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측 “노동자성 외면, 교섭 회피만 반복”
시민사회 “괴롭힘 방치, 공정성 논리 앞세워 진실 외면”

25일 오전 MBC 앞 농성장에서 열린 '故 오요안나 죽음 외면 MBC 규탄 긴급 기자회견'. 사진=방송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름 엔딩크레딧
25일 오전 MBC 앞 농성장에서 열린 '故 오요안나 죽음 외면 MBC 규탄 긴급 기자회견'. 사진=방송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름 엔딩크레딧

[뉴스클레임]

MBC가 故 오요안나 기상캐스터 유가족을 상대로 한 교섭에서 ‘정규직 전환 요구 철회 없인 대화 불가’라는 입장을 고수해 파문이 커지고 있다. 유족과 시민사회단체들은 고인을 두 번 죽이는 처사”라며 강하게 규탄했다.

25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는 단식 18일째인 고인의 어머니 장연미 씨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 연대 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발언대에 선 유족 측은 “오요안나는 MBC의 지휘와 관리감독을 받으며 일한 노동자였다. 그럼에도 MBC는 근로자성이 희박하다는 엉뚱한 주장으로 교섭을 회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기상캐스터 정규직 전환은 다른 방송사 취업 희망자들에게 불공정하다는 MBC의 주장은 궤변에 불과하다”며 “정당한 권리 요구를 공정성 문제로 호도하는 것은 사실상 노동자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오 캐스터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고통받았던 점을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유족은 “고인은 선배들의 따돌림과 압박 속에서 수차례 구조 신호를 보냈지만 MBC는 묵살했다”며 “극한 경쟁을 부추긴 구조 자체가 고인을 벼랑 끝으로 몰았다”고 말했다.

MBC가 ‘사내 진상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과 죽음의 인과관계가 불분명하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반발이 이어졌다. 시민사회단체는 “사측은 근로자성을 부정하며 보상 대신 위로금을 운운했다”며 “사망 사실조차 알리지 않고 은폐하려 한 태도는 책임 회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시민사회단체는 또 교섭을 둘러싼 MBC의 태도가 고인을 모욕하고 유족의 명예를 짓밟는 행위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공개 사과와 재발 방지, 정규직 전환, 정당한 보상은 상식적 요구”라며 “MBC는 더 이상 기만과 왜곡으로 진실을 가리지 말라”고 호소했다.

이날 시민사회는 정치권에도 입장을 촉구했다. 이들은 “분향소가 차려진 이곳은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지역구”라며 “이재명 정부가 공약한 ‘상시·지속적 업무의 정규직 전환’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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