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도, 명절도 없이 이어지는 자영업 사장의 고독과 생존이야기

사진=독산동 철학자

2025년 9월 21일, 일요일.

오늘도 사무실엔 나 혼자다. 주말이면 원래 조용한 게 맞지만, 자영업 인생을 시작한 이후론 이 쓸쓸함이 ‘내가 제대로 가고 있다’는 지표가 된 듯하다. 자리를 지키면서도 늘 긴장감이 돈다. ‘이번 달 매출, 카드값, 임대료, 다음달 세금, 거래처 입금 지연…’ 머릿속엔 엑셀 시트가 돌아간다. 번 돈이야 뭐, 벌면 쑥쑥 나가고 남는 건 끝없는 피로와 불안 뿐이다.

솔직히 한두 달만 매출이 삐끗하면 큰일 난다. 빚이 쌓이는 게 아찔하다. 지난달 갑자기 나갔던 급전, 합의금, 세금까지. 매번 멘탈을 다잡고 악착같이 ‘이번 달만 어떻게 넘기자’는 심정. 그래도 오늘은 유자청 한 병이 책상 한 켠을 지키고 있어 마음이 약간은 놓인다. 아까 퇴근하던 옆 집 꽃집 사장님이  쥐어주고 간건데, 쳐다보기만 해도 막 힘이 날 것 같지만 솔직히 그건 구라다. ‘먹고 힘내야지’ 스스로 읊조리지만, 속으론 ‘오늘 하루만 버텨도 다행’이라는 심정이 크다.

작은 회사 사장은 ‘퇴근’이란 말에 죄책감이 따른다. 저녁이든 새벽이든 자빠지면 끝이다. 명절, 연휴, 남들 쉬는 날은 오히려 더 경계심이 커진다. 뭐라도 한다. 사무실 대청소, 세금 서류 정리, 지난달 영수증 뒤적이기, 쿨하게 이메일 밀린 답장 돌리기. “이렇게까지 살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밀려오면, “지금 관두고 어디 가서 뭘 하지?” 되묻게 된다.

그래도 가끔은 작은 위안도 있다. 거래처 사장님이 “사장님, 요즘 얼굴 좋아 보여요” 하면, 그날 하루는 좀 가볍다. 커피 한 잔, 직접 프린터 수리한 성취감, 유자청 한 모금, 별 거 아닌데 그게 ‘나는 아직 버티고 있다’는 신호다. SNS에 누군가 ‘자영업 차린 지 1년, 너무 힘들다’고 올렸을 때, 괜히 “힘내세요” 댓글 달다가 나도 이번 달 버틸지 장담 못 하겠단 생각이 스친다.

오늘도 나는 일한다. ‘기왕이면 즐겁게 하자’ 마음은 먹었다. 현장은 여전히 거칠고, 내일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오늘 하루 내가 버텼다’ 이것만으로 일기 한 편은 충분하다.

필자 소개: 이름을 공개하기엔 부담스럽고, 사는 곳이 구로구 독산동에, 대학 때 전공이 철학이었으니, 필명으로 독산동 철학자가 어울릴 듯 하다. 5인 이상 그렇다고 10인이 넘지 않은 중소 중에서도 중소기업을 4년째 운영 중이다. 자영업 일기가, 모든 자영업 사장들에게 힘이 되길 빈다.

독산동 철학자 씀.

(2화 예고: “빚이 쌓이는 계절, 50만원이 500만원이 되는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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