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클레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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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제조 과정보다는 유통 과정에서 제품에 이상이 생기는 경우가 다반사다. 간혹 소비자 이물질 클레임이 제기되면 제조 당시 문제인지, 유통 과정에서 문제인지를 두고 갈등을 빚는다. 제조의 문제라면 회사 규정에 따른 손해배상이 이뤄지겠지만, 유통 중 발생한 이물질이라면 문제를 제기한 소비자에게도 어느 정도는 책임이 있을 수 있다. 가령 분유를 구매한 소비자가 분유 개봉해 둔 상태에서 이물질이 발견됐다고 신고한 경우 소비자 유통 과정의 부주의에 대해 짚고 넘어갈 수밖에 없다.

이처럼 식품 이물질에 한국 소비자들은 유독 신경을 곤두세운다. 비싸더라도 이왕이면 좋은 것을 먹어야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는 웰빙 바람 때문이다. 업체들의 친환경 무농약 제품들이 재래시장의 질 좋고 값싼 제품보다 불티나는 이유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 같은 소비 심리를 유통업체들이 이용해 질 낮은 제품을 마치 웰빙제품처럼 속여 파는 게 문제다. 아무리 깐깐한 소비자들이라도 유통업체가 속여 팔면 믿고 구매할 수밖에 없다. 소비당국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유통업체들은 잘 팔리는 제품 사이에 가짜를 끼워 넣는다.

이베리코란 스페인에서 도토리만 먹고 자란 친환경 흑돼지다. 스페인의 드넓은 도토리 밭에 방목해 길러내기 때문에 육질의 쫄깃함과 육향이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그 맛의 특별함으로 인해 캐비어, 트러플, 푸아그라와 함께 세계 4대 진미로 꼽힌다. 수입돼지고기 중에 한국인들이 가장 선호한다. 지난해 우리나라에 반입된 스페인산 돼지고기는 총 7만1612t으로 전년 대비 13.8% 증가했다. 2013년 1만8398t에 비하면 무려 4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수입 금액 역시 2013년 4174만1000달러에서 지난해 1억7337만4000달러까지 급증했다.

하지만 일부 유통업체에서 백색돼지를 이베리코 흑돼지로 팔았다. 소비자시민모임이 조사한 결과다. 이마트와 쿠팡에서 유통업자의 말만 믿고 제품 유통을 허가해줬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소비자들은 유통업체들의 원산지 장난 때문에 불안에 떨어야 하는 형국이다. 유통업체들의 소비자 신뢰는 바닥을 쳤다. 비세척 달걀 논란만 해도 그렇다.

영양의 보고는 달걀은 우유와 함께 완전식품으로 불린다. 유럽에서 달걀에서 살충제가 검출됐다는 보고는 충격적이었다. 우리나라에도 마찬가지였다. 살충제 달걀 파동은 원래 달걀 한 판에 3000~4000원 하던 걸 1만5000원까지 올렸다. 살충제가 검출되지 않은 달걀의 몸값이 올라가는 건 당연했다. 농약의 종류는 총 800여 가지가 있다. 이중 절반은 인체에 흡수돼도 몸 밖으로 배출돼서 먹을 수 있고, 나머지는 내내 축적돼 발암물질이 된다. 양계농가들이 사용하는 살충제는 대부분 효과가 약하다. 닭에 들러붙거나 닭장 근처에 있는 진드기를 죽이기에는 내성 때문에 쉽지 않다. 양계농가들은 좀 더 강한 농약을 살포하기 시작했다. 다른 농가와 경쟁에서 이기려면 어쩔 수 없는 생존의 문제였다. 양계농가의 경쟁은 결국 살충제 달걀을 양산해 냈다. 농약 내성이 강한 진드기를 죽이려고 독한 농약을 시도 때도 없이 뿌렸다. 닭들은 그 토양에 사는 벌레를 잡아먹거나, 농약이 묻은 사료를 먹게 됐다. 살충제 달걀로 이미 한번 화들짝 놀란 소비자들은 얼마 전 한 대형할인마트에서 겉면이 지저분한 달걀을 보고 또 한 번 놀라게 됐다. 비위생적인 달걀이라고 해당 마트에 민원을 넣기도 했고, 주부들이 모인 온라인 맘카페에 해당 내용을 공유하기도 했다.

의문인 것은 달걀을 씻어 먹었냐는 것이다. 원래부터 날달걀을 상온에서 보관 유통해왔다. 물로 세척하면 위생적일 수 있지만, 그렇다고 안전을 담보할 수는 없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하상도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는 “청결한 계란이라면 상온에서는 한 달 정도, 냉장고에서는 최대 두 달 정도까지는 소비가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물 세척을 한 계란은 반드시 냉장 유통해야 하나 상온유통에 한해 공기나 마른 붓 브러시 세척(乾세척)을 허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결한 계란을 납품받아 빨리 팔 수 있는 인기 대형마트의 경우 붓 브러시로 닦아 상온에서 판매하는 乾세척이 물 세척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이익이다. 빨리만 팔 수 있다면 乾세척이 안전성 면에서도 문제가 없다”며 “폐수도 생기지 않아 환경 면에서 일석이조다. 국가적으로는 오히려 대형 마트에 이 방식을 권장해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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