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통사고가 나면 보험사 조사원이 출동해 사고처리를 돕는다. 갑작스럽게 난 사고에 운전자는 경황이 없다. 조사원은 일단 운전자의 몸 상태를 먼저 살핀다. 그리고 따뜻하게 건네는 말 한마디. “일단 몸이 먼접니다. 현장은 알아서 마무리 할 테니, 병원에 바로 가보세요.” 경황없는 교통사고에도 이 같은 따뜻한 말 한마디는 사고운전자들에겐 큰 위로가 된다. 교통사고는 언제 어디서 예고 없이 터진다. 모두가 잠든 새벽이나 밤중에도 보험 조사원들은 출동한다. 24시간 잠들지 않은 서비스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런데 사고조사원들의 처우는 상상을 초월한다. 수수료로 먹고 사는 이들이기 때문에 보험사에서 수수료를 올려주지 않으면 최저임금보다 못한 생활을 하는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유류대로 자비로 해야 함은 물론 사고조사 중 사고가 나더라도 누구도 책임져주지 않는다. 고용불안에 시달리며 본사에 일감을 빼앗기기도 한다. 많은 사고조사원들이 이 같은 불합리한 처우 때문에 힘들어 한다. 대표적인 삼성화재 애니카 사고조사원 노동자들도 마찬가지다. 삼성화재는 보험업계 1위다. 업계1위가 이 정도면 2,3위는 말할 것도 없다.
11일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 전국사무연대노조 삼성화재애니카지부(지부장 진경균) 비정규직 사고조사 노동자들은 서초동 삼성그룹 앞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열었다. 앞서 이들은 지난 3월 28일부터 농성투쟁을 시작했고, 전국의 조합원 90% 찬성률로 파업투쟁을 결의했다.
출정식에서 노동자들은 “삼성화재 자동차 보험의 가장 중요한 업무인 사고조사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들은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수수료가 동결됐다”며 “업무에 사용하는 차량, 유류비와 통신비 등 모든 비용이 사고조사 노동자들 본인 부담으로 전가됐다. 상시적인 고용불안과 장시간 노동으로 내모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업무 우선배정을 일방적으로 빼앗고 일감을 외주업체로 확대하기에 이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삼성화재 애니카 사고조사원들은 벼랑 끝에서 2018년 10월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 전국사무연대노조 삼성화재애니카지부를 설립하고 삼성화재손해사정과 단체교섭을 진행한 바 있다. 그러나 삼성화재는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발뺌했다는 게 노동자들의 증언이다.
진경균 삼성화재 애니카노조 지부장은 출정식에서 “삼성화재의 자회사인 삼성화재손해사정은 6차례의 노사단체교섭 과정에 불성실한 교섭태도를 보이며 검토 중이거나 수용하기 힘들다는 태도로 일관했다”며 “대화로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음을 확인한 노동조합은 단체교섭을 결렬하고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을 신청했지만 조정과정에서 노동자들의 합법적 파업을 무기력화 하는 방법 찾기뿐이었다”고 토로했다. 애니카노조가 본격적으로 출정식에 나선 까닭이다.
진 지부장은 “노동존중 없는 거대 재벌 삼성의 뿌리 깊은 노동자 착취에 종지부를 찍기 위한 비정규직 사고조사 노동자들의 벼랑 끝 절박한 외침이 거대한 함성이 되는 그 날까지 삼성화재애니카지부 노동자들의 투쟁, 사무금융노동자들의 연대투쟁은 계속 될 것”이라고 말했다.
