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이 특검법 협상 후폭풍과 지도부 내 갈등으로 거센 내홍을 겪고 있다. 최근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 사이의 충돌, 당원·지지자들의 분노 그리고 야당 국민의힘의 반사이익까지, 현장의 온도는 뜨겁다. 겉으론 “내란당 해산”이라는 단순 구호가 회자되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훨씬 복잡한 정략과 제도적 현실이 뒤얽혀 있다.
많은 당원들이 “특검을 무기한 연장할 수 있는데 김병기 원내대표가 자진해서 특검을 끝내려고 한다”는 오해를 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특검법은 단호히 기간을 규정한다. 준비기간 20일, 수사기간 50일, 국회 합의와 대통령 승인이 있으면 최대 30일 추가 연장만 가능하다. 즉, 합쳐야 최장 100일이 원칙이다. 무제한 연장 가능하다면 특검이 아니라 ‘검찰’과 같은 상설 조직이었을 것이다. 현장에서는 “왜 무기한 못 하냐”는 불만도 있지만, 법률의 취지와 한계를 이해하는 당내 소통이 부족해 오해만 커졌다.
최근 언론이 “상임위 간사 합의 포함”이라는 제목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사실 상임위 간사 지명은 각 당의 고유 권한이지, 여야가 합의할 사안이 아니다. 그런데 국민의힘이 정부조직 개편 등 새 정부의 필수 법안을 협상 카드로 내세워 ‘특검기간 연장 최소화’와 맞바꾸는 전략을 구사하면서, 원내대표단 사이에 조직법·금융위원회 설치 같은 전략적 타협이 등장했다. 실제로 본회의 상정까지 야당이 필리버스터를 시전하며 최대 11개월간 법안 처리를 지연시킬 수 있기 때문에, 협상을 통한 타협은 정치 현실의 불가피한 선택으로 이해해야 한다.
특검, 정부조직법 등 쟁점 법안에서 민주당이 ‘과반 의석’에도 자유롭게 입법할 수 있다는 오해가 교차한다. 실제로 법사위, 본회의, 필리버스터 등 눈에 안보이는 장벽이 여전히 존재한다. 패스트트랙도 6~11개월 소요, 소수정당의 협조 없이 빠른 입법은 불가능하다. 혁신당과 합쳐도 190석이 ‘무적’이 아니라, 끊임없는 협상과 정치적 조율 없이는 실질적인 개혁 동력은 제한적이다.
정청래 대표의 내란당 해산 공약은 상징적 분열 결의이자 정치적 결집의 방법이었지만, 현실의 국정운영에선 타협과 설득, 복잡한 조율이 절실하다. 당원들은 “분열보다 해산”을 외치며 플래카드 시위까지 벌이지만, 정부조직법·금융법 같은 국가 대계와 맞물린 협상 환경은 단순하지 않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특검 연장 15일을 줄여 금융위원회 설치법 등 필요한 법안 처리를 이끌어내려 했고, 이는 장기 입법 지연보다 당장 민생과 국정운영에 실익이 크다는 판단에 근거한다. 하지만 당내 소통 부실과 격앙된 당원·지지층 분노로 하루 만에 합의가 무산됐고, 본회의 원안 처리로 되돌아가면서 ‘내부 균열+야당 반사이익’이라는 이중의 위기를 초래했다.
커뮤니티와 유튜브, 거리 시위에서는 “내란당과 왜 합의하나”, “정청래 약속 지켜라”, “김병기를 내보내라”는 격앙된 목소리가 분출한다. 자극적인 기사와 유튜버는 분열만 부추길 뿐, 정작 복잡한 법적·제도적 현실을 설명하는 창구는 부족하다. 당내 주요 인사들은 “민주당은 결과를 내고도 국민 설득에 실패했다. 위기 때 리더의 자격이 드러난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민주당의 내홍은 ‘정쟁만 하면 된다’는 판타지와, 어떤 개혁도 현실의 협상·조율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정치의 냉정 사이에서 발생한 위기다. 국민의힘은 이 틈을 타 반사이익을 얻고, 현장 지지층에서는 “내부 단결보다 분열과 비난이 앞선다”고 탄식한다. 강한 시민 분노와 현장 데모, 미디어의 자극적 보도, 소통 부재 속에서 민주당은 결과를 낸 뒤에도 자해적 논란으로 리셋해야 하는 역설을 마주했다. 현안을 풀려면 지지층 설득과 투명한 소통, 리더십의 책임 있는 자세가 필수다.
정치는 단순 구호가 아니라, 결과로 말하는 엄격한 현실임을, 이번 혼란이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