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이상 의료비 부담 58조 돌파, 전체 진료비의 46% 차지
해외는 무상의료·장기 상병수당으로 위험 분산

연금으로 감당하지 못하는 의료비와 상병수당 제외로 치료를 미루는 노인이 늘어나는 현실 속에서 노인 무상의료·상병수당 연령 확대 요구가 커지고 있다. 뉴스클레임DB
연금으로 감당하지 못하는 의료비와 상병수당 제외로 치료를 미루는 노인이 늘어나는 현실 속에서 노인 무상의료·상병수당 연령 확대 요구가 커지고 있다. 뉴스클레임DB

[뉴스클레임]

서울 동작구에 혼자 사는 박모씨(81)는 한 달 연금보다 많은 당뇨·관절염 진료비에 매달 허덕인다. 그는 "종합병원 약값에 정기검진·MRI 비용까지, 점점 기초생활비보다 병원비가 먼저 나간다"며 "치료를 미루다 병을 키운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경기 안양 이모씨(79)는 지난해 뇌졸중 이후 세 번 입원을 거치며 모아둔 저축을 다 써버렸다. 퇴원 뒤에도 간병비와 비급여 검사비로 매달 40만원 이상이 빠져나간다. 그는 "아프면 쉴 권리, 치료받을 권리는 남 얘기"라고 하소연했다. 부산 영도의 김모씨(76)는 "본인부담경감제 대상이지만, 암 투병 후 체납된 약값과 생활비를 감당하지 못해 치료받으려 빚을 내야 했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65세 이상 고령층의 의료비 부담은 해마다 심화되고 있다. 2025년 기준 고령층이 부담한 의료비는 58조원으로 전체 진료비의 46%에 달한다. 1인당 연평균 진료비는 544만원, 본인부담금도 125만원을 넘어섰다. 연금만으로는 생계는 물론 의료비조차 감당할 수 없어, 치료를 포기하거나 만성질환이 악화되고, 2차 빈곤에 빠지는 노인이 증가하는 상황이다.

이런 현실을 지적하며 고령노동자 단체들은 ‘노인에게 무상의료 적용’과 ‘65세 이상 노인에게 상병수당 자격 적용’ 등 보편적 정책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경제활동능력은 떨어지고 노인의료비는 늘어만 가고 말년에 경제능력을 상실, 결국 빈곤에서 진료를 포기하고 자살을 선택하는 노인인구가 늘어나서 한국은 부끄럽게도 OECD국가중 노인자살률1위가 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노인의 의료비급증으로 인한 가계경제가 무너지고 결국 빈곤으로 노인자살의 심각성을 이 사회가 인지한다면 65세 노인 총의료비를 국가가 책임지는 무상의료를 적용해야 할 시점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시범사업에서는 만15세 이상에서 65세 미만 취업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으므로 65세 이상 노인은 적용대상자에서 포함되지 않고 있다"면서 "상병수당 적용 연령확대는 건강권확대 및 노동생산성 기여할 뿐만 아니라 감염병확산 예방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는 건강보험 적립금 감소, 사회보험 재정위기, 초고령사회 재정 부담과 세대 갈등 프레임을 이유로 무상의료나 상병수당 확대에 소극적이다. 2025년 현재 상병수당은 일부 시범사업과 저소득층에 한정되어 있고, 무상의료 역시 재정 소요에 대한 구체적 논의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해외 사례를 보면 프랑스, 독일, 일본 등에서는 65세 이상 기본 의료비를 국가가 직접 부담해 노후 빈곤과 치료 포기 문제를 사회적 안전망 차원에서 줄이고 있다. 영국 등은 고령층 상병수당을 최소 12~24개월 보장해 고용 유지와 소득 보전의 핵심 정책으로 삼고 있다.

정책 효과, 재정부담, 세대 갈등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생존권과 건강권 없는 노후의 존엄은 공허하다”, “치료받을 권리가 곧 사회계약이며 복지국가의 시험대”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 전문가는 “의료비 문제가 곧 생존의 문제이자 국가적 사회계약임을 직시해야 할 때”라며 “건강권, 소득대체 안전망, 정책의 실질 집행력까지 근본 재설계를 논의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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