 사진은 단순히 어두운 것이 아니라, 사회구조적 문제를 직시하게 하는 창이고, 불편함을 피하는 대신, 불편함을 직시하도록 초대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누구나 핸드폰 속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현실 속에서 이미지가 범람하는 세상이 되었지만, 자연과 사회 속에 존재하는 대상을 단지 수동적으로 반영하거나 또는 맹목적으로 수용하는 것에서 창조적으로 반영하려는 노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인간의 삶 속에서 유희적 기능과 현실을 모사하는 것을 극복하고 인간의 실천 활동의 결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다시 강조한다. 다음은 비주류사진관의 활동에 대해 들어보았다.
“벌써 2014년 1월 몇 명의 사진가들이 뜻을 모아, “주류가 외면한 현장을 기록하자”는 절박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습니다. 그 사이 박근혜, 윤석열 정권 탄핵이라는 격변기를 거쳐 왔습니다. 부당한 권력을 향한 서울 광화문 및 전국 전시를 비롯해 30여 차례의 전시를 이어왔습니다. 세월호, 전국 평화의 소녀상 90곳을 직접 촬영하기도 했고, 재개발로 사라진 마을, 해고 노동자의 투쟁현장, 산재, 조선소 노동자들의 땀방울, 이런 장면들이 주로 거리에서, 때로는 현장에서 직접 전시되었습니다.”

정 관장은 우리는 사진을 찍는 집단이지만 사회운동과 함께하고, 노동자와 주민들과 연대하며, 사진을 그들의 무기로, 그들의 언어로 만들어내는 역할을 강조한다. 따라서 굳이 갤러리와 전시장만 고집하지 않고 처음부터 거리와 현장에서 사람들과 함께 살아 숨 쉬는 기록을 지향했다. 이러한 원동력은 정회원, 후원회원, 함께 전시를 준비했기에 11년 넘게 버틸 수 있었다고 말한다.
“먼저 ‘기록’은 사라지는 순간을 붙잡습니다. 언젠가 “그때 무슨 일이 있었나?” 하고 묻는 사람들에게 보여줄 증거를 남깁니다. 다음은 ‘증언’입니다. 사진은 말할 수 없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신합니다. 해고 노동자의 절규, 철거민의 눈물, 골목 상인의 탄식이 사진을 통해 사회에 증언됩니다. 그리고 ‘연대’입니다. 우리는 사진을 찍고 떠나는 사람들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 싸우고 함께 버티는 동지입니다. 사진은 연대의 끈이자, 함께 싸우는 무기입니다. 마지막으로 ‘저항’을 꼽았다. 권력과 자본이 원하는 이미지는 늘 밝고 아름답고 세련된 것일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미학에 저항합니다. 사진은 아름답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을 드러내기 위해 존재합니다.”

오랜 세월 현장과 꾸준히 연대하는 사진집단은 많지 않다. 향후 어떤 길을 걸어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한다.
“젊은 사진가들이 우리의 정신을 이어가고, 또 다른 현장을 기록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어야 합니다. 세대와 세대를 잇는 사진관이 되어야 합니다. 새로운 사회적 모순과도 함께해야 합니다. 사진은 늘 시대와 함께 변화하는 언어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비주류사진관은 단순한 사진 동호회도, 예술 집단도 아닙니다. 비주류사진관은 어느 특정 개인이 아니라, 바로 소속 회원들이 만들어가는 집단입니다. 앞으로도 함께 기록하고, 함께 증언하고, 함께 연대하며, 함께 저항해 나갈 것입니다. 물론 이 길은 쉽지 않습니다. 때로는 지치고, 때로는 외롭고, 때로는 무력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멈추지 않는다면, 반드시 누군가의 기억이 되고, 또 다른 누군가의 힘이 될 것입니다. ”
비주류사진관은 이렇게 스스로에게 던지는 당부로 말을 맺었다. 이들의 사진전이 열리는 곳의 주소는 '부산 영도구 외나무길 73'이다. 전국사진집단 비주류사진관 소속 정회원 작가 13명이 참여했다. 멀리 부산 앞바다도 눈에 보인다. 잠시 숨을 고르고 쉬었다가 한적한 골목길을 거닐며, 가을을 맞이해 보는 것도 좋은 추억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